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윗과 합작법인 설립…2029년 스마트 조선소 가동 목표

HD현대가 미국 현지 조선소 건립을 시작으로 함정 제조, 조선소 자동화 시스템, 무인수상정 분야까지 사업 영역을 전방위로 넓힌다. 미국 건설·엔지니어링 전문 기업인 키윗(Kiewit)과 손을 잡고 선박 생산 거점을 마련하는 한편, 현지 기존 업체들에 선박 블록과 첨단 생산 기술을 공급하는 전략을 병행한다. 이는 마스가(MASGA)를 기점으로 단순 선박 건조를 넘어 무인화 솔루션과 생산 기술 전반을 아우르는 사업 확장을 꾀하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HD현대는 지난 22일(현지시간) 키윗과 합작법인인 HD키윗조선 설립을 위한 계약을 체결했다. 양측은 오는 2027년 신규 스마트 조선소의 착공을 목표로 삼고 있으며, 2029년부터는 본격적인 가동에 들어갈 예정이다. 해당 신규 조선소에서는 미 해군의 군수지원함과 상선을 건조하는 작업은 물론, 미국 내 타 조선소에 필요한 선박 모듈과 블록을 공급하는 사업 모델도 함께 검토 중이다.

HII와 기술 협력 강화…군수지원함 수주 정조준

신규 조선소가 완공되기 전부터 미국 시장 내 입지를 다지기 위한 사전 작업도 속도를 내고 있다. 미 해군의 군수지원함 수주를 최우선 과제로 설정하고, 기존 미국 조선업체들과 생산 업무를 분담하거나 기술 협력을 맺어 사업 기회를 선점하겠다는 구상이다. 특히 미국 최대 군함 건조업체인 HII와의 협력이 핵심이다. HII는 미시시피주 잉걸스 조선소와 버지니아주 뉴포트뉴스 조선소를 운영하며 항공모함, 핵추진잠수함, 구축함 등 미 해군의 주요 함정들을 제작하는 기업이다.

HD현대중공업은 지난해 4월 HII와 조선산업 생산성 제고 및 함정 건조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맺은 데 이어, 10월에는 AI와 로봇, 자동화 기술 협력 및 군수지원함·상선 공동 사업을 포함한 확장된 협약을 체결했다. 양사는 현재 미 해군의 차세대 군수지원함(NGLS) 사업에도 공동으로 대응하고 있다. 최근에는 실제 선박 블록 공급에 관한 구체적인 협의까지 진행 중이며, 미 해군이나 미국 해사청(MARAD)의 발주 물량을 확보해 현지 건조 기반을 단계적으로 구축할 계획이다.

정우만 HD현대중공업 함정·중형선 기획부문장(상무)은 지난 28일 열린 HD한국조선해양 3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키윗과의 협력은 지원함 수주를 우선적인 타깃으로 삼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초도 물량 2척을 한국에서 건조하는 동안 현지 설비 구축이 병행될 것이며, 그 과정에서 HII에 블록을 공급하는 방안도 논의 중"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전투함 분야는 추가적인 협의가 필요한 상황이며, 정 상무는 해상급유용 유조선인 콘솔탱커(CONSOL tanker)와 차량 운송용 로로선(RO-RO) 등을 구체적인 목표 선종으로 언급했다.

프레이저 조선소 현대화 및 안두릴과 무인함 기술 시연

HD현대는 직접적인 건조 외에도 미국 조선소의 생산성을 높이는 솔루션 사업에도 주력하고 있다. HD한국조선해양은 지난 7월 미국 프레이저 인더스트리와 조선소 현대화를 위한 MOU를 체결했다. 양사는 위스콘신주 슈피어에 위치한 프레이저 조선소를 시범 모델로 삼아 조선소 진단, 생산시설 배치 설계, 로봇 및 자동화 설비 도입, AI 기반 생산관리시스템 구축 등을 협력하기로 했다. 이는 국내에서 쌓은 스마트 생산 기술을 미국 현지에 이식해 설계부터 운영까지 노하우를 제공하는 수익 모델을 구축하려는 시도다.

무인함 분야에서는 방산기업 안두릴(Anduril Industries)과 협력을 넓히고 있다. HD현대중공업은 지난해 4월 안두릴과 무인수상정 공동 개발을 위한 MOU를 체결한 후, 11월에는 자율운항 수상정(ASV)의 설계 및 건조 계약까지 체결하며 협업을 구체화했다. 양사는 상업 및 군사용 플랫폼을 개발해 미 해군의 차세대 무인수상정 사업에 대응할 계획이다. 지난 19일에는 캘리포니아 롱비치항에서 368t급 시험선을 활용해 자율운항 기술 공동 시연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이때 HD한국조선해양의 통합 자율운항 솔루션 'VAone'과 안두릴의 '래티스(Lattice)' 플랫폼이 함께 탑재되어 기술력을 검증받았다.

정우만 상무는 미국 현지 생산 거점 확보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미국 사업을 위해서는 현지 거점이 필수적이기에 키윗 투자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한 미 행정부 및 해군과 향후 수주 물량을 협의하며 투자 규모를 확정해 나갈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