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응급센터장 사직과 의료계의 반발
경찰의 압수수색 대상이 되었던 아주대병원 소아전문응급의료센터의 이지숙 센터장이 사직 의사를 밝혔다. 전국 단위의 소아전문응급의료센터장들은 필수의료가 이루어지는 응급실 현장에 대한 무분별한 수사기관의 압수수색을 방지하기 위해, 명확한 기준이 담긴 수사 가이드라인을 수립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한소아응급의학회와 소아전문응급의료센터협의회는 30일 오전 서울 대한의사협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 자리에서 이지숙 센터장은 전날 병원 측에 사표를 제출했음을 알리며, 그간 겪어온 깊은 고민과 고충을 이해해 줄 것을 당부했다. 앞서 지난 27일에는 해당 병원의 소아응급센터 교수 7명이 사직 의사를 표명한 바 있다.
집단행동 프레임 거부와 진료 지속 강조
이 센터장은 이번 사태를 두고 '집단행동'이나 '집단 사직'과 같은 용어로 규정하는 것에 대해 강한 거부감을 드러냈다. 그는 특정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프레임을 짜고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고 선을 그으며, 사직서 제출은 개인의 사정과 직업 선택의 자유에 따른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현재도 소아전문센터는 모든 환자에 대해 정상적인 진료를 수행하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압수수색 논란의 배경과 경찰의 사과
이번 논란은 지난 7월 15일, 아주대병원에서 생후 4개월 된 영아가 청색증 치료를 받던 중 사망한 사건에서 비롯되었다. 유족 측이 한 달 뒤 의료진을 상대로 고소를 진행하자, 경기남부경찰청은 지난달 30일 소아전문응급의료센터에 대한 압수수색을 단행했다. 경찰은 진료에 차질이 없도록 병원과 사전에 협의했다고 주장하나, 의료계는 이번 조치가 응급환자 진료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쳤다며 맞서고 있다.
이 센터장은 기자회견을 통해 경찰 고위 관계자들이 병원을 방문해 응급의료 현장에 대한 이해 부족을 인정하고 사과했다고 전했다. 다만, 지난 7월 영아 사망 당시 경찰의 진료 현장 진입 방식과 9월 30일 자 압수수색이 이루어진 구체적인 경위에 대해서는 여전히 납득할 만한 설명을 듣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의료계가 요구하는 수사 가이드라인
학회 측은 응급실이 CCTV와 전산 기록, 부검 등을 통해 진료 과정과 원인을 투명하게 증명할 수 있는 곳임을 강조하며, 수사관들이 진료 공간에 직접 진입하지 않더라도 충분한 조사가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보건복지부와 경찰청은 관련 가이드라인 마련에 착수했다. 학회는 가이드라인에 응급실·중환자실·분만실 등 필수 의료 현장의 압수수색을 원칙적으로 제한하는 내용, 법원 영장 심사 시 의료 전문가의 감정 의견 반영, 무분별한 영장 집행을 통제할 장치, 그리고 통상적인 사망 사건에 대한 과도한 현장 조사 관행 개선 등을 포함할 것을 강력히 요구했다.
한편, 김택우 대한의사협회 회장은 이날 서대문구 소재 경찰청 앞에서 소아응급센터 압수수색을 규탄하는 1인 시위를 진행했다. 의협 측은 김 회장의 시위를 시작으로 향후 관련 행동을 지속해 나갈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