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대'냐 '형평'이냐…청와대, 모자보건법 시행령 개정 시사

이재명 대통령이 다문화가족을 대상으로 한 산후조리원 우대 제도의 필요성에 의문을 제기하며 재검토를 언급하자, 청와대가 관련 법령인 모자보건법 시행령의 개정을 검토하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번 움직임은 다문화가족 지원 자체를 폐지하려는 목적이 아니라, 산후조리원 이용 우선순위를 보다 공정하고 합리적인 체계로 재편하여 모든 출산 가정이 납득할 수 있는 지원책을 만들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사회적 약자를 향한 지원을 '특혜'나 '우대'로 규정하는 것 자체가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임호근 청와대 인구정책비서관은 29일 발표를 통해, 대통령이 SNS에 게시한 글의 본질은 산후조리원 이용 순위의 합리성을 높여 지원 체계를 개선하자는 데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산후조리원 우선 이용 대상자를 규정하는 모자보건법 시행령의 별표 기준은 지난 2016년 6월에 확립된 것으로, 임 비서관은 대통령이 과거보다 확대된 다문화 정책 환경을 고려해 기존 규정의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밝혔다. 청와대는 향후 지방정부의 자율성을 존중하면서도 다문화가족이 겪는 실질적 어려움을 살펴 지원 사각지대를 방지하겠다고 강조했다.

지역별로 제각각인 산후조리원 지원…서울부터 전남까지 현황은

현재 전국 지자체들은 모자보건법 시행령을 근거로 다문화가족을 지원하고 있으나, 운영 방식은 지역마다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 서울시의 '서울형 안심 산후조리원'은 기초생활수급자와 차상위계층을 1순위로, 다문화가족은 국가유공자나 장애인 등과 함께 2순위로 분류한다. 2주 기준 390만 원의 표준 요금 중 2순위인 다문화가족은 265만 원을 지원받는다. 반면 울산 북구 공공산후조리원은 다문화가족에게 50%의 이용료 감면 혜택을 주되 별도의 입소 우선순위는 두지 않고 있으며, 제주 공공산후조리원은 첫째 아이라도 다문화가족 등 사회적 약자라면 60%를 할인해주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경북 예천과 김천, 충남 홍성, 경기 여주의 경우에도 다문화가족을 이용료 감면 대상으로 지정하고 있으나, 입소 순위나 감면율은 지역별 운영 방침에 따라 다르다. 전남 지역 공공산후조리원은 다문화가족을 2순위로 지정하면서도 순위와 관계없이 이용료의 70%를 감면해주는 파격적인 혜택을 제공한다. 이러한 지원의 근간이 되는 2016년 시행령은 다문화가족을 포함한 9개 범주의 취약계층을 명시하고 있으나, 구체적인 대상별 순위나 감면 폭은 지자체가 탄력적으로 정할 수 있도록 열어두고 있다.

지자체 “약자 지원을 특혜로 보는 건 부당”…정부 정책 기조 충돌

대통령의 재검토 발언에 대해 지방자치단체들은 우려를 표하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다문화가족의 자녀가 대한민국 국적자인 점을 들어 이들을 이질적인 집단으로 보아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대구시 관계자 역시 다문화 사회로 진입하는 과정에서 이들의 정착을 돕는 것은 당연한 정책적 배려임을 강조했다. 한 지방정부 복지 관계자는 정부의 지원이 누군가에게 특혜를 주는 것이 아니라 형평성을 맞추기 위한 것임을 명시하며, 사회적 약자가 평등한 기회를 얻도록 돕는 기본 정신을 '우대'라고 명명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비판했다.

한편, 강유정 청와대 수석대변인은 당초 다문화 지원 폐지가 아닌 역차별 방지를 위한 검토라는 취지의 메시지를 전달했다가, 약 한 시간 뒤 산후조리원 이용 우선순위의 공정성을 높여 모든 가정이 공감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들겠다는 내용으로 수정 발표하며 논란을 수습하려 했다. 하지만 공공시설 이용 자체가 어려운 실질적 빈곤층의 문제와 정책적 명분 사이의 간극은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