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과 분배의 경계 허무는 '모두의 성장' 대전환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2일 국회 시정연설을 통해 내년도 예산 편성의 핵심 지향점으로 '모두의 성장'을 천명했다. 이는 특정 계층에 국한되지 않고 모든 국민과 지역 사회가 발전의 과실을 고르게 향유하는 구조적 전환을 의미한다. 이 대통령은 국가 경제 지표의 개선에도 불구하고 가계 경제의 어려움을 호소하는 국민의 목소리를 반영하여, 기존의 성장과 분배라는 이분법적 논리를 탈피한 새로운 성장 모델을 강조했다. 이번 2027년도 예산안은 전년 대비 12.8% 증가한 820조 9000억 원 규모로 책정되었으며, 이는 역대 최대치에 달한다. 경제적 성과를 사회 전체로 확산시키겠다는 정부의 의지는 긍정적이나, 막대한 재정 투입이 실질적인 민생 안정으로 직결될지가 핵심 쟁점이다.
지표상의 성장과 가계 소비 사이의 괴리
최근 발표된 경제 지표들은 거시 경제의 성장세와 서민들의 체감 경기 사이의 간극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올해 3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전 분기 대비 1.0%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반도체 산업의 호황 덕분에 수출은 2.3% 증가했고 설비투자 또한 4.1% 늘어나는 등 지표는 양호했으나, 정작 민간소비는 0.2% 감소하며 위축된 모습을 보였다. 경제의 성장 동력이 가계의 소비 회복으로 전이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수출 1조 달러 시대와 1인당 국민총소득 4만 달러 달성이라는 대통령의 낙관적 전망만으로는 국민 개개인의 살림살이가 나아졌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민생 프로젝트와 미래 성장동력의 균형
정부는 격차 해소를 목적으로 일자리, 서민금융, 주거 안정을 아우르는 3대 민생 프로젝트를 가동한다. 구체적으로는 청년 예산을 전년보다 53.5% 증액한 43조 3000억 원으로 편성하고, 지방 주도 성장을 위해 33조 원을 배정했다. 또한 아동기본수당 신설과 기초연금 확대, 소상공인을 위한 채무조정 정책도 병행할 계획이다. 다만, 단기적인 일자리 사업이나 일회성 현금 지원은 재정 건전성만 악화시킬 위험이 있다. 청년 세대에게는 실질적인 주거 기회와 안정적인 고용이 필요하며, 소상공인에게는 자생력을 갖출 수 있는 매출 회복 환경이 절실하다. 이를 위해 정부는 반도체와 AI 등 3대 메가 프로젝트에 21조 3000억 원을 투입하고, 연구개발(R&D) 분야에도 역대 최대 규모인 39조 5000억 원을 배정하여 산업 생태계의 근본적인 체질 개선을 도모한다. 이러한 투자가 중소기업의 경쟁력 제고와 양질의 고용 창출로 이어져야 한다.
재정의 지속 가능성과 국회의 역할
162조 원 규모로 조성되는 미래대응기금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반도체 업황 개선에 따른 추가 세수를 활용하겠다는 전략이지만, 이러한 세수 유입이 지속될지에 대한 불확실성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미래를 위한 투자는 반드시 필요하나, 이것이 미래 세대의 짐으로 전가되어서는 안 된다. 821조 원이라는 천문학적인 예산은 특정 집단의 자금이 아닌 국민 전체의 자산이다. 따라서 선심성 지출을 지양하고 성장 기회의 확대로 사용되어야 한다. 이 대통령이 이번 예산을 '성장확산 예산'이라 명명한 만큼, 그 성과는 가계 소득 증대와 소비 활성화, 청년 고용 지표 등 실질적인 삶의 질 향상으로 증명되어야 한다. 국회 역시 중복되거나 선심성인 사업을 엄격히 걸러내어 재원이 민생과 미래 산업에 집중되도록 심도 있게 심사해야 한다. 경제 지표와 국민의 체감 경기 사이의 간극을 좁히지 못한다면 '모두의 성장'은 단순한 정치적 수사에 그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