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넘게 지속되고 있는 프랑스의 시위 사태가 한국 사회에 깊은 시사점을 던지고 있다. 이번 사태는 학생들의 교육 환경에 대한 불만에서 촉발되어 고물가와 기후 위기, 국가 폭력 문제로까지 확산되며 전 사회적인 토론의 장을 만들고 있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이 현상의 본질을 파악하기보다 보고 싶은 단면만을 취사선택해 성급한 결론을 내리려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재정 건전성 논란과 세대 갈등의 프레임

일부 보수 언론은 복지 지출을 늘리고 재정 적자를 방치할 경우 한국도 10년 뒤 프랑스와 같은 상황에 직면할 것이라 경고한다. 이들은 이번 시위를 재정적 한계를 고려하지 않은 '복지병'의 결과로 규정하며, 급격한 고령화가 진행 중인 한국 역시 갈등 폭발의 위험이 크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는 계급적 성격이 짙은 이번 사안을 단순히 세대 간의 갈등 문제로만 치부하려는 편견을 드러낸다.

이재명 대통령 역시 이번 사태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고 언급했다. 그는 프랑스 시위의 근본적 원인을 저성장에서 찾으며, 저성장이 장기화됨에 따라 청년 실업과 양극화가 심화되고 재정 기반이 약화되어 사회 전체의 안정성이 흔들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반도체 호황으로 확보된 재정 여력을 바탕으로 첨단산업 투자와 내수 육성을 통해 국민이 민생 회복을 체감할 수 있는 정책을 펼쳐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루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양극화 문제를 언급한 점은 긍정적이나 문제를 결국 '저성장'이라는 경제적 관점으로만 환원했다는 한계가 있다.

마크롱의 실패와 중도 정치의 위험성

반도체 산업의 호황은 영원할 수 없으며, 특정 업종과 소수 기업의 매출 증대에 국가의 운명을 거는 방식은 오히려 양극화를 심화할 위험이 크다. 국가의 진정한 책무는 경제 성장이 둔화되는 상황에서도 다양한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사회 안전망을 공고히 하여 사회가 원활히 작동하게 하는 데 있다. 9년 전 집권한 마크롱 대통령은 이러한 방향과 반대로 움직였다. 금융권 전문가 출신인 그는 신기술 스타트업 중심의 경제를 만들겠다며 법인세 인하, 부유세 축소, 노동 규제 완화 및 복지 축소를 단행했다. 그러나 이러한 정책은 성장을 이끌어내는 데 한계를 보였고 오히려 불평등을 키웠다. 프랑스 시위는 소수 혁신가와 기업이 공동체의 번영을 책임질 수 있다는 믿음이 실패했음을 보여준다.

또한 마크롱의 사례는 중도좌파가 우경화될 때 발생하는 위험성을 경고한다. 그는 기존의 사회당과 공화당 체제를 무너뜨리고 '합리적 중도'를 표방하며 중도층을 넓혀 극우 정당에 대응하려 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이는 극우 정당의 입지만 강화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이는 이재명 대표가 추구하는 구조적 다수론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민주당의 재집권을 위해 중도 정당으로 변모해야 한다는 그의 논리는 이주민 관련 발언에서도 나타난다. 현재 민주당 내부의 논쟁은 사회경제적 지향점에 대한 생산적 논의보다는 검찰 개혁에만 매몰되어 있는 실정이다.

청년의 목소리와 새로운 정치적 대안

프랑스 시위의 진정한 의미를 찾으려면 청년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시위에 참여한 학생들은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지키기 위해 연대하며 감정을 표출하고 있다. 한국의 청년들 역시 관계와 소속감에 대한 갈망을 느끼고 있으나, 이는 단순히 자본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민주당 내부에 사회경제적 지향점을 명확히 하는, 즉 민주당의 왼쪽에 위치한 정당이 필요하다. 이러한 정치적 대안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한국 역시 10년 뒤 프랑스의 전철을 밟게 될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