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 식탁, 전통주와 어울리는 소갈비찜과 문어숙회 페어링
한가위 명절이 찾아오면 흩어졌던 가족들이 다시 모이는 날이다. 그동안 못다 한 이야기를 수다로 나누는 가운데, 나물과 전, 갈비찜 등 고소한 향이 가득한 밥상이 차려진다. 여기에 전통주를 곁들이면 금상첨화다. 수백 가지가 넘는 우리 술 가운데 어떤 술을 고를지 난감할 때가 많다. 갈비 한 조각을 베어 물고 마신 한잔이 달콤한 게 아니라 쓰게 느껴지기도 하고, 뽀얀 막걸리 한 잔을 마신 뒤 집어 든 전이 오히려 인상을 찡그리게 하기도 한다. 술과 음식 사이에는 '최상의 조합'이라는 게 존재한다.
명절 식탁, 전통주와 완성하는 찰떡궁합
미식의 즐거움 중 하나는 좋은 식재료로 정성껏 만든 음식을 술과 함께 즐기는 일이다. 미식의 역사가 오래된 유럽에서도 술과 음식의 조화를 중요시한다. 음식과 잘 맞는 술은 맛을 최상으로 끌어올린다는 게 전문가들의 강조점이다. 이번 명절에는 제대로 된 페어링으로 가족 밥상 수다를 완성해 보는 게 어떨까.
서울에서 전통주 전문 식당 '담은'을 운영하는 정재훈 대표가 나섰다. 호텔경영을 전공한 정 대표는 '반얀트리 클럽 앤 스파 서울' 등 특급 호텔 몇 곳에서 재무 담당자로 일하다가 전통주의 매력에 빠져 2012년 담은을 열었다. "문경은 오미자, 고흥은 유자, 가평은 잣이잖아요. 지역마다 다른 특색을 장착한 술로 담은을 구성하려고 노력했어요."라는 그는 지역 특산물을 활용한 술 구성을 강조했다. 애주가들 사이에서 담은은 미쉐린 가이드 별 3개 식당이나 다름없다는 평을 받는다.
소갈비찜과 어울리는 전통주 3종
정재훈 대표는 소갈비찜, 포항 문어숙회, 명절 모둠전(돔베기전, 김치전, 두부전, 애호박전) 3가지 명절 음식을 준비했다. "소갈비찜은 고기 요리입니다. 고기 특유의 기름기를 깨끗하게 지워주면서 맛을 극대화할 만한 술이 좋죠."라는 그는 고른 전통주를 소개했다.
차차는 사과, 오미자, 수수를 증류한 원액에 보이숙차, 홍차, 카카오 등 5가지 찻잎을 침출해 만든 40도 증류주다. 정 대표는 "이 증류주에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재료인 사과의 달콤한 향과 갈비찜의 단 향, 소갈비찜 고기의 무게감이 잘 어울립니다."라고 설명했다. 쌉쌀한 술맛도 기름기를 씻어주는 데 한몫한다. 75~80도 온도의 물과 차차를 1 대 2로 섞어 마시면 소갈비찜 온도와 결이 잘 맞아 더 좋다고 한다.
송화백일주는 소갈비찜의 부재료에 집중해 고른 술이다. 스님들의 곡차였던 송화백일주는 조선 인조 때 고승 진묵 대사가 빚기 시작했다. 현재 이 술은 12대 전승 기능 보유자인 벽암 스님이 전북 모악산 일대에서 제조법을 이어가고 있다. 송홧가루와 각종 한약재를 넣어 만든 술로, 정 대표는 "찜의 부재료인 대추, 은행, 밤 등이 이 술의 한약재 향과 잘 어울리며 높은 도수(38도)가 고기의 기름기를 씻어낸다"고 추천 이유를 설명했다. 한산소곡주는 소갈비찜의 양념을 고려해 고른 술이다. 찹쌀을 주원료로 하고 물을 적게 넣어 만든 이 술은 묵직하고 깊은 단맛을 낸다. 간장과 설탕 혹은 과일즙을 섞어 만든 달콤하고 짭조름한 양념과 결이 같다는 설명이다.
문어숙회와 전, 바다의 맛과 쌀의 조화
두 번째 명절 음식인 포항 문어숙회는 숙회 양념에 파채를 넣은 정 대표의 시그니처다. 부친의 고향이 포항이기 때문이다. 고향이 포항이 아닌 이도 명절에는 조기구이 등 바다 음식을 올린다. 페어링의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해산물 특유의 비린 맛과의 어울림이다.
'담 골드' '희양산9' '김포예주'를 정 대표는 추천한다. 담 골드는 멥쌀과 잡곡 누룩 제조 기술을 활용해 만든 약주로, 경기미가 주원료다. 단맛이 적고 깔끔한 산미가 특징이며, 올해 농림축산식품부 주관 '대한민국 우리술 품평회'에서 약·청주 부문 대상을 받았다. 희양산9는 인공감미료가 들어가지 않은 막걸리다. 김포예주는 김포에서 생산되는 쌀로 만드는 도수 13의 고급 약주다.
전 한 접시는 명절 분위기를 한껏 들뜨게 한다. 경상도 명절 향토 음식인 돔베기전은 상어고기를 전으로 부친 음식이다. 전 음식에는 역시 쌀로 만든 막걸리가 좋다는 정 대표는 '복순도가' '지란지교 무화과 탁주' '풍정사계 추'를 추천했다.
복순도가는 우리 쌀과 전통 누룩으로 빚은 고급 막걸리로, 발효 과정에서 생기는 탄산이 특징이다. 농업회사법인 '친구들의술'이 만든 지란지교는 '지초와 난초의 향기로운 사귐'이란 뜻으로 탁주, 약주 등을 생산한다. 풍정사계는 춘하추동 계절별로 4가지 술이 나오는 우리 술 브랜드로, 충북 청주시 청원구 내수읍 풍정마을에서 빚는다. 양조장 이름은 화양이며, 국내산 쌀과 녹두가 들어간 누룩 등이 재료다. 풍정사계 '춘'은 약주, '하'는 과화주, '추'는 탁주, '동'은 증류식 소주다. 2017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방한 때 청와대 만찬주로 '풍정사계 춘'이 선정돼 외교에도 일조했다.
혀에 각인되는 맛이 밥상을 추억으로 만든다. 이번 명절에는 우리 음식과 우리 술의 만남으로 기억의 탑을 쌓는 초석을 놓으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