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목동에 조성된 KT 이노베이션 센터는 인공지능(AI) 시대를 대비한 차세대 데이터센터의 미래를 미리 보여주고 있다. 이곳에서는 고성능 서버의 열기를 액체로 식히는 기술을 시험하거나, 그래픽처리장치(GPU) 없이도 고도의 냉각 성능을 구현하는 등 혁신적인 기술 검증이 활발히 진행 중이다. 시설의 이상 유무를 스스로 점검하는 자율주행 로봇의 움직임 또한 데이터센터 운영 환경의 급격한 변화를 체감하게 한다.

엔비디아 루빈 대비한 고밀도 냉각 기술 검증

지하 2층부터 지상 12층 규모로 운영되는 2센터는 6개 층이 서버실로 활용되며, 나머지는 전력과 냉각 설비 등 운영 필수 공간으로 채워져 있다. 전력 사용량에 따라 구획된 멀티존과 CDN 연계가 가능한 하이브리드존이 특징이다. 특히 지난해 개소한 이노베이션 센터는 자체 개발한 시험 장비와 서버를 투입해 차세대 AI 인프라에 필수적인 전력 및 냉각 기술을 검증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이곳에서 주목받는 기술은 액체 냉각 방식이다. 서버에 냉각 장치를 밀착시킨 뒤 내부로 냉각수를 흘려 열을 직접 제거하는 구조로, 차가운 공기를 순환시키는 기존 공랭식보다 전력 소비를 20~30%가량 절감할 수 있다. 또한 KT가 자체 개발한 '수랭식 부하기'는 실제 GPU 서버와 유사한 열을 발생시켜 냉각 성능을 테스트한다. 이 장비는 랙형 기준 최대 140kW의 열부하를 구현할 수 있어, 고가의 서버를 직접 투입하는 위험과 비용 부담 없이도 엔비디아 루빈(Rubin) 도입에 필요한 인프라 설계 조건을 정밀하게 검토할 수 있게 한다.

점검 자동화를 위한 로봇 기술도 실증 중이다. 기존에는 자율주행 기술을 활용해 서버실 관제를 시도했으며, 올해는 보스턴다이내믹스의 4족 보행 로봇 '스팟(Spot)'을 활용한 2단계 실증을 추진한다. 로봇이 수집한 데이터를 운영 플랫폼과 연계해 설비의 이상 징후를 조기에 발견하고 점검 업무를 자동화하는 것이 목표다.

48시간 버티는 비상 전력과 재난 대비 시스템

이노베이션 센터가 미래 기술의 시험대라면, 목동 2센터의 나머지 시설은 현재의 서비스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데 주력한다. 1층 통합관제실은 목동을 포함한 수도권 주요 데이터센터 12곳의 서버, 네트워크, 전력, 냉각 상태를 24시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한다. 전력 공급 경로를 이중화하여 한쪽 계통에 문제가 생겨도 다른 경로로 전기를 공급할 수 있으며, 인근 1센터와는 캠퍼스 네트워크로 연결되어 재해복구(DR) 체계도 구축되어 있다.

지하 2층 비상발전실에는 3900kW 용량의 디젤발전기 12대가 배치되어 총 4만6000kW의 설비 용량을 갖췄다. 이는 한전 공급 전력인 4만kW를 상회하는 수준이다. 비축된 40만 리터의 경유를 바탕으로 외부 전력 없이도 약 48시간 동안 자체 발전이 가능하다. 정전 발생 시 UPS가 즉각 전력을 공급해 서버 중단을 막고, 30초 이내에 비상발전기가 가동되어 1분 안에 전력 공급을 안정화한다. 또한 예비 발전기 확보와 인근 주유소 2곳을 통한 연료 공급 체계로 장기 정전에도 대비했다.

안전 설계 역시 철저하다. 건물 2.5층에는 84개의 면진장치를 설치해 지진의 진동을 상부로 전달되지 않도록 조치했으며, 규모 7.0의 지진에도 정상 운영이 가능하도록 설계했다. 침수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주요 전력 및 냉각 설비는 지상 3층에 배치했다.

에너지 효율 극대화하는 에어터널과 글로벌 협업

전력 효율을 높이기 위한 설계도 눈에 띈다. 4층부터 옥상까지 이어지는 '에어터널'은 외부의 차가운 공기를 유입시켜 서버실을 식히는 역할을 한다. 외기 온도가 15도 미만일 때는 외기 냉각을 사용하고, 기온이 높아지면 냉동기 방식으로 자동 전환되어 PUE(전력사용효율)를 기존 대비 약 30% 개선했다.

KT는 슈나이더 일렉트릭, 버티브 등 글로벌 전문 기업과도 협업을 강화하고 있다. 슈나이더 일렉트릭과는 모듈형 데이터센터 전력 인프라를 공동 연구하며, 버티브와는 전력과 액체 냉각을 통합한 설계 최적화를 추진 중이다. 이러한 협업 모델은 향후 군산 데이터센터의 모듈형 인프라 솔루션 적용에도 활용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