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태로운 청년 정신건강, 응급실로 몰리는 어린 환자들
청소년과 청년층의 정신건강 위기가 심각한 수준으로 치닫고 있다. 2014년부터 2023년 사이 소아·청소년의 자해 및 자살 시도는 무려 553.1%나 급증했다. 이러한 추세는 응급실 통계에서도 드러나는데, 자해나 자살로 응급실을 방문한 환자 중 10대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5년 8.5%에서 2025년 18.7%로 두 배 이상 늘어났다. 국가데이터처의 2025년 사망원인통계에 따르면, 자살은 10대부터 40대 사이에서 사망 원인 1위를 기록했다. 특히 20대 사망자의 53.5%, 30대 사망자의 42.3%가 자살로 인해 목숨을 잃었으며, 전체 자살 사망자 수는 전년 대비 감소했음에도 10대의 자살률은 오히려 상승했다. 우울증 진료 인원 역시 20대 기준으로 2017년 7만 8016명에서 2021년 17만 7166명으로 127.1% 급증했으며, 불안장애 진료 환자도 같은 기간 86.8% 증가해 청년층의 치료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었음을 보여준다.
윤희경 용인정신병원 스마트낮병원 센터장은 최근의 응급입원 현장을 목격하며 젊은 환자들의 비중이 너무 높아 지켜보기 힘들 정도라고 전했다. 지난 9월 이 병원에 응급입원한 105명 중 자살과 자해 문제로 입원한 환자는 57명이었으며, 이들 중 절반이 넘는 31명(54.4%)이 25세 미만이었다. 올해 1월부터 7월까지의 35세 미만 입원 사례 457건을 분석한 결과, 201건(44.0%)이 자살 및 자해로 인해 입원하게 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타인에 대한 위협이나 폭행이 149건(32.6%), 정신과적 증상의 악화가 79건(17.3%)을 기록했다. 이는 단일 병원의 사례일 뿐이나, 젊은 층의 응급입원 사유에서 자해와 자살이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크다는 사실을 뒷받침한다.
개인의 나약함 아닌 사회적 구조의 문제
대한신경정신의학회와 전문가들은 이러한 위기를 단순히 개인의 의지나 나약함의 문제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한다. 이소희 국립중앙의료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이자 학회 대외협력홍보위원장은 청년들의 위기가 학업 경쟁, 가족 및 또래와의 갈등, 취업난, 경제적 압박, 그리고 사회적 고립이 개인의 취약성과 맞물려 발생하는 구조적 문제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국무조정실의 '2024년 청년의 삶 실태조사'에 따르면, 19~34세 청년의 32.2%가 최근 1년간 번아웃을 경험했으며 그 주된 원인은 진로에 대한 불안(39.1%)이었다. 또한 이들 중 8.8%가 우울 증상을, 5.2%가 고립 또는 은둔 상태에 놓여 있었다. 취업 실패로 인한 관계 단절과 장기 고립이 다시 사회 복귀를 어렵게 만드는 악순환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임상 현장에서는 소셜미디어(SNS)를 통한 타인과의 비교가 청년들을 자기 비난으로 몰아넣는 현상에도 주목하고 있다. 윤 센터장은 SNS를 통해 타인의 성취를 접하며 스스로 뒤처진다고 느끼는 청년들이 많다고 언급했다. 다만 자해와 자살의 원인을 단일 요인으로 규정하기는 어렵기에, 우울증 같은 기저질환 여부와 가족·또래 관계, 자해를 통해 해소하려는 감정 등을 개별적으로 정밀하게 평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복적인 자해는 자살 행동으로 이어질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치료의 공백과 '따뜻한 인계'의 필요성
위험 신호를 감지하더라도 적기 치료를 받기까지의 시간적 공백이 큰 걸림돌이다. 국내 연구에 따르면 첫 증상 발현 후 치료를 받기까지 평균 1년 6개월, 지역사회 연구에서는 중앙값이 약 2년 3개월에 달했다. 비용 부담과 사회적 편견도 치료를 가로막는다. 실태조사에서 전문 상담이 필요함에도 받지 못한 청년의 38.6%가 비용 문제 때문이라고 답했다. 또한 병원 퇴원 후 지역사회 서비스로의 연계도 원활하지 않다. 용인정신병원의 올해 1~7월 35세 미만 퇴원 환자 617건을 분석하니, 507건(82.2%)이 보건소 등 지역 정신건강 서비스 연계에 동의하지 않았다. 응급입원 환자의 비동의율은 81.0%, 일반입원 환자는 83.1%로 나타났다.
정신과 퇴원 후 첫 3개월은 자살 위험이 매우 높은 시기라는 점을 고려할 때, 퇴원 후 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윤 센터장은 최대 72시간인 응급입원 기간을 단순 안정을 넘어선 '치료의 첫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입원 초기에 위험 요인을 파악해 안전 계획을 세우고, 퇴원 전 다음 진료를 예약하는 등 퇴원 후 90일간 지속적인 연락과 진료가 이어지는 '따뜻한 인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는 '조기 발견 및 연계, 적극적 치료, 사회 복귀'로 이어지는 3단계 안전망 구축을 촉구하고 있다. 이소희 위원장은 새로운 조직 신설보다 기존 의료·복지 체계의 연결이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학회는 국가건강검진 문진의 정밀화, 대학 및 청년센터와 지역 의원 간의 빠른 연계, 그리고 초발 청년 환자를 위한 '청년 초기 집중관리 수가' 신설을 요구하고 있다. 또한 자해·자살 시도 환자의 사후관리 기준을 강화하고, 고립 청년의 관계 회복 및 직장 복귀 시 업무 부담을 조정하는 등 의료기관과 기업, 교육·고용 당국이 함께 참여하는 통합적 지원 체계가 마련되어야 한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