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로 돌파구 찾은 중국 완성차의 무서운 성장세
중국 자동차 제조사들이 해외 시장을 향한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들은 치열한 내수 시장에서 다져온 제품 경쟁력을 바탕으로 단순한 '저가형' 이미지를 탈피하는 한편, 철저한 현지화 전략을 통해 고객층을 확장 중이다. 특히 금융 상품을 활용해 구매 문턱을 낮추고, 기존의 탄탄한 판매 및 정비 인프라를 구축하며 시장 점유율을 확보해 나가고 있다.
지난달 31일 파이낸셜타임스(FT)의 보도에 따르면, 비야디(BYD)의 올해 3분기 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28.1% 급증한 100억 2000만 위안(약 2조 100억 원)에 달했다. 매출 규모 역시 지난해보다 13.6% 증가한 2214억 8800만 위안(약 44조 4300억 원)을 기록했다. 이러한 성과는 내수 부진을 해외 실적으로 상쇄한 결과로 풀이된다. 비야디의 올해 1~9월 누적 판매량은 313만 1576대로 전년 대비 3.9% 감소했으나, 해외 판매량은 약 133만 7800대를 기록하며 91.9%라는 폭발적인 성장률을 보였다.
이러한 추세는 업계 전반에서 관찰된다. 중국 정부가 과도한 가격 경쟁을 제어하기 시작하면서 해외 시장의 비중이 더욱 커졌기 때문이다. 체리자동차그룹의 경우, 올해 9월까지의 수출량은 전년 대비 65.6% 늘어났지만, 수출을 제외한 내수 판매 추정치는 38.8% 급감하며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중국자동차공업협회(CAAM) 자료에 따르면, 올해 1~9월 중국 내수 판매량은 전년 동기보다 22.4% 줄어든 반면, 수출량은 820만 5000대로 65.8% 증가하며 시장의 무게중심이 해외로 이동하고 있음을 증명했다.
단순 저가를 넘어선 상품성 강화와 현지화 전략
중국차의 약진을 단순히 저가 공세를 통한 '물량 밀어내기'로만 해석하기는 어렵다. 가격 경쟁력에 더해 제품 자체의 질적 수준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한 수입차 업계 관계자는 기존 완성차 기업들이 비용 절감을 위해 기능을 축소하는 데 주력한 반면, 중국 업체들은 치열한 내수 경쟁 속에서 오히려 다양한 기능을 추가하는 데 집중했다고 분석했다. 즉, 다양한 편의 사양이 기본적으로 탑재되어 있다는 점이 중국차의 핵심 경쟁력이다.
현지 맞춤형 전략도 성과를 거두고 있다. 중국 기업들은 한국, 일본, 영국, 프랑스 등 주요 자동차 시장 출신의 전문가들을 영입해 제품군을 다양화하고 시스템을 현지 환경에 최적화했다. 특히 지난해부터는 순수 전기차 외에도 충전 스트레스가 적은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 모델로 라인업을 확장했다. 이와 함께 딜러망과 현지 정비 네트워크를 연계한 서비스 체계도 강화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은 실제 구매 의향으로 나타나고 있다. 영국 매체 카와우의 지난 8월 조사 결과, 영국 운전자의 49%가 차량 구매 시 중국 브랜드를 고려하겠다고 답했으며, 이 중 42%는 그 이유로 '가성비'를 꼽았다. 브랜드 인지도 역시 급격히 상승해 재쿠는 46%에서 69%로, 체리자동차는 16%에서 50%로 높아졌다. 한국 시장에서도 중국 브랜드의 신규 등록 대수는 올해 1~9월 기준 2만 186대를 기록하며, 지난해 전체 등록량인 6107대의 3배를 상회했다.
기존 업계의 대응: 금융 상품과 서비스 품질로 승부
기존 완성차 업체들은 직접적인 가격 인하 대신 금융 상품을 통해 고객 이탈을 막는 '방어전'을 펼치고 있다. 잦은 가격 변동은 기존 고객이 보유한 중고차 가치를 떨어뜨려 브랜드 신뢰도를 저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승조 현대자동차 재경본부장(부사장)은 3분기 실적 발표에서 테슬라나 중국 업체처럼 가격을 수시로 조정하는 것은 고객과의 약속을 저해하는 방식이라고 지적했다. 현대차는 잔존가치 유예 할부 제도를 운영하며, 중국 업체들이 따라오기 힘든 수준의 낮은 월 납입금을 유지해 시장을 방어하고 있다.
안정적인 판매 및 서비스망을 활용한 차별화 전략도 이어지고 있다. 르노는 유럽 소비자들의 특성을 고려해 신뢰도 높은 지역 딜러망 확충에 집중하고 있으며, 스텔란티스는 지난 7월 폴란드에서 푸조와 오펠 등 주요 브랜드의 공식 서비스 이용 시 최대 8년(16만km)까지 보증하는 프로그램을 선보였다. 현대차 또한 정비 서비스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부품 수급에 일주일 이상 소요되는 테슬라나 중국 업체들과 달리, 부품을 하루 내에 처리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 서비스 격차를 벌리겠다는 전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