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에이전트로 재편되는 SKT의 업무 방식

SK텔레콤이 인공지능(AI)을 단순한 도구로 사용하는 단계를 지나, 기업 전체의 경영 효율과 업무 성과를 근본적으로 개선하기 위한 조직 체질 개선에 돌입한다. 개별 직원이 AI를 활용하는 수준을 넘어 조직의 일하는 방식 자체를 재설계하겠다는 구상이다. 운영 비용의 효율성과 실질적인 업무 성과를 면밀히 분석하여 실효성 있는 변화를 끌어내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지난 30일 경기도 이천 연수원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SK텔레콤은 이러한 변화의 청사진을 공개했다. 현재까지 사내에서 직접 AI 에이전트를 제작해 본 인원은 4,000명을 돌파했으며, 직원 대다수가 최소 한 번 이상의 에이전트 제작 경험을 보유하고 있다. 이 중 정기적으로 업무에 활용되는 에이전트 규모는 약 1,500개에 달한다.

기술적 장벽과 보안 문제 해결을 위한 전담 조직 운영

AI 활용이 급격히 늘어나면서 현장에서는 새로운 난관도 나타났다. 사내 데이터에 대한 접근 권한 설정, 보안 이슈, 기존 업무 시스템과의 연동 문제 등이 주요 걸림돌로 부상했다. 또한, AI 도구 도입이 실제 업무 효율에 얼마나 기여하는지, 투입된 운영비 대비 성과가 적절한지에 대한 정밀한 평가 체계의 필요성도 제기되었다.

이에 SK텔레콤은 전사적 차원에서 업무 환경과 제도를 정비해 생산성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수정했다. 현장의 기술적 장애물을 제거하기 위해 10명 미만의 정예 인력으로 구성된 '보드'가 운영된다. 이들은 정기적인 협의체를 통해 회의를 진행하며, 전사적 정책을 사장에게 직접 제언하고 의사결정을 받아 실행에 옮기는 역할을 수행한다.

'샌드박스'와 '카탈리스트'를 통한 혁신 가속화

혁신을 위한 실험적 제도도 가동 중이다. '샌드박스' 프로그램의 경우, 올해 상반기 한 명의 직원이 AI 에이전트와 협업하여 서비스 기획부터 개발, 검증까지 전 과정을 수행하는 실험을 마쳤다. 이를 통해 실제 의사결정 단계를 단축하는 등 유의미한 생산성 향상을 확인했으며, 하반기부터는 일반 업무를 포함한 전 조직으로 실험 범위를 넓히고 있다.

경험의 전파를 위한 '카탈리스트' 제도도 병행된다. 카탈리스트들이 개발한 에이전트와 개선 사례를 타 직원들에게 공유하며, 현장의 기술적 난제는 '이네이블러'를 통해 해결한다. 특히 보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개발한 자체 기술은 개인정보나 의료정보 같은 민감한 원본 데이터를 직접 노출하지 않고도 업무를 처리할 수 있게 해준다. 예를 들어 의료비 정산 시 환자명과 병명은 보호 영역에서 처리하고, 정산 여부 판단에 필요한 핵심 정보만 에이전트에 전달하는 방식이다. SK텔레콤은 이 기술에 대한 특허를 이미 출원한 상태다.

데이터 데스크와 워크맵으로 완성하는 업무 자동화

데이터 활용도를 높이기 위한 '데이터 데스크' 구축도 진행되었다. 이는 데이터 항목에 업무적 의미를 자동으로 부여하는 기술이다. 김 팀장은 네트워크 관련 데이터 약 30만 개 항목에 일일이 설명을 붙일 경우 외부 거대언어모델(LLM) 활용 시 약 1,000억 원의 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추산했다고 밝혔다. 이를 해결하고자 내부 인프라를 활용해 의미를 생성하는 방식을 도입했으며, 그 결과 데이터 질문 정답률이 기존 40% 수준에서 80% 이상으로 크게 상승했다.

또한 직원들의 업무 자료와 목표를 기반으로 흐름을 구조화하는 '워크맵' 사업도 추진 중이다. 개인의 과업을 팀과 조직 단위로 연결하여 AI 에이전트를 적용할 최적의 업무를 발굴하는 것이 목적이다. 도입 초기에는 업무 재설계와 데이터 정비 과정에서 생산성이 일시적으로 하락하는 'J커브' 구간을 지나게 되는데, SK텔레콤은 이 구간을 신속히 통과해 성과를 내는 데 집중하고 있다. 김 팀장은 혁신의 과정에서 마주하는 이 고통스러운 골짜기를 얼마나 빠르게 넘느냐가 핵심이며, 이를 위해 다양한 무브먼트를 통해 성과를 극대화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