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93억 규모 LSM 건조 계약 체결

한화가 국내 기업 중 최초로 미 해군의 군함 건조 사업을 따내는 쾌거를 이뤘다. 그동안 상선을 제작하는 데 집중해 왔던 한국 기업의 대미 조선 협력 범위가 군함 제조 분야로까지 본격적으로 확장된 것이다. 다만 미국 현지의 높은 선박 건조 비용 문제와 부품 공급망 부족, 그리고 양국 간의 군사적 협력 관계 유지는 향후 해결해야 할 핵심 과제로 부상했다.

한화디펜스USA는 지난달 29일(현지시간) 미 해군의 선박건조관리업체(VCM)인 토트서비스와 중형상륙함(LSM) 1척을 건조하는 계약을 맺었다고 1일 발표했다. 이번 계약의 규모는 2억 6900만 달러로, 한화 원화 기준 약 3593억 3020만 원에 달한다. 이번 계약에는 향후 추가로 3척의 함정을 더 건조할 수 있는 옵션 조항이 포함되어 있다. 실제 건조 작업은 한화가 지난 2024년 12월 인수한 펜실베이니아주의 필리조선소에서 수행하게 된다.

인도·태평양 작전용 상륙함 도입 사업

LSM은 미 해군이 인도·태평양 지역을 비롯한 연안에서 분산된 작전을 수행하기 위해 도입 중인 원정 작전용 상륙함이다. 이 함정은 해병대의 병력과 각종 장비, 그리고 보급품을 연안 지역으로 안전하게 수송하고 전개하는 임무를 맡는다. 미 해군은 네덜란드 다멘사의 LST-100 설계를 바탕으로 LSM 건조를 추진하고 있으며, 전체적으로 총 35척의 LSM을 도입할 방침이다. 토트서비스는 지난 7월 이 사업의 VCM으로 선정되었으며, 건조업체 선정 과정에서 안전성과 품질, 그리고 납기 준수 실적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했다.

이번 성과는 한국 조선사가 미 군함 제작에 참여한 첫 번째 사례라는 점에서 상징성이 크다. 그간 미국 함정 시장은 보안 이슈와 현지 조선소들의 견제, 그리고 미국과 나토(NATO) 회원국들 사이의 복잡한 이해관계 때문에 공략하기 매우 까다로운 영역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미국 조선업 재건을 목표로 하는 1500억 달러 규모의 '마스가(MASGA)' 프로젝트가 시작되면서 국내 기업들에게도 새로운 길이 열렸다. 이번 LSM 수주가 마스가 프로젝트에 직접 포함된 것은 아니지만, 관련 연계 사업들이 본격화되는 중요한 기폭제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비용 문제와 정부 차원의 협력 과제

월스트리트저널을 비롯한 주요 외신들은 한국 등 해외 업체들이 직면할 과제에 대해서도 주목하고 있다. 미국 현지의 높은 선박 건조 비용과 더불어 부품을 공급할 업체가 부족하다는 점이 지적된다. 또한 미 국방부와 해군이 향후 얼마나 많은 함정을 발주할지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한 정부 관계자는 국내 업체가 미국 현지 조선소를 확보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속적인 운영을 위해서는 안정적인 일감 확보가 필수적이라고 설명했다. 업계 관계자 역시 이번 사안은 결국 한국과 미국 정부 간의 긴밀한 군사적 협력과 지원이 뒷받침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화는 이번 수주가 '미국에 투자한 해외 조선업체가 자국에서 미 해군 선박 2척을 건조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기조에 대응할 수 있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펜실베이니아주를 지역구로 둔 공화당 데이브 매코믹 상원의원은 트럼프의 측근으로서 이번 소식에 환영의 뜻을 밝혔다. 그는 환영문을 통해 한화가 필라델피아에 보여준 지속적인 투자 의지가 미국 노동자와 산업 발전에 어떤 성과를 낼 수 있는지를 증명한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