정부가 국내에서 유통되는 465종의 담배 제품에 대한 유해성분 검사 데이터를 처음으로 대중에 공개했다. 이번 조치는 담배의 위험성을 구체적으로 알리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이나, 측정 방식의 차이로 인해 제품 간 유해성을 단순 비교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발암물질 검출과 의료계의 기대

김현선 식품의약품안전처 소비자위해예방국장은 29일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을 통해, 기존 담뱃갑에 표시되던 8개 성분을 넘어 다양한 유해성분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검사 결과 일반 담배는 물론 궐련형과 액상형 전자담배 모두에서 포름알데히드 같은 1군 발암물질이 검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의료계는 이번 데이터가 흡연으로 인한 피해를 입증하는 데 중요한 근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검사에 참여한 인하대 의대 임민경 교수는 궐련형 전자담배의 발암물질로 인한 추가 암 발생 위험이 국내 연간 암 발생 규모의 약 3분의 2를 상회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임 교수는 인구 10만 명당 약 560명의 암 환자가 발생하는 국내 상황을 고려할 때, 포름알데히드 단독으로도 인구 100만 명당 20명의 추가 암 위험을 초래한다고 설명했다.

533억 원 규모 담배 소송의 변수

이번 결과는 현재 대법원의 판단을 기다리고 있는 국민건강보험공단과 KT&G 간의 손해배상 소송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건보공단은 2014년 폐암 환자 치료비로 지출된 533억 원 규모의 건강보험 재정을 배상하라는 소송을 제기했으나, 1심과 2심에서 모두 패소한 상태다.

보건의료계 관계자들은 기존 재판이 흡연을 개인의 기호로 보는 시각과 질병의 인과관계 입증 문제에 집중됐던 점을 언급하며, 이번 유해성분 분석 자료가 담배의 위해성을 증명할 참고 자료가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대한의사협회 측 또한 모든 종류의 담배에서 발암물질이 확인된 만큼, 이를 국민에게 알리는 후속 조치가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담배유해성관리정책위원회는 단순 농도 공개를 넘어 발암성 및 생식독성 등 인체 영향까지 설명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수치 비교의 함정과 과학적 한계

다만 전문가들은 제품 간 함량 차이만을 근거로 특정 담배가 더 안전하다고 판단하는 것은 과학적으로 부적절하다고 경고한다. 담뱃갑에 적힌 타르 수치는 1mg 내외지만, 정부의 강화포집법을 적용한 검사에서는 개비당 최대 40.4mg까지 검출되기도 했다. 이는 측정 조건이 다르기 때문이며, 타르 자체가 여러 물질의 합산치라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실제로 일반담배 256종의 타르는 11.7~40.4㎍, 궐련형 전자담배 104종은 10.3~32.0㎍으로 나타났다. 포름알데히드 역시 일반담배(39.5~181㎍)보다 궐련형 전자담배(5.4~12.1㎍)에서 수치가 낮았으나, 이것이 제품 전체의 낮은 유해성을 뜻하지는 않는다. 액상형 전자담배 105종 중 99종에서 포름알데히드가 나왔으며, 일부에서는 비소와 담배특이 니트로사민류도 확인됐다. 특히 액상형은 g당 함량을 측정하므로 궐련과 비교 대상 자체가 다르다.

이성규 한국담배규제연구교육센터 센터장은 담배에 존재하는 약 7,000종의 화학물질과 70여 종의 발암물질을 언급하며, 특정 성분의 낮은 수치로 인해 유해성이 낮다고 오인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식약처는 향후 담뱃갑 표시와 검사 결과 사이의 일관성을 높이기 위한 제도 개선을 진행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