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연예계의 거목, 최불암 배우 별세

대한민국을 상징하는 명품 배우 최불암 씨가 향년 87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30일 초록우산 측의 발표에 따르면, 최 씨는 지난 29일 별세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그의 마지막 길은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장으로 치러질 예정이며, 황영기 초록우산 회장이 장례 위원장을 맡아 이끌게 된다. 현재 이수성 전 국무총리와 이낙연 전 국무총리 등이 장례 위원으로 참여하는 방안이 검토 중이며, 구체적인 위원회 구성은 확정되는 대로 대중에 공개될 방침이다.

소외된 이들을 향한 따뜻한 시선과 헌신

최불암 씨와 초록우산의 깊은 인연은 MBC 드라마 <전원일기>에서 시작되었다. 극 중 김 회장이 입양아 금동이를 가족으로 품어주는 서사를 연기하며, 최 씨는 실제 보호가 필요한 아이들의 처지에 깊은 관심을 갖게 되었다. 이러한 관심은 1980년대부터 초록우산 전국후원회장직을 오랫동안 수행하는 실천으로 이어졌다. 그는 단순한 명성 활용에 그치지 않고 직접 현장을 발로 뛰며 아이들을 만났다. 1994년에는 광고 수익을 모교인 인천신흥초등학교에 기부하는 등 나눔을 실천했다.

또한 사단법인 제로캠프의 이사장으로서 2013년부터 김천소년교도소 내 문화예술교육을 후원하며 소년수형자들의 교화와 자립을 도왔다. 2018년에는 수형자들이 직접 무대에 올린 뮤지컬 <안녕! 내일> 공연을 관람하며 그들을 격려하기도 했다.

파란만장했던 삶과 연기 인생의 궤적

1939년 6월 15일, 경기도 인천부 금곡정(현 인천광역시 제물포구 금곡동)에서 태어난 그는 황해도 해주시 출신 실향민인 아버지 최철 씨와 궁내 악사 가문 출신인 어머니 이명숙 여사의 아들로 태어났다. 독립운동을 위해 중국으로 떠났던 부친은 해방 후 귀국하여 인천에서 영화사와 <인천일보>를 운영했다. 어머니 이명숙 여사는 명동에서 문인들의 사랑방 역할을 했던 '은성' 주점을 운영하며 소설가 이봉구, 시인 김수영 등과 교류했다.

본래 연출 전공이었던 그는 연극 배우의 대타로 무대에 서며 연기 인생을 시작했다. 1959년 극단 '실험극회'에서 당시 한국 최연소 배우로 셰익스피어의 <햄릿>을 연기했으며, 이후 자진 입대하여 군 복무를 마쳤다. 1967년 KBS 6기 탤런트로 데뷔한 그는 28세의 나이에 <계유정난> 속 김종서 장군 역을 맡는 등 조기 노역을 수행했다. 이후 MBC <제1공화국>과 <제2공화국>에서 41세의 나이로 이승만 대통령 역을 맡으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수사반장과 전원일기, 그리고 정치적 행보

그의 이름을 상징하는 드라마는 단연 <수사반장>이다. 1971년부터 1989년까지 이어진 이 작품은 '최불암=수사반장'이라는 공식을 각인시켰다. 당시 박정희 전 대통령이 즐겨 보던 이 드라마는 육영수 여사가 최 씨에게 직접 전화해 흡연 장면을 줄여달라고 요청했을 만큼 큰 사회적 영향력을 가졌다. 또한, 22년 넘게 방영된 <전원일기>는 그에게 '국민 아버지'라는 별칭을 안겨주며 한국 드라마 역사상 최장수 기록을 세웠다.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주와의 인연도 각별하여, 정 회장으로부터 지게 지는 법을 배우거나 그의 자택에 초청받는 등 특별한 관계를 유지했다.

정치권 진출도 화려했다. 1992년 통일국민당 비례대표로 제14대 국회의원이 된 그는 정주영 명예회장의 의원직 사퇴로 승계했다. 이후 15대 총선에서는 서울 영등포 을 지역구에 도전했으나, 당시 김민석 후보의 '최불암은 무대로, 김민석은 국회로'라는 슬로건에 밀려 낙선했다. 낙선 직후 그는 다시 <전원일기>로 복귀하며 국민적 사랑을 이어갔다.

마지막 안식과 남겨진 이들

최근까지도 그는 KBS <한국인의 밥상>을 통해 시청자들과 소통해 왔으나, 2025년 4월 건강상의 이유로 하차한 바 있다. 고인의 빈소는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되었으며, 오전 10시부터 조문객을 맞이한다. 유족으로는 배우 김민자와 아들 동녘, 딸 동비 씨가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