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어진 순직 통보와 군의 보상금 거부

군이 복무 중 사망한 군인의 순직 여부를 28년이 지나서야 유족에게 알린 뒤, 보상금 청구에 대해 소멸시효가 지났다는 이유로 지급을 거부한 처분이 법원에 의해 취소됐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0부(재판장 정은영)는 최근 국군재정관리단장의 군인사망보상금 지급 불가 결정에 불복해 유족 A씨가 제기한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고 2일 발표했다.

사건의 주인공인 A씨는 1954년 9월 육군에 입대해 건설공병단에서 근무하다가 1956년 11월 세상을 떠났다. 당시 육군본부는 A씨의 사망을 단순 '병사'로 분류해 유족에게 통보했다. 이후 육군본부는 1996년에서 1997년 사이 A씨의 사망 원인을 '순직'으로 다시 분류하기로 결정했으나, 이 사실을 유족에게는 알리지 않은 채 28년이라는 긴 시간이 흘렀다.

시효 만료 주장한 군의 권리남용 인정

군 당국은 지난해 5월이 되어서야 유족에게 A씨의 순직 재분류 사실을 통지했다. 이에 유족 측은 지난해 11월 사망보상금을 청구했으나, 국군재정관리단은 지급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과거 규정에 따라 사망 통지를 받은 날로부터 5년 내에 청구해야 한다는 점을 들어, 이미 지급 청구권의 소멸시효가 완성되었다고 주장하며 지급 불가 결정을 내린 것이다. 이에 유족은 법적 대응에 나섰다.

재판부는 유족의 손을 들어주며 군이 보상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A씨의 사망 사실을 인지한 시점으로부터 5년이 경과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청구권의 시효가 지났다는 점은 인정되나, 군이 순직 사실을 뒤늦게 알림으로써 유족이 적기에 보상금을 요청할 수 없었던 상황을 주목했다. 재판부는 유족에게 보상금 청구권을 행사할 수 없는 객관적인 장애 사유가 존재했다고 판단했다.

제도의 목적과 신의성실 원칙 위배

법원은 국군재정관리단의 소멸시효 항변이 신의성실의 원칙에 어긋나는 권리남용에 해당한다고 보았다. 특히 유품 인수자의 성명이나 인수 날짜가 기재되지 않은 채 공란으로 남겨진 점 등을 볼 때, 유족이 당시 A씨의 구체적인 사망 경위를 파악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군의 안내 없이 보상금 청구 절차를 진행하는 것 역시 현실적으로 불가능했다는 점도 판단 근거가 됐다.

결론적으로 재판부는 육군본부가 A씨의 사망을 '병사'로 규정해 보상 없이 방치하다가, 뒤늦게 순직으로 재분류하고도 이를 유족에게 알리지 않은 행위를 지적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보상금 지급을 거부하는 것은 군인사망보상금 제도의 본래 목적에 어긋나며, 소멸시효 제도의 존재 이유와도 부합하지 않는다고 명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