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지 위 태양광 발전, 식량 안보 무너뜨릴 위험한 발상
이재명 대통령의 농지에 대한 관점이 심각한 우려를 낳고 있다. 특히 기후위기가 초래할 식량 위기에 대한 인식이 결여된 듯한 모습이 드러나고 있는데, 농지를 활용해 태양광 농사를 짓는 것이 낫다는 식의 발언이 대표적이다.
이러한 논란은 지난 10월 26일 진행된 농어민과의 대화 현장에서 불거졌다. 당시 한 농민은 농지에 태양광 사업을 추진하려는 움직임에 대해, 농지는 본래 먹거리를 생산하는 곳이어야 한다며 대통령의 언급이 농민들의 생각과 동떨어져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이 대통령은 농가 소득만으로는 농촌 생활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점을 들어, 생계 수단을 열어줘야 한다는 취지로 농지 내 태양광 발전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아울러 그는 '전기국가화'를 매우 중요한 국정 과제로 꼽기도 했다.
20%대 곡물자급률의 위기, 생존권이 우선이다
하지만 국정의 최고 책임자가 보여준 이러한 인식은 무책임하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기후위기 상황에서 재생에너지를 확충하는 것보다 훨씬 시급한 과제는 바로 식량주권을 확보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인류의 생존에 있어 가장 필수적인 요소는 물과 먹거리이며, 전기는 그보다 후순위다. 반도체나 인공지능(AI) 기술 역시 인간이 먹고살 수 있는 기반이 갖춰진 뒤에야 의미를 갖는다.
현재 대한민국의 식량 안보는 매우 취약한 상태다. 2023년 기준 식량자급률은 40%대에 머물러 있으며, 가축 사료용 곡물까지 포함한 곡물자급률은 20%대에 불과하다. 칼로리 기준 자급률 또한 32.5% 수준으로, 사실상 먹거리 자급 기반이 붕괴된 상황이다. 삼면이 바다이고 북측과 맞닿아 있는 지정학적 특성상, 글로벌 식량 공급망에 차질이 생길 경우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심각한 식량 위기를 맞이할 수밖에 없다.
급증하는 이산화탄소 농도와 줄어드는 농지 면적
이제는 재생에너지 확대라는 당위론적 주장보다, 기후위기 대응이 실질적으로 실패하고 있다는 냉혹한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지구의 온실가스 농도는 멈추지 않고 상승 중이다. 2025년 지구 평균 이산화탄소 농도는 전년보다 2.8PPM 상승한 426.8PPM을 기록했다. 이러한 흐름이 지속된다면 10년 이내에 유엔이 경고한 마지노선인 450PPM을 넘어설 전망이다.
따라서 온실가스 감축을 외치는 것보다, 기후위기가 각국에 미칠 구체적인 영향을 우려해야 한다. 특히 자급률이 낮은 한국의 경우 식량 위기가 가장 치명적인 위협이 될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농가 경영주의 절반 이상이 70세 이상 고령층이며, 각종 개발 사업으로 인해 농지 면적은 계속 줄어들고 있다. 지적 통계에 따르면 2015년과 비교해 2025년의 농지 면적은 816.2㎢가 감소했으며, 논은 5.0%, 밭은 3.2% 줄어들었다. 식량주권 확보를 위해 가장 기본이 되는 농지와 농사지을 사람이 동시에 사라지고 있는 셈이다.
에너지 전환의 올바른 방향과 우선순위 재정립
이 대통령은 상당수의 농지가 휴경 상태라는 점을 근거로 태양광 설치를 제안하는 듯 보이지만, 식량 위기를 고려한다면 휴경지도 다시 경작지로 활용할 방안을 찾아야 한다. 휴경지라고 해서 무작정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자는 발상은 위험하다. 실제로 태양광 사업은 휴경지가 아닌 경작하기 좋은 우량 농지에서 주로 추진되고 있다. 만약 부재지주가 이런 농지를 소유하고 있다면, 태양광 업자가 지주에게 더 높은 임대료를 제시함에 따라 임차농들은 농사지을 땅을 잃게 되는 구조적 문제가 발생한다.
진정한 에너지 전환을 원한다면 농지가 아닌 산업단지나 건물 지붕, 도로 주변 등을 우선 활용해 농지 훼손을 막아야 한다. 또한 '전기국가'라는 개념 역시 단순한 전력 생산 확대가 아니라,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에너지 전환'으로 재정의되어야 한다. 전력 총량은 억제하면서 재생에너지 비중을 높이는 것이 지속 가능한 방식이다. 무분별한 전력 생산 확대는 결국 화석연료나 원전 건설로 이어질 뿐이다. 국민의 생존을 책임지는 대통령이라면, 전력 생산보다 식량주권이 우선이라는 가치 순위를 명확히 바로잡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