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시장으로 쏠리는 서학개미의 공격적 베팅

국내 개인 투자자들의 미국 주식 순매수 규모가 올해 들어 가장 큰 폭으로 확대되며 연중 최고치를 경신했다. 인공지능(AI) 및 반도체 관련 기업들의 3분기 실적 시즌을 맞아 미국 증시의 변동성이 심화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해외 시장을 향한 서학개미들의 매수 열기는 오히려 뜨거워지는 양상이다.

한국예탁결제원의 자료를 바탕으로 분석한 결과, 이달 1일부터 29일까지 국내 투자자들이 미국 주식을 순매수한 금액은 54억 2,268만 달러(약 7조 2,50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 1월에 기록했던 50억 299만 달러를 넘어서는 수치로, 월별 기준 올해 최대치다. 지난 8월과 9월에 보여준 월 10억 달러 규모의 매수세와 비교해도 확연히 증가한 결과다.

이러한 자금 흐름은 미국 시장에 대한 압도적인 선호도를 보여준다. 일본이나 홍콩 등 인근 주요 시장으로 향하는 자금은 주춤한 상태다. 일본 주식의 경우 닛케이225지수의 강세로 9월에 잠시 순매수로 돌아섰으나, 이달 들어 1,678만 달러의 순매도세를 기록하며 흐름이 끊겼다. 홍콩 시장 역시 7월에 단 한 차례 2,000만 달러 순매수를 기록했을 뿐, 나머지 9개월 동안은 계속해서 순매도세를 이어가고 있다.

'3배 레버리지' SOXL에 집중된 고위험 투자

서학개미들의 투자 패턴을 살펴보면 반도체와 기술주의 반등을 노린 고위험·고수익 중심의 공격적인 성향이 뚜렷하게 관찰된다. 특히 미국 반도체 지수의 일간 수익률을 3배로 추종하는 레버리지 ETF인 '디렉시온 데일리 반도체 불 3배(SOXL)'에 대한 매수세가 압도적이다. 10월 기준 SOXL의 순매수액은 약 33억 5,000만 달러로, 순매수 2위 종목인 스페이스X(4억 4,800만 달러)보다 무려 7배나 많은 규모다.

문제는 기초지수인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의 변동성이다. 최근 미국 증시는 AI 관련 기업들의 실적 발표를 기점으로 주가가 요동치고 있다. 기업의 실적이 기대치를 상회하더라도 향후 성장성에 대한 의문이나 AI 투자 비용 부담이 부각되면 주가가 급락하는 사례가 빈번하다. SOXL은 이러한 지수의 움직임을 3배로 반영하기 때문에 하락 시 손실 규모가 기하급수적으로 커지는 구조적 위험을 안고 있다.

실제로 SOXL의 주가는 최근 심각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현지시간 기준 이달 1일 153.69달러였던 주가는 29일 102.39달러까지 밀려나며 한 달 만에 30% 이상 폭락했다. 지난 6월 22일 기록했던 300.77달러와 비교하면 불과 4개월 만에 가치가 3분의 1 수준으로 토막 난 셈이다. 지수 하락과 레버리지 효과가 맞물리며 국내 투자자들의 평가 손실 우려가 커지고 있다.

계속되는 외국인 투자자의 '탈코스피' 현상

개인 투자자들이 미국 시장으로 떠나는 사이, 국내 증시를 지탱해야 할 외국인 자금은 코스피 시장에서 빠르게 빠져나가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외국인 투자자들은 코스피 시장에서 총 18조 6,421억 원어치의 주식을 순매도했다.

외국인의 이탈은 이번 달에만 국한된 현상이 아니다. 지난 8월 10조 1,665억 원, 9월 21조 5,910억 원의 순매도세를 기록하며 지속적인 매도 압력을 가해왔다. 이처럼 최근 3개월간 누적된 외국인의 코스피 순매도 금액은 약 50조 4,000억 원에 육박하며 국내 증시의 하방 압력을 높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