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 뒤에 숨겨진 비용 전가 논란

“쿠팡은 찬사를 받을 만한 혁신 기업이지만, 비용을 전가해 이익 구조를 개편하려 한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2021년 8월 11일, 공정거래위원회 전원회의에서 한 위원이 쿠팡의 ‘최저가 매칭’ 불공정거래 사건을 심의하며 남긴 경고다. 혁신적인 성과를 인정하더라도, 가격 경쟁 과정에서 발생하는 손실을 납품업체에 떠넘기는 행위는 정당화될 수 없다는 뜻이다.

이러한 우려는 5년이 지난 올해 2월에도 되풀이됐다. 공정위는 쿠팡이 경쟁사보다 낮은 가격을 유지하며 발생한 손실을 납품업체의 광고비로 충당하게 하거나, 자체적인 목표 이익률을 달성하기 위해 납품 단가를 인하하도록 압박한 행위에 대해 제재를 가했다. 사건의 구체적인 방식은 제각기 달랐으나, 쿠팡의 수익성 정책에 따른 부담을 납품업체에 상시로 전가하며 재고와 손실 위험을 떠넘기는 구조적 문제는 동일했다는 것이 공정위의 지적이다.

10년간의 기록, 반복되는 불공정 관행

이데일리가 최근 10년 동안의 공정위 의결서와 속기록을 인공지능(AI) 텍스트 마이닝 기법으로 전수 조사한 결과, 쿠팡 관련 의결서는 총 16건으로 나타났다. 특히 대규모유통업법 위반 사례에서 납품업체에 비용을 전가하는 행위가 빈번하게 포착됐다. 최근 맞춤형 쿠폰 비용 전가 의혹과 관련된 현장 조사 거부 사태까지 포함하면, 지난 10년간 유사한 문제가 세 차례나 불거진 셈이다. 이는 납품업체에 비용을 전가하는 거래 관행이 근절되지 않고 오히려 고착화되고 있다는 비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 2021년 발생한 ‘최저가 매칭’ 사건을 들 수 있다. 공정위 조사에 따르면 쿠팡은 2017년부터 2020년 9월까지 101개 납품업체를 대상으로, 경쟁 온라인몰의 가격에 맞춰 360개 품목의 가격 인상을 요구했다. 이는 최저가 경쟁에서 발생하는 마진 손실을 방어하기 위한 조치였다. 또한 128개 업체에 213건의 광고 구매를 요구한 사실도 드러났다. 공정위는 쿠팡이 스스로 결정한 가격 정책에 따른 손실을 납품업체의 광고비로 보전하려 했다고 판단했다.

올해 2월 제재를 받은 대규모유통업법 위반 사건에서도 비슷한 양상이 확인됐다. 쿠팡은 목표 이익률이 미달할 경우 납품 단가를 낮추라고 요구했으며, 이 과정에서 발주를 줄이거나 중단할 수 있음을 암시하며 업체들을 압박했다. 광고비 등 추가 비용 요구도 병행됐다. 공정위는 쿠팡이 마진 손실을 납품업체에 전가했으나, 정작 납품업체는 그에 상응하는 이익을 얻지 못한 것으로 분석했다. 지난 8월 발생한 현장 조사 거부 사태의 핵심인 ‘맞춤형 쿠폰 비용 전가’ 의혹 역시 할인 비용을 납품업체에 떠넘겼는지 여부가 쟁점이다.

기업 규모 확대와 계열사로 번지는 리스크

공정위 안팎에서는 쿠팡이 반복적인 법 위반으로 인해 과징금이 가중될 것을 우려해 강경 대응에 나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현행 대규모유통업법 고시에 따르면 최근 3년 내 위반 전력이 있을 경우 과징금을 최대 50%까지 가중할 수 있다. 현재 공정위는 이 기준을 최근 5년으로 넓히고, 단 한 차례의 위반만으로도 50%, 누적 횟수에 따라 최대 100%까지 가중하는 개정안을 추진 중이다. 다만 실제 적용은 이전 처분 시기와 구체적 요건을 따져 결정된다.

쿠팡의 몸집이 2016년 16억 7500만 달러에서 2025년 345억 3400만 달러 규모로 약 20.6배 성장하면서, 불공정거래 문제는 본사를 넘어 계열사로 확산하고 있다. 2024년 2월에는 PB 자회사인 씨피엘비(CPLB)가 허위 단가를 적시한 하도급 발주서 3만 1405건을 발급해 제재를 받았으며, 관련 금액은 약 1134억 원에 달했다. 또한 올해 5월에는 물류 자회사인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CLS)가 550개 수급사업자에 대한 계약서 1047건을 지연 발급하고, 행정처분 비용을 하청업체에 전가하는 부당특약을 설정한 사실이 밝혀졌다.

전문가들은 쿠팡이 최저가 경쟁과 수익성 확보를 위해 납품업체에 부담을 반복적으로 떠넘기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황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쿠팡이 한국식 영업 방식과 미국식 지배구조가 결합한 독특한 형태를 띠고 있어 반복적 위반이 발생한다고 분석했다. 그는 제도적 규제 강화와 더불어 기업 스스로 실효성 있는 내부 준법통제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