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감소 시대의 이주배경인구 급증
최근 국가데이터처가 발표한 인구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출생아 수는 전년과 비교해 8만 3000명이나 급감했다. 반면 우리나라의 전체 인구는 오히려 1만 2000명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외국인 및 귀화자를 포함한 이주배경인구가 9만 5000명 증가했기 때문이다. 이로써 지난해 기준 이주배경인구는 총 281만 명에 달하며, 이는 전체 인구 5182만 명 중 5.4%를 차지하는 규모다.
이들 중 외국인 노동자의 비중은 2025년 5월 기준으로 111만 명에 육박하며, 이는 전체 취업자의 약 4% 수준이다. 이는 2023년 92만 3000명이었던 수치와 비교하면 20만 명가량 늘어난 결과다. 이들은 산업 현장의 기초를 지탱하고 있는데, 종사 분야를 살펴보면 광업 및 제조업이 45.6%로 가장 많고, 도소매·숙박·음식점업이 18.9%, 건설업이 10.6% 순이다. 이미 십수 년 전부터 외국인 노동자 없이는 영세 제조업체나 건설 현장, 이삿짐 운송 시장 등이 정상적으로 작동하기 힘든 구조가 되었다.
대통령의 내국인 우선 고용론과 농촌의 현실
이재명 대통령은 최근 외국인 노동자 활용에 대해 우려 섞인 목소리를 냈다. 지난 27일 국무회의에서 이 대통령은 농축어업 분야의 인력 부족 문제를 언급하며, 외국인 노동자를 불러다 쓰는 것이 국가 경제에 큰 보탬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28일에는 자신의 SNS인 X를 통해, 국외로 자금을 송금하는 외국인 노동자가 내국인보다 내수 진작 측면에서 효용이 낮으므로, 인건비 지원을 통해 내국인 고용을 독려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실제 농촌 현장의 상황은 이와 다르다. 농촌에서는 외국인 노동자 없이는 농사를 짓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실정이며, 고용된 인력 10명 중 6명은 외국인이다. 장영욱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북미·유럽팀장의 분석에 따르면, 고용허가제나 계절근로자 등을 포함한 농축산어업 외국인 노동자는 최소 13만 6000여 명에 달한다. 여기에 미등록 이주자나 결혼이민자까지 합산하면 그 수는 두 배를 훨씬 상회할 것으로 보인다.
경제적 효용성과 비용 문제의 충돌
2026년 실시된 ‘전남 농어업 외국인 계절근로자 효과 분석 연구 용역’ 결과에 따르면, 2025년 농업 분야의 내국인 월급은 380만 원인 반면 외국인은 247만 원 수준이다. 만약 외국인 노동자 10만 명이 농번기 5개월 동안 근무한다면, 연간 약 6500억 원의 인건비를 절감할 수 있으며 이는 농산물 물가 안정이라는 부수적 효과로도 이어진다.
외국인 노동자의 총소득 중 송금액 비중은 약 26% 수준이나, 농축산어업 종사자의 경우 57%로 상당히 높다. 하지만 이들이 국내에서 소비하는 금액도 무시할 수 없다. 외국인 노동자 10만 명이 매달 70만 원씩 지출한다고 가정하면 월 700억 원, 5개월간 총 3500억 원의 소비가 발생한다. 장영욱 팀장은 외국인 유입이 주로 인구 감소 지역에서 일어난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들의 소비 창출 효과를 '도움이 안 된다'고 치부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청년 일자리와 다문화 사회로의 이행
물론 청년층의 고용 문제는 매우 심각한 과제다. 2026년 9월 국가데이터처의 고용동향을 보면, 15~29세 청년 취업자 수는 48개월 연속 감소세를 보이며 전년 동기 대비 14만 7000명 줄어들었다. 또한 AI 기술의 확산으로 인해 10년 뒤에는 약 25만 6000개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으로 예측되는 상황에서, 농어촌은 청년들에게 새로운 기회의 장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현실적인 제약이 크다. 이 대통령이 제안한 월 500만 원의 임금을 10만 명에게 5개월간 지급하려면 연간 1조 원이 넘는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어야 한다. 게다가 내국인들이 농어촌을 기피하는 이유는 임금 외에도 열악한 주거 환경, 교육 및 문화 인프라 결핍 등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한다. 대기업들이 생산 시설을 충청권 이남으로 이전하지 않는 이유도 이와 맥을 같이 한다. 따라서 외국인 노동자의 경제적 기여를 낮게 평가하기보다는, '축소 사회'에 대비해 다문화 사회를 지향하는 포용적 정책을 강화하는 것이 더 합리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지난 8월, 경기도 여주시의 한 농가에서는 라오스 출신 여성 노동자가 숨진 채 발견되는 비극이 있었다. 한국에서의 꿈을 품고 입국한 지 단 일주일 만에, 그녀는 36도가 넘는 폭염 속에서 온열질환으로 사망했다. 이주노동자평등연대에 따르면, 본국에 남편과 네 명의 자녀를 두고 온 이 여성은 가족에게 송금 한 번 해보지 못한 채 생을 마감했다. 우리가 일상에서 소비하는 농산물 뒤에는 이처럼 고단한 노동자들의 희생이 숨어 있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