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수자 지원 정책을 둘러싼 '역차별' 프레임의 확산
이재명 대통령이 다문화 가정에 대한 지원책이 내국인을 역차별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며, 소수자 보호를 위한 정책의 공정성 논쟁을 직접 주도하고 나섰다. 과거 남성 차별 문제를 언급했던 것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최근에는 외국인 노동자와 다문화 가정을 대상으로 한 지원책까지 역차별과 불공정이라는 프레임으로 확장하는 모양새다. 이 과정에서 자신을 향한 비판을 '정치적 올바름(PC주의)에 기반한 내로남불'이라고 규정하며 진보 진영과 격렬한 대립을 이어가고 있다. 전문가들은 대통령이 갈라치기 정치에 가담했을 뿐만 아니라, 언론과 누리꾼의 비판에 일일이 대응하며 논란을 키우고 있다고 분석한다.
이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SNS인 엑스를 통해, 정치적 올바름이 대중의 피로감과 반발을 사는 이유는 그 가치 자체가 아니라 이를 주장하는 이들의 언행불일치와 이중잣대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과거 전두환 정권이 정의를 외쳤던 사례를 언급하며, 정의라는 단어 자체가 오염되었다고 비판했다. 스스로 지키지 못하는 기준을 타인에게만 강요하는 태도가 지속되는 한, PC주의에 대한 냉소적 시각을 피할 수 없다는 논리다. 이는 다문화 지원 정책이 내국인 역차별을 초래한다는 자신의 발언이 소수자 차별을 조장한다는 비판에 대해, 과거 정권의 사례까지 소환하며 정면 반박한 것으로 풀이된다.
커뮤니티 게시글 공유부터 정책 비판까지
이러한 논란의 발단은 지난달 28일, 이 대통령이 반페미니즘 성향의 온라인 커뮤니티인 에펨코리아의 게시물을 공유하면서 시작됐다. 해당 글은 다문화 가정 산모가 공공 산후조리원 예약 순위 상단에 위치한 점을 지적하고 있었으며, 이 대통령은 이에 대해 "좋은 지적"이라고 반응했다. 이어 이튿날에는 다문화 지원이 본래 목적을 벗어나 과잉 특혜를 주거나 내국인 가정을 역차별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지난달 31일에도 불합리하거나 역차별을 유발하는 구체적 정책들을 정당화할 수는 없다고 적으며, 비판 측을 향해 '맹목적 도덕 비호', '기계적 피해주의', '교조적 태도' 등의 날 선 표현을 사용했다.
이 대통령이 소수자 관련 불공정 프레임을 드러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21년 11월 10일 대선 후보 시절에도 홍준표 전 의원의 지지자가 올린 "광기의 페미니즘을 멈춰달라"는 글을 페이스북에 공유한 바 있다. 또한 지난해 9월 19일에는 청년 토크콘서트에서 남성이 취업 과정 등에서 상대적으로 차별받는 측면이 있다고 언급하며, 여성보다 남성이 우대받는 상황에 대해 지적하고 원민경 성평등가족부 장관에게 관련 문제를 검토하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외국인 노동자 및 연금 이슈로 번지는 논란
이 대통령의 관심사는 이제 남성 차별을 넘어 내국인 역차별 문제로 넓어지고 있다. 지난 1월 23일 울산 타운홀 미팅에서는 조선업 분야의 외국인 노동자 저임금 고용이 지역 경제에 도움이 되기보다 오히려 지역 노동자의 기회를 빼앗는 것이 아니냐는 의문을 던졌다. 지난달 27일 국무회의에서도 외국인 노동자들이 번 돈을 모두 본국으로 송금하기 때문에 국가 경제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언급했다. 또한 지난달 20일에는 외국인의 국민연금 추후납부 제도와 관련해, 이미 납부를 완료한 외국인의 연금을 소급해서라도 환수할 수 있는 조치를 검토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행보는 지지율 정체기에 공정성에 민감한 2030 청년층의 표심을 공략하기 위한 전략이라는 해석이 뒤따른다. 권영국 전 정의당 대표는 지난달 30일, 대통령의 이주노동자와 다문화가족 관련 발언이 공정성 프레임을 이용해 특정 세력의 지지를 얻으려는 정치적 의도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박원석 전 의원 역시 유럽의 강성 우파 정치인들이 인종주의 대신 복지 배분과 문화적 정체성, 국민 주권 같은 민주주의 언어를 활용해 공동체의 경계를 좁히는 '세련된 배제의 정치'를 펼치고 있다고 비판했다.
전문가들의 우려와 대응 제언
학계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최창렬 용인대 특임교수는 대통령이 다문화 정책에 지나치게 몰입하고 있다는 인상을 준다고 지적하며, 여론이 대통령의 의도대로 움직이지 않는 상황에서 본인이 직접 논쟁의 중심에 서서 일일이 대응하는 것은 문제라고 짚었다. 최 교수는 대통령이 직접 비판을 막아내기보다는 참모들에게 반박을 맡기는 방식으로 논란에서 한발 물러나 시간을 벌며 전략적으로 움직여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