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의 네이버 지분 확보와 3대 주주 등극
인공지능(AI) 인프라 시장의 거물인 엔비디아가 네이버의 3대 주주로 올라선다. 엔비디아가 보유한 AI 인프라 기술력과 네이버의 클라우드 및 데이터센터 운영 노하우가 결합함에 따라, 네이버가 독자적인 컴퓨팅 인프라 사업자로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될 전망이다. 양측은 공동으로 추진하는 'AI 팩토리' 사업을 국내를 넘어 아시아와 중동, 유럽 등 글로벌 시장으로 확장하고, 기술 협력을 통해 AI 모델과 서비스의 경쟁력을 동시에 끌어올린다는 구상이다.
네이버는 30일 공시를 통해 엔비디아를 대상으로 진행하는 10억 달러(약 1조 3500억 원) 규모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 납입일이 다음 달 6일로 확정되었다고 밝혔다. 당초 이달 30일로 예정되었던 납입일이 일주일 연기되었으며, 이에 따라 신주 상장 예정일도 11월 27일로 조정되었다. 최종적인 신주 발행 규모는 오는 11월 3일 적용되는 환율에 따라 결정될 예정이다. 이번 납입일 확정은 엔비디아 측이 요구한 투자 선결 조건이 모두 충족된 결과로 풀이된다.
AI 팩토리 구축을 위한 대규모 인프라 확보 전략
이번 유상증자와는 별개로 네이버는 AI 팩토리 사업의 확장을 위해 최소 90억 달러 규모의 컴퓨팅 인프라를 구축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었다. 네이버는 지난 27일 글로벌 자산운용사인 브룩필드와 관련 계약을 맺으며 해당 조건을 충족했다. 이번 증자는 엔비디아가 네이버의 신주를 직접 인수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며, 주당 발행가액은 20만 4500원이다. 발행 예정 주식 수는 724만 1564주로, 잠정 조달 금액은 약 1조 4809억 원에 달한다. 다만 이는 7월 이사회 결의일 기준 환율을 적용한 수치이므로, 최종 금액은 다음 달 3일 환율에 따라 확정된다. 확보된 신주는 발행 후 1년간 매각 및 처분이 제한되며, 조달된 자금은 AI 팩토리 신규 사업에 전액 투입될 예정이다.
투자가 마무리되면 엔비디아는 약 4.54%의 네이버 지분을 보유하게 되어, 국민연금공단(9.49%)과 블랙록(7.31%)에 이은 3대 주주 지위를 확보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기존 3대 주주였던 이해진 네이버 이사회 의장의 지분율은 신주 발행에 따른 희석 효과로 인해 4.03%에서 약 3.84%로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AI 인프라 시장을 향한 삼각 동맹
AI 팩토리는 AI 모델과 데이터센터, 전력 및 냉각 설비 등을 통합하여 모델의 학습과 추론에 필요한 컴퓨팅 자원을 공급하는 사업이다. 네이버는 지난 6월 엔비디아와 기가와트(GW)급 AI 팩토리 공동 구축에 합의한 바 있다. 데이터센터인 '각 세종'을 핵심 거점으로 삼아 내년 상반기 55메가와트(MW) 규모의 가동을 시작하고, 2028년까지 200MW 규모로 확대할 계획이다. 나아가 아시아태평양을 넘어 유럽과 중동 등 전 세계로 사업 영역을 넓히는 것이 목표다.
이번 프로젝트는 세 회사의 명확한 역할 분담을 통해 추진된다. 브룩필드는 특수목적법인(SPC)인 에셋코를 통해 최대 90억 달러를 투자하여 AI와 데이터센터 등 인프라를 확보한다. 이를 네이버클라우드에 제공하면, 네이버와 네이버클라우드는 클러스터 구축 및 운영 역량, 데이터센터 노하우를 활용해 AI 팩토리를 공급하며 차세대 고성능 컴퓨팅 플랫폼인 'AI 팩토리'를 중심으로 기술 협력을 이어간다. 인프라 구축에 따른 초기 비용 부담은 브룩필드가 분담하고, 네이버는 확보된 연산 자원을 바탕으로 고객 대상 서비스를 운영하는 효율적인 구조를 취한다.
기술 고도화와 향후 재무적 과제
협력 범위는 인프라에만 머물지 않는다. 네이버는 엔비디아의 개방형 AI 모델인 '네모트론'을 도입해 자체 초거대언어모델(LLM)인 '하이퍼클로바X'의 성능을 높이고 있다. 또한 엔비디아의 월드 파운데이션 모델 '코스모스'와 네이버의 공간 모델링 및 거리뷰 데이터를 결합한 공간지능 분야의 협력도 진행 중이다. 네이버 측은 이번 파트너십이 글로벌 AI 인프라 시장을 주도하기 위한 장기적 협력이며, 이를 통해 재무적 안정성과 사업 확장성을 동시에 확보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다만 사업이 본격화됨에 따라 커질 추가 투자 부담은 변수로 남아 있다. 네이버의 현금성 자산은 약 2조 8000억 원 수준이다. 이번 투자를 통해 약 100억 달러(약 14조 8000억 원)의 사업 기반을 마련했으나, 향후 GPU 가격 변동이나 공급 여건에 따라 투자 규모가 유동적일 수 있어 추가 자금 조달이 필요할 가능성이 있다. 이에 대해 네이버 관계자는 이번 투자가 전략적 협력 강화 차원이며, 현재 확보된 자금으로 5~6년 이상 사업 추진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또한 지분 희석이 발생하더라도 의사결정 구조에는 변화가 없으며, 향후 필요시 사업 상황에 맞춰 적절한 조달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