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전 제어를 넘어 삶을 돌보는 AI홈의 비전

류재철 LG전자 사장이 인공지능(AI) 홈의 차세대 표준으로 '돌봄'을 제안했다. 이는 단순한 가전 원격 조작을 넘어, 가사 노동의 무게를 덜고 기기 관리의 번거로움을 해소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류 사장은 여러 기기가 사용자의 생활 패턴에 맞춰 유기적으로 움직이되, 모든 최종 결정의 권한은 고객이 보유해야 한다는 구상을 밝혔다. 이를 위해 애플과 같은 글로벌 IT 기업과의 협력을 강화하고, 로봇 기술을 통한 영역 확장을 꾀할 방침이다.

류 사장은 지난 2일 링크드인을 통해 공개한 '연결에서 돌봄로: AI홈의 다음 표준'이라는 기고문에서, 기기 개별 제어 기능이 늘어난다고 해서 반드시 가계 운영이 편해지는 것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2010년대 초반 와이파이 기능이 탑재된 가전과 스마트폰 앱이 등장하며 원격 제어 시대가 열렸으나, 연결된 기기가 급증함에 따라 사용자가 관리해야 할 앱과 알림, 설정값도 함께 늘어났다는 분석이다. 따라서 향후 AI홈은 개별 기기에 AI를 입히는 차원을 넘어, 가전이 사용자의 필요를 선제적으로 파악해 작동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로 레이버 홈'을 향한 기술적 접근

구체적인 사례로 류 사장은 세탁과 건조 과정을 언급했다. AI홈 환경에서는 사용자가 원하는 완료 시점에 맞춰 최적의 세탁·건조 설정을 추천하고, 전 과정을 조율함으로써 관리 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다. 또한 귀가 시간의 변화에 따라 냉난방과 조명을 자동으로 조절하는 방식도 포함된다. 이러한 구상은 LG전자가 지향하는 '가사노동 해방(Zero Labor Home)' 비전과 일치한다. 단순히 반복적인 집안일을 돕는 것을 넘어, 여러 가전을 관리하는 데 소요되는 시간과 에너지까지 줄이겠다는 의지다.

다만 자동화가 고도화되더라도 사용자의 통제권은 반드시 유지되어야 한다고 류 사장은 못 박았다. 편리함을 누리기 위해 신뢰나 통제권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는 논리다. 사용자는 언제든 기기 상태를 확인하고 설정을 바꾸거나 작동을 멈출 수 있어야 하며, AI가 수행할 작업에 대한 승인권도 직접 가져야 한다. 즉, 제로 레이버 홈은 기계가 독단적으로 판단하는 공간이 아니라, 관리 부담은 줄이되 중요한 결정은 인간이 내리는 공간을 의미한다. LG전자는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로 기능을 더하는 '씽큐 업', 이상 징후를 알려주는 '씽큐 케어', 보안 체계인 'LG 쉴드' 등을 통해 이러한 관리 기능을 강화하고 있다.

글로벌 협업과 피지컬 AI로의 확장

AI홈 생태계를 넓히기 위한 대외 협력도 가속화한다. 한 기업의 기술만으로는 다양한 브랜드의 제품이 혼재된 가정 환경을 완벽히 지원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LG전자는 스마트홈 플랫폼 기업 애톰(Athom)의 '호미(Homey)' 개방형 생태계를 활용 중이며, 외부 개발자들이 LG 제품을 연동할 수 있도록 '씽큐' API를 개방했다. 최근에는 애플과 협력하여 카메라, 비디오 도어벨, 스마트 도어록, 온도조절기 등 차세대 IoT 기기를 공동 개발했다. 기획 단계부터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사용자 경험을 통합 설계해 연결성을 높였다.

나아가 류 사장은 AI홈 기술을 주변 환경을 인식하고 물리적 작업을 수행하는 '피지컬 AI'와 연결했다. AI홈에서 축적된 데이터와 기술을 로봇 분야 등에도 적용할 계획이다. 류 사장은 AI홈의 성패가 기술의 정교함을 넘어 고객의 시간과 노력을 얼마나 아껴주는지에 달려 있다고 설명했다. 반복적인 가사와 기기 관리의 피로도를 낮춰, 고객이 자신의 소중한 시간을 더욱 자유롭게 쓸 수 있도록 만들겠다는 목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