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입생 없는 대학원, 심각한 공동화 현상
국내 고등교육의 핵심인 대학원이 심각한 공동화 현상을 겪고 있다. 서울대학교조차 신입생 등록자가 단 한 명도 없는 모집단위가 속출하고 있으며, 부산대학교의 상황은 더욱 심각한 수준이다. 부산대학교는 '서울대 10개 만들기' 지원 대상임에도 불구하고, 대학원 모집단위 10곳 중 4곳꼴로 신입생 등록자가 전무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안규백 의원이 부산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전·후기 석박사 모집단위 934개 중 388개(41.54%)에서 신입생 등록자가 0명이었다. 계열별로는 의학 분야가 102개 중 57개(55.88%)로 가장 높은 미충원율을 보였으며, 이어 인문·사회(43.75%), 자연과학(40.11%), 공학(38.89%) 순으로 나타났다. 이는 예방의학, 임상, 보건정책 등의 분야가 학생들의 관심을 얻지 못했음을 시사한다.
무너지는 연구 생태계와 교육 재정의 불균형
서울대학교 역시 대학원 공동화 문제를 피하지 못했다. 안규백 의원이 서울대에서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석·박사 과정 중 신입생이 없는 모집단위는 평균 15.1%였으며 올해는 14.5%를 기록했다. 전국 일반대학원 188곳 중 86%가 정원을 채우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며, 이러한 미달 현상은 문과와 이과를 가리지 않고 나타나고 있다.
연구 환경의 악화는 교수 이탈로도 이어지고 있다. 서지영 국민의힘 의원이 교육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서울대를 제외한 9개 거점 국립대학교에서 2021년부터 2025년 5월까지 총 323명의 교수가 학교를 떠났다. 대학원 진학 대신 취업을 선택하는 학생들과 교수의 이탈이 맞물리며 연구 생태계 자체가 붕괴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교육 재정의 불균형도 문제의 핵심이다. OECD 교육 지표에 따르면 한국의 대학·대학원생 1인당 공교육비는 1만 6479달러로 OECD 평균의 72% 수준인 반면, 중고교생 대상 공교육비는 2만 1980달러로 평균의 145%에 달한다. 고등교육에 대한 투자 부족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지표다. 또한 한국대학교육협의회의 설문 결과, AX(AI 전환) 투자 비용을 자체적으로 조달할 수 있는 대학은 응답 대학 144곳 중 단 한 곳도 없었다.
인재 양성을 위한 병역특례 확대와 전략적 대응
반도체 산업의 핵심인 석·박사급 인력 확보를 위해 제도적 보완이 시급하다. 4대 과학기술원(KAIST, UNIST, GIST, DGIST)의 2027학년도 수시모집 지원자 수는 전년 대비 36.5% 증가하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는데, 이는 AI와 반도체 등 이공계 집중 육성책에 대한 수험생들의 민감한 반응으로 풀이된다.
병역 제도의 변화도 논의되고 있다. 황정아 의원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국정감사에서 14년 만에 재개되는 대기업 AI 분야 석·박사 전문연구요원 병역특례를 '3년 한시'가 아닌 상시 제도로 전환할 것을 강력히 주장했다. 이에 대해 배경훈 장관도 긍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정부는 2029년까지 대기업 연구소에 120명의 전문연구요원을 배정할 계획이지만, 이를 반도체·디스플레이, 이차전지, 우주환경 등 12개 국가전략기술 분야로 확대하고 상시화할 필요가 있다.
정부와 지자체는 서남권 반도체 클러스터 구축을 위해 향후 5년간 2만 3000명 이상의 핵심 인재 양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전남대는 2028년 3월 첨단반도체공학부를 신설해 200명의 신입생을 모집할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용인과 호남 클러스터에 14개 팹이 완공될 경우 8만 5000명 이상의 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으며, 공장 건설만큼이나 빠른 인재 양성 속도전이 요구된다고 강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