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만에 계약 실적 반토막, 엇박자 난 주거 정책

서울시가 노인층의 소외감을 완화하고 대학생들의 주거비 부담을 경감하고자 추진 중인 ‘한지붕 세대공감’ 사업이 수요자와 공급자 간의 기대치 차이로 인해 침체 국면에 접어들었다. 9월 말 기준 올해 계약 건수는 32건에 머물며, 이는 코로나19 확산기였던 2021년의 28건과 유사한 저조한 수치다. 2023년 101건까지 늘어났던 계약 실적은 2024년 68건을 거쳐 지난해 51건으로 급감하며, 불과 2년 사이에 계약 규모가 절반 수준으로 쪼그라든 양상을 보이고 있다.

해당 사업은 만 60세 이상의 주택 소유주가 남는 방을 대학생에게 임대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학생들은 보증금 없이 시세의 절반 정도인 저렴한 월세로 거주할 수 있고, 집주인은 방 한 칸당 최대 100만 원의 주거 환경 개선비를 지원받는다. 어르신에게는 임대 수익과 정서적 교류를, 학생에게는 경제적 주거 공간을 제공한다는 취지로 시작되었으나 실질적인 운영 면에서는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사생활 침해 우려와 월세 눈높이 차이가 갈등 요인

사업 부진의 핵심 원인은 집주인과 대학생이 요구하는 적정 월세 및 주거 환경이 서로 다르다는 점에 있다. 서울시의 한 자치구 관계자에 따르면, 집주인들은 월세로 50만 원 이상의 수익을 기대하는 반면, 학생들은 50만 원을 사실상 심리적 마지노선으로 여기고 있다. 학생들은 월세가 50만 원을 초과할 경우, 낯선 이와 생활 공간을 공유하는 불편함을 감수하기보다는 사생활이 철저히 보장되는 일반 원룸을 선택하는 경향이 뚜렷하다.

노후 주택의 열악한 조건도 큰 걸림돌이다. 도배나 장판을 교체하더라도 현관, 주방, 화장실 등 공용 공간을 집주인과 함께 써야 하는 구조적 문제가 존재한다. 여기에 통금 시간이나 취사 제한 같은 생활 규칙까지 더해지면 학생들에게는 큰 부담이 된다. 반대로 집주인 역시 낯선 사람과 집을 공유하는 것에 대한 심리적 거부감이 있어, 단순한 임대 수익만으로는 참여를 유도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또한 자치구의 중개 역할이 미흡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담당자가 계약 전 주택 상태를 직접 확인하는 과정이 누락되는 경우가 있어, 실제 거주 환경이나 규칙을 사전에 파악하기 어렵다는 점이 계약 포기로 이어진다.

전문가들 "세대 분리형 주택 도입 및 체험 제도 필요"

전문가들은 단순한 비용 절감을 넘어 청년들의 주거 독립성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재설계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정재훈 단국대 교수는 노후 주택의 환경 문제와 청년층의 사생활 보호 욕구가 충돌하는 것이 근본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정 교수는 부분적인 수리보다는 현관과 생활 공간이 분리된 세대 분리형 주택 도입을 권장하며, 자치구의 매칭 기능을 강화하고 세대 간 교류 시 추가적인 월세 지원 혜택을 주는 방안을 제시했다.

신보연 세종대 교수 역시 사업 부진의 원인이 홍보 부족이 아닌, 저렴한 월세 대비 실제 거주 시 발생하는 불편함에 있다고 진단했다. 신 교수는 학생들이 통금이나 취사 제한 같은 규칙에 느끼는 압박이 크고, 어르신들 또한 일회성 수리 지원만으로는 타인을 들이는 부담을 이기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계약 전 2주에서 한 달간 미리 살아보는 '체험 거주제'를 제안했으며, 입주 대상을 대학원생과 유학생, 사회초년생까지 넓히고 자치구에는 분쟁 조정 창구와 인센티브를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