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시작된 마스터의 밤
도쿄 신주쿠의 화려한 빌딩 숲을 배경으로 은은한 통기타 선율과 함께 '오모이데(추억)'가 흐른다. 고바야시 가오루가 연기하는 '마스터'는 밤 12시부터 다음 날 아침 7시까지 영업하는 이곳을 '심야식당'이라 소개하며 독백을 시작한다. 사람들이 하루의 일과를 마치고 귀가를 서두를 때쯤, 그의 하루는 비로소 막을 올린다.
지난 20일, 한국에서도 큰 사랑을 받았던 드라마 '심야식당'의 여섯 번째 시즌이 일본에서 첫선을 보였다. 아베 야로의 만화를 원작으로 한 이 작품은 누적 발행 부수가 900만 부를 상회할 만큼 강력한 팬덤을 보유하고 있다. 이전 시즌의 경우 새벽 1시라는 늦은 시간대 방송임에도 불구하고 최고 시청률 2.7%를 기록하며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이번 시즌에서도 선술집 겸 식당인 '메시야'의 마스터는 저마다의 사연을 안고 방문한 손님들에게 소박한 음식을 대접하며 위로를 건넨다.
팬데믹이 남긴 상흔과 정적
'오래 기다리셨습니다'라는 제목으로 출발한 이번 시즌은 드라마가 2019년 이후 7년이라는 긴 공백기를 갖게 된 원인을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설정했다. 그 사이 주연 배우 고바야시는 70대 중반의 나이가 되었고, 극 중 마스터의 머리카락 역시 하얗게 변했다. 일본 역시 코로나19로 인한 혹독한 시기를 겪었으며, 네 차례에 걸친 '긴급사태 선언'으로 인해 외출 자제와 영업시간 단축이라는 압박을 견뎌야 했다.
식당들이 밀집한 신주쿠의 '골든가이' 뒷골목에도 깊은 정적이 내려앉았다. 저녁 8시부터 다음 날 새벽 5시까지 영업이 금지되었고, 정부의 지침에 따라 술 판매가 제한되거나 강제 휴업을 해야 하는 상황도 발생했다. 사실상 '심야식당'이 존재할 수 없는 환경이었던 셈이다. ㄷ자형 주방인 고노지 안에서 홀로 자리를 지키던 마스터는 손님이 끊기자 결국 당분간 영업을 중단하기로 결심한다. 이러한 공백기 동안 코로나19는 사회 구성원들의 내면에 깊은 상처를 남겼는데, 일본 정부의 '인간관계에 관한 기초조사'에 따르면 팬데믹 기간 중 응답자의 40%가 외로움을 느꼈다고 답했다.
사라져가는 안식처, '제3의 장소'
팬데믹 종식 후 3년이 흐른 지금, '심야식당'은 예전의 모습을 간직한 채 다시 문을 열었으나 세상의 풍경은 크게 변했다. QR코드를 활용한 무인 주문과 셀프 계산 방식이 보편화되면서 종업원과 대화할 기회는 줄어들었다. 서빙 로봇이 식당을 누비고 혼자 밥을 먹는 '혼밥' 문화가 자리 잡은 것이다. 고바야시는 지난달 기자회견을 통해 사람들이 편히 쉴 수 있는 안도감이 느껴지는 장소들이 사라지고 있음을 언급하며, '심야식당'의 모습과 정반대로 흘러가는 사회적 흐름에 쓸쓸함을 표했다. 또한 물가 상승의 여파로 인해 이번 시즌에서는 모든 음식 가격을 100엔(약 850원)씩 인상했다.
이러한 변화는 사회학자 레이 올든버그가 정의한 '제3의 장소'의 상실과 맞닿아 있다. 그는 가정과 일터를 제외하고 누구나 자유롭게 어울릴 수 있는 공간을 '제3의 장소'라 명명했다. 전 후쿠오카대 교수 미야노 마키코는 '심야식당'을 이 개념과 연결하며, 단골들이 존재하고 다양한 대화가 오가는 공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급변하는 세상 속에서도 개인과 사회를 잇고 공동체를 유지하게 만드는 '심야식당' 같은 공간이 우리 곁에 여전히 필요함을 시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