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 없는 금배지, 세대교체 멈춘 한국 정치

국회의원에게도 공무원처럼 일정한 연령이 되면 물러나는 '정년제'를 도입해야 할까. 만약 이 제안이 현실화된다면 상당한 논란이 예상된다. 국민의 공직 참여 권리를 규정한 헌법 제25조를 침해한다는 주장이나, 18세 이상에게 피선거권을 부여하는 공직선거법 제16조에 어긋난다는 반발이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나이로 정치인의 경륜과 전문성을 판단하는 것이 적절한가에 대한 비판적 시각도 존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년제 도입에 공감하는 국민적 정서는 적지 않다. 선거 때마다 인적 쇄신을 약속하지만, 정작 정치권에는 늘 보던 얼굴들만 등장하며 계파 간의 주도권 다툼과 소모적인 정쟁이 반복되기 때문이다. 인공지능(AI) 기술이 사회 전반의 지형을 바꾸는 격변기 속에서, 새로운 세대의 감각을 정치에 반영하는 일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가 되었다.

수치로 드러난 청년 정치의 불균형

최근 보도된 '청년 정치 삼국지'에 따르면 한국의 청년 정치 현실은 매우 심각하다. 20대부터 40대까지의 국회의원 비율은 16%에 불과해, 대만(27%)이나 일본(31%)과 비교했을 때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비례대표 의석 비율 또한 이와 유사한 양상을 보인다. 반면 2040 세대가 전체 유권자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4%에 달한다. 강원택 서울대 명예교수는 2004년 이후 국회의 인적 교체가 사실상 멈췄다고 분석하며, 2028년 총선에서도 이러한 구도가 유지될 경우 세대 갈등이 폭발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프랑스의 격렬한 시위 사례처럼, 고령층의 노후 보장과 청년층의 미래 불안이 충돌하는 상황은 국가의 존망을 결정지을 수 있다.

실제로 2040 세대는 정치 참여를 통해 주거, 부동산, 일자리와 같은 생존과 직결된 '삶의 문제'를 해결하고자 한다. 하지만 이들의 요구를 정책화할 수 있는 청년 정치인의 자리는 매우 협소하다. 지난 6월 지방선거 직후 청년들이 보여준 정치적 파장에 민주당은 청년 최고위원제 부활을 검토했고 국민의힘 지도부도 현장을 찾았으나, 실질적인 권력 배분에는 인색했다. 민주당은 지난 7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청년 최고위원 1명을 의무적으로 선출하려 했으나, 친명계의 선호 투표제 확보와 친청계의 후보 부족이라는 이해관계가 얽히며 무산되었다. 국민의힘 역시 인요한 혁신위가 비례대표 당선권 내 45세 미만 50% 의무화를 의결했음에도, 실제 공천 결과는 35%인 7명에 그쳤다.

'19시 청년'을 위한 제도적 기반 마련 필요

여의도 정치권에는 평일 낮 정당 행사에 참여할 수 있는 '14시 청년'과 생업을 마친 뒤 참여하는 '19시 청년'이라는 용어가 존재한다. 그동안 정치는 직업적 정치인인 14시 청년 위주로 흘러왔으나, 이제는 일반 시민인 19시 청년에게도 기회를 넓혀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단순히 구호에 그치지 않으려면 실질적인 참여 경로를 구축해야 한다.

문제는 국회뿐만이 아니다. 대통령이 임명하는 행정부 인사에서도 세대교체의 필요성은 크다. 현재 한국의 50세 미만 장관 비율은 19명 중 단 1명(5%)으로, 대만(20% 이상)이나 일본(10% 이상)에 비해 매우 낮다. 기존 세대의 경험을 부정할 수는 없지만, 그들이 누렸던 도전의 기회를 다음 세대에게도 열어주고 있는지는 자문해봐야 한다.

진정한 해법은 소수 인물의 발탁을 넘어선 구조적 변화에 있다. 자금과 조직력이 부족한 신인을 위해 비례대표 제도를 확대하고, 정당 내에서 청년들이 성장할 수 있는 무대를 마련해야 한다. 또한 청년 대표에게 연금개혁 같은 핵심 의제의 결정권을 부여하고, 행정부 역시 세대별 후보군을 구성해 선정 과정을 투명하게 검증받아야 한다. 세대교체는 단순히 연령대를 바꾸는 것이 아니라, 경험이 기득권이 되지 않고 젊음이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권력의 문을 여는 과정이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