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의 집념이 일궈낸 복합문화공간
어머니는 그 어느 때보다 가벼운 몸으로 여행을 떠날 수 있게 되었다. 가족만의 영토인 시골에서 본인이 원하는 방식대로 자유롭게 존재하도록 놓아드린 날을 기념하며, 나는 둔내 석문리로 향했다. 석문리는 이름처럼 돌이 많은 곳이다. 이곳에서 어린 시절 선암소 계곡으로 소풍을 갔던 추억을 간직한 라우식 대표를 만났다. 그는 해당 부지를 매입해 2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모든 열정을 쏟아부어, 미술관급 규모를 갖춘 갤러리 카페이자 복합문화공간을 완성해냈다.
처음 마주한 현장은 실제 농사를 짓는 마을 한복판이라는 위치부터 생경했다. 이어 3000평에 달하는 압도적인 면적과 건축물의 우아함이 눈을 사로잡았고, 마지막으로는 라 대표의 얼굴에 새겨진 노고가 깊은 울림을 주었다. 서울에서 횡성한우 고깃집을 운영하며 부를 쌓았던 그녀는 안락한 삶을 뒤로하고, 50세가 넘은 나이에 고향에서 꿈을 실현하기 위해 수많은 땀방울을 흘려왔다.
이우환의 그림에서 발견한 예술의 길
약 10년 전, 미술 시장이 활황하던 시기에 공간 연출에 관심이 많던 라 대표는 누군가로부터 이우환 작가를 추천받았다. 당시 미술에 대한 전문 지식은 전무했다. 왜 이우환이어야 하는지, 왜 10억이라는 거액이 책정되었는지 의문이 들었지만, 그녀는 직접 경험해보기로 결심했다. 10억 원의 보증금을 걸고 그림 한 점을 대여해 1년 동안 관찰하며 예술을 익혔다. 라 대표는 그림 속에서 길을 발견할 때 기분이 고양된다고 회상했다.
도시 생활을 선호하는 남편과 달리, 아내는 주로 시골집에서 홀로 조각과 그림을 감상하며 시간을 보낸다. 이러한 개인적인 즐거움을 타인과 나누고 싶다는 생각에, 그녀는 적적한 시골 마을에 미술관 카페라는 문을 열어 사람들을 초대하게 되었다. 덕분에 '모스트 석문'의 모든 공간은 일반적인 카페보다는 미술관의 성격이 짙다. 단순히 볼거리를 위해 그림을 걸어둔 흔한 대형 카페와 달리, 이곳은 한 개인의 취향이 응축된 예술품들을 대중과 격식 없이 만날 수 있도록 설계된 맞춤형 공간이다.
폐철로의 흔적을 승화시킨 설치 예술
공간의 정체성은 작품에서도 드러난다. 폐철로 아래에 깔려 있던 작은 돌들을 모아 제작된 이재효 작가의 대형 설치물은 기성품을 구매한 것이 아니라, 2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모스트 석문의 콘셉트에 맞춰 주문 제작된 결과물이다. 라 대표는 이 작품이 과거 철로의 기능이 사라진 자리에서 녹물이 스며든 자신의 역사를 증명하는 듯하다고 설명한다. 그 옆에 머물면 돌들이 공중에서 흔들리며 만들어내는 빛과 소리, 미세한 움직임이 저마다의 이야기를 건네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예술적 감동 뒤에는 맛있는 식사가 기다린다. 토마토소스를 곁들인 주머니빵과 소고기 라구 파스타로 구성된 런치 세트는 합리적인 가격과 훌륭한 맛을 자랑한다. 정화조를 가리기 위해 조성했다는 중정의 돌 정원은 몇 시간이고 머물고 싶을 만큼 매력적이며, 편안한 의자와 이배 작가의 그림까지 갖춰져 있다. 마을 상점에서 들려오는 '고마워유'라는 정겨운 인사를 사랑했던 어머니의 생생한 감각을 떠올리며, 나는 이 아름다운 공간을 만들어준 그녀에게 진심 어린 감사를 전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