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일본 오사카·간사이 엑스포 현장에서는 거대한 '그랜드 링(Grand Ring)' 구조물이 관람객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지름이 무려 675m에 달하며 박람회장 전체를 감싸는 이 거대 건축물은 재료 측면에서도 독보적이었다. 최고 높이 20m에 이르는 이 거대 구조물을 나무로 구현해냈으며, 이는 기네스북에 '세계 최대 규모의 목조 건축물'로 이름을 올렸다.

목조 건축의 열풍은 도심 빌딩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올해부터 도쿄 시부야와 니혼바시 일대에는 9층에서 20층 높이의 목조 빌딩들이 차례로 완공될 예정이다. 세계초고층도시건축학회가 지난 8월 발표한 50m 이상 고층 목조 건축 사례 30선에서도 이러한 흐름은 확인된다. 도쿄를 포함해 호주 시드니, 캐나다 토론토, 영국 런던 등 글로벌 도시들의 건축물이 명단에 올랐으며, 그중에는 42층, 182m 높이로 건설 중인 건물도 포함되어 있다.

한국에서도 목조 건축의 실험은 계속되고 있다. 서울 성북구 종암동 개운산마을 가로주택정비사업조합은 오는 4일, 국내 최초로 시도되는 목조 아파트의 기술력을 검증하기 위한 공개 시험 행사를 진행한다. 현재 이 조합은 아파트 8개 층을 목조로 시공하는 과정을 거치고 있다. 서울시 또한 광진구에 다목적 경기장을 목조로 건설하는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콘크리트보다 강한 '공학 목재'의 등장

이미 철근콘크리트라는 견고한 재료가 있음에도 왜 아파트에 나무를 쓰는지, 그리고 안전성은 확보되는지에 대해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어봤다. 목조 건축 설계 경험이 풍부한 간삼건축종합건축사사무소 구자균 친환경본부장과 토지주택연구원 박성식 연구위원은 현대 목조 건축이 과거의 통나무 방식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점을 강조했다.

현대 건축의 핵심은 '공학 목재'에 있다. 대표적인 예인 'CLT'는 2~3cm 두께의 목판을 나무결이 가로와 세로로 교차하도록 겹겹이 쌓아 접착한 형태다. 나무의 약점인 결 방향의 취약성을 교차 접합으로 극복한 것이다. 구 본부장은 개운산마을 아파트의 경우, 목재 바닥의 두께가 일반적인 철근콘크리트 바닥보다 오히려 더 얇음에도 불구하고 충분한 강도를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화재로부터 안전한 목조 건축의 원리

화재 안전성에 대한 우려도 존재한다. 하지만 박성식 연구위원은 건축물의 '내화 성능'이 단순히 불에 타지 않는 것이 아니라, 화재 시 대피 시간을 얼마나 벌어주느냐에 달려 있다고 지적했다. 콘크리트 역시 고열에 노출되면 내부 수분이 빠지며 파손되고, 이를 감싸던 철근이 휘어지며 붕괴할 수 있다. 9·11 테러 당시 세계무역센터(WTC)의 사례가 이를 뒷받침한다.

목조 건물 역시 캠핑장의 장작처럼 표면에 숯이 형성되며 천천히 타들어 가는 특성을 활용한다. 보통 1시간당 약 4cm 정도 타들어 가는 특성을 고려해, 구조물의 하중을 견딜 수 있는 충분한 너비로 설계하면 된다. 예를 들어 1시간의 내화 시간을 확보하려면 4cm를, 2시간을 확보하려면 8cm를 추가로 보강하는 식이다.

리모델링의 돌파구, 수직 증축의 가능성

전문가들은 시공의 편의성 또한 목조의 큰 장점으로 꼽는다. 목조 아파트는 공장에서 자재를 미리 가공해 현장에서 조립하는 '모듈러 주택' 방식과 유사하게 건설된다. 특히 리모델링 분야에서 목재의 가벼운 무게는 혁신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목재는 철근콘크리트 무게의 5분의 1 수준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프랑스 파리의 사례를 보면, 5층 높이의 756가구 규모 사회주택 옥상에 목재를 활용해 2개 층을 증축한 바 있다. 하중 부담이 적어 기존 건물의 구조 보강 없이도 공사가 가능했기에 주민들이 거주하는 상태에서 증축을 마칠 수 있었다. 국내 아파트 리모델링에서도 목조를 활용하면 하중을 줄여 더 많은 층수를 올릴 수 있고, 이는 곧 추가 가구 확보와 사업성 증대로 이어진다.

구 본부장은 대학병원 신축 제안 사례를 들며, 주차장을 유지하면서도 기둥만 세워 건물을 올릴 수 있는 목조의 이점을 언급했다. 다만, 개운산마을의 사례처럼 목조 아파트가 대중화되기 위해서는 방음 문제와 안전성 등을 하나씩 증명해 나가야 하는 과제가 남아 있다.

탄소 감축 제도의 개선 필요성

제도적인 보완도 요구된다. 목재는 전 생애 주기 동안 철근콘크리트보다 탄소 배출량이 적지만, 현재의 탄소 감축 계산법으로는 그 효과를 3분의 1 정도만 인정받는다. 이는 수입 목재를 사용할 경우 탄소 감축 기여도가 원산지 국가로 돌아가는 구조 때문이다. 한국의 목재 자급률은 20% 미만으로 수입 의존도가 매우 높다.

박 연구위원은 수입 목재의 탄소 저장량도 국내 탄소 감축 실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하는 외교적 노력과 함께, 장기적으로는 국내 목재 자급률을 높이는 정책이 병행되어야 한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