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용 석유화학 위기 돌파할 차세대 성장 동력 확보

전남 여수시가 기존 석유화학 산업의 기반을 활용해 여수국가산업단지를 반도체 소재·부품·장비(소부장)의 핵심 공급 거점으로 육성하겠다는 전략을 추진한다. 2일 여수시에 따르면, 현재 여수산단은 글로벌 공급 과잉 현상과 치열해지는 원가 경쟁 심화로 인해 기존 범용 석유화학 산업이 상당한 경영상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시는 산단이 보유한 기존 화학 생산 설비와 고도로 축적된 정제 및 공정 기술력을 결합해, 반도체와 같은 첨단 산업의 소재 공급망에 진입할 수 있는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마련한다는 구상이다. 특히 여수산단을 호남권 반도체 클러스터 체계 내에 소재 공급 기지로 편입시켜, 독보적인 후방 소재 공급망 체계를 완성하는 것을 핵심 목표로 삼고 있다.

호남권 클러스터와 연계한 전략적 후방 공급망 구축

이번 전략의 핵심은 산업 간 역할 분담에 있다. 광주를 중심으로 형성되는 호남권 반도체 국가산단이 메모리와 첨단 패키징 기술을 다루는 전방 산업 역할을 수행한다면, 여수산단은 특수가스, 전구체, 고순도 식각액 등 반도체 제조에 필수적인 핵심 화학 소재를 책임지는 후방 공급 거점으로 기능하게 된다.

여수산단이 반도체 화학소재 중심의 산단으로 전환을 시도하는 배경에는 강력한 산업적 이점이 존재한다. 반도체 제조 공정에는 웨이퍼 세정이나 식각 등에 쓰이는 고순도 화학약품과 정밀화학 소재가 대거 투입되는데, 미세한 불순물조차 품질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정밀한 정제 기술과 엄격한 품질 관리 역량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여수산단은 에틸렌과 프로필렌 등 기초 유분을 생산하는 시설은 물론, 하이테크 정제 설비를 갖춘 국내 최대 규모의 산업단지라는 강점을 보유하고 있다.

또한 대규모 화학물질을 안전하게 취급할 수 있는 기업 간 파이프라인과 유틸리티, 저장 시설을 이미 확보하고 있으며, 수출입이 용이한 여수광양항이라는 물류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 여기에 호남권 클러스터와의 연계를 통해 서남권 공급망 허브를 구축함으로써 국토 균형 발전의 모델을 제시할 수 있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민관 협력 기반의 기술 개발 및 생태계 조성

여수시는 여수산단의 호남권 반도체 클러스터 편입과 소부장 특화단지 연계산단 지정을 추진하는 한편, 초고순도 정제 및 신뢰성 테스트베드 구축, 반도체 밸류체인 조성 및 전문 인력 양성을 전폭적으로 지원할 예정이다. 이에 발맞춰 산단 내 기업들도 반도체용 화학 소재 공급 및 관련 사업 진출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요 검토 분야는 세정용 이소프로필알코올(IPA)을 비롯해 고순도 암모니아수, 질산, 황산, 산업용 가스, 포토 공정용 PGMEA, 그리고 패키징 공정에 쓰이는 에폭시 및 하우징 소재 등이다. 시는 기업별 기술 개발 수요와 사업화 단계를 면밀히 파악해 유망 분야를 발굴할 계획이다. 기존 제품은 경쟁력을 높이는 데 집중하고, 신규 진출 분야는 연구개발과 실증을 통해 수요 기업과의 협력 가능성을 타진한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지난 9월 30일, 여수시는 통합특별시, 전남테크노파크를 비롯해 LG화학, TKG휴켐스, 한국바스프, 재원산업, 에어리퀴드코리아, 남해화학, 한화솔루션, GS칼텍스 등 주요 기업 및 관계기관이 참여하는 '여수산단 반도체 클러스터 협의체'를 출범시켰다.

서영학 여수시장은 "여수산단은 석유화학과 정밀화학 분야에서 축적된 생산 및 정제 기술력을 바탕으로 반도체용 고순도 소재 산업과 연계할 수 있는 충분한 기반을 갖추고 있다"며, "관련 기업의 수요를 토대로 기술 개발과 투자 여건을 마련하고, 호남권 반도체 클러스터의 소재 공급망에 여수산단이 성공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