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창립 57주년을 맞이하며 반도체와 완제품 사업부문에 대해 서로 다른 경영 전략을 제시했다. 인공지능(AI)용 반도체 수요가 폭증하며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한 반도체(DS) 부문은 기술 우위 회복을 최우선 과제로 꼽았다. 반면 메모리 부품가 상승 여파로 수익성이 떨어진 디바이스경험(DX) 부문은 체질 개선과 원가 확보를 통한 돌파구를 모색 중이다.
반도체 부문, '실적 자축'보다 '기술 초격차' 증명에 집중
오는 11월 1일 창립 기념일을 앞두고 각 사업부장은 임직원들에게 기념사를 전달했다. 이번 메시지에는 최근의 반도체 업황 호조가 각 부문에 미치는 상반된 영향이 고스란히 담겼다. 삼성전자의 지난 29일 발표에 따르면 3분기 확정 실적은 매출 195조 3000억 원, 영업이익 107조 4000억 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특히 DS 부문이 매출 147조 1000억 원과 영업이익 106조 5000억 원을 기록하며 전체 성장을 견인했다. 이는 HBM(고대역폭메모리) 제품의 판매 확대와 서버용 메모리 수요가 크게 늘어난 결과다.
반면 DX 부문은 매출 52조 1000억 원을 기록했으나 8000억 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2개 분기 연속 적자 행보를 이어갔다. 갤럭시 Z 폴드8 등 신규 모델 판매로 매출 규모는 커졌지만, 메모리를 포함한 주요 부품 가격이 오르면서 수익성이 악화된 탓이다. 전영현 DS 부문장(부회장)은 이러한 실적 개선에도 불구하고 기술 경쟁력이 아직 충분히 회복되지 않았다는 냉정한 진단을 내놓았다.
전 부회장은 시장의 호황을 단순히 자축하기보다는 현재의 기술 수준을 객관적으로 점검하고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차세대 기술 확보와 수율 향상, 제조 효율 고도화를 핵심 과제로 꼽으며, 변화하는 컴퓨팅 아키텍처에 대응할 제품 준비를 주문했다. 특히 '초격차'는 구호가 아닌 고객이 인정하는 압도적인 품질로 증명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DX 부문, 공급망 리스크 관리와 신성장 동력 확보
전 부회장은 호황기에 고객사에게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무리한 요구를 하는 행위를 경계하며 고객 신뢰 유지를 당부했다. 또한 고객, 기술, 협업, 실행, 윤리라는 5대 가치를 중심으로 조직 문화를 혁신하고 협력사와의 상생을 강화하겠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젊은 인재들이 혁신에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겠다고 약속했다.
노태문 DX 부문장(사장)은 급변하는 산업 구조와 공급망 불확실성에 주목했다. 특히 AI 반도체 수요 급증으로 인한 부품 가격 상승 리스크를 언급하며, 선제적인 공급망 센싱과 관리 역량을 높여 차별화된 원가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전 등 완제품 사업의 수익성을 지키기 위해 비용 효율화와 공급망 관리에 집중하겠다는 의지다.
노 사장은 제품의 완성도와 신뢰성을 높여 디바이스 사업의 근본적인 힘을 키우는 동시에 신사업 확대에도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폴더블 기기와 마이크로 LED, 비스포크 가전을 넘어 인텔리전트 아이웨어와 홈 컴패니언 가전을 차세대 성장축으로 설정했다. 로봇, 공조, 메드텍(의료기술), 전장 사업에 대한 투자 확대도 포함됐다. 또한 AI를 활용해 영업과 물류 등 8대 업무 프로세스를 재설계함으로써 확보한 재원을 고부가가치 분야에 재투자하는 구조를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두 부문장 모두 기술과 품질이라는 기본 원칙과 준법 경영을 공통적으로 강조했으나, DS 부문은 지속될 기술 격차 확보에, DX 부문은 당면한 원가 부담 극복과 성장 기반 마련에 방점을 찍었다. 한편 삼성전자는 올해 별도의 창립 기념식을 생략하며, 향후 60주년이나 70주년 등 10년 단위로 기념식을 진행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