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 어워드를 석권한 네오룬 콘셉트의 탄생
제네시스는 지난 2024년 3월 25일(현지 시각), 미국 뉴욕 맨해튼의 브랜드 복합문화공간인 ‘제네시스 하우스 뉴욕’에서 대형 전동화 SUV인 ‘네오룬(NEOLUN) 콘셉트’를 전 세계에 처음으로 선보였다. 이 콘셉트카의 명칭은 ‘새롭다’는 뜻의 ‘네오(Neo)’와 ‘달’을 의미하는 ‘루나(Luna)’를 결합한 것으로, 기존 럭셔리 차량의 틀을 깨고 제네시스만의 미래지향적 혁신 가치를 전달하려는 의지를 담았다.
네오룬은 한국의 미학인 달항아리와 온돌에서 영감을 얻은 디자인을 선보였으며, 자칫하면 ‘역대급 결함’으로 이어질 수 있는 고난도의 ‘코치도어’ 기술을 완벽히 구현해내며 세계적인 실력을 입증했다. 이러한 성과를 바탕으로 2024 레드닷 어워드 수송 디자인 부문 본상을 시작으로 2024 굿디자인 어워드 수상, 그리고 2025 iF 디자인 어워드 프로페셔널 콘셉트 부문 본상까지 거머쥐며 세계 3대 디자인 어워드를 모두 휩쓸었다.
콘셉트를 넘어 양산차로 구현된 GV90의 혁신
하지만 콘셉트카라는 태생적 한계는 존재했다. 한국적 아름다움을 강조하면서도 롤스로이스나 벤틀리 같은 명차들도 구현하기 까다로워하는 코치도어 기술을 적용했기에, 실제 양산 단계에서는 기술적 타협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회의론이 제기되었다. 2015년 현대차그룹에서 독립한 이후 10년도 안 되는 짧은 기간에 벤츠, BMW, 아우디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할 만큼 성장했지만, 여전히 프리미엄 브랜드에 비해 한 수 아래라는 시선도 존재했다. 그러나 제네시스는 이러한 우려를 뚫고 콘셉트를 현실로 만들었다. 지난 8월 19일(현지 시각), 미국 샌프란시스코 팰리스 오브 파인 아트에서 GV90과 GV90 네오룬을 세계 최초로 공개하며 그 실체를 드러낸 것이다.
양산 과정에서 흔히 발생하는 기술적 타협 대신, 제네시스는 오히려 콘셉트 단계보다 더 진보된 신기술을 적용하며 압도적인 존재감을 과시했다. 특히 화제의 중심인 ‘네오룬 아치 게이트’는 B필러(앞뒤 도어 사이의 기둥)가 없는 완전독립식 양문 개폐형 구조를 채택했다. 미국 전문 매체 카스쿱은 양산 과정에서 사라지기 쉬운 코치도어를 예외적으로 구현해냈다고 평가했으며, 더 드라이브는 이를 ‘우주에서 온 슈퍼 럭셔리 SUV’라고 극찬했다. 영국 카매거진 역시 윙 페이스 MLA 헤드램프 등 콘셉트의 디자인 요소가 양산차에 그대로 녹아든 점에 주목했다. 오토 익스프레스는 달항아리를 연상시키는 정제된 디자인을 언급하며 시장을 뒤흔들 거대 럭셔리 SUV라고 소개했다.
타협하지 않는 K-기술력과 안전 철학
제네시스는 지난 27일 인천 영종도 인스파이어 엔터테인먼트 리조트에서 개최된 ‘GV90 테크데이’를 통해 이러한 ‘K-기술력’의 근간을 공개했다. ‘기술로 완성한, 새로운 장인 정신(Engineered Craftsmanship)’을 슬로건으로 내건 이번 행사에서 허광훈 제네시스개발담당 상무는 엔지니어링이 타협의 기술이라는 통념을 뒤집어, 고객을 위한 기준을 먼저 세우고 이를 끝까지 지켜낸 GV90의 철학을 강조했다. 그는 GV90이 공간, 안전, 디자인 모든 면에서 기존 자동차의 한계를 넘어 글로벌 플래그십의 새로운 기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핵심 기술인 ‘네오룬 아치 게이트’는 B필러를 제거하면서도 차체의 강성을 확보하기 위해 도어 힌지, 래치, 구조를 완전히 새롭게 설계했다. 리어 도어를 슬라이딩 후 회전시키는 ‘듀얼 모션 힌지’를 통해 실내 간섭을 없앴으며, B필러의 역할을 차체 골격과 도어 내부로 분산시켜 오히려 기존 차량보다 높은 강성을 확보했다. 실제로 전복 사고를 가정한 14톤포스(tf) 이상의 하중 테스트를 통과하며, 일반적인 럭셔리 차종의 기준인 10톤포스(tf)를 상회하는 최상위 수준의 안전성을 증명했다.
디자인 측면에서는 달항아리의 단아함을 구현하기 위해 부품 간 경계와 색 차이를 최소화하는 데 집중했다. 특히 ‘윙 페이스 MLA 헤드램프’에 적용된 ‘컷리스(Cut-less)’ 기술은 램프 외면에 차체와 동일한 색을 입힌 뒤 레이저로 빛 영역만 정밀하게 깎아내어 일체감을 높였다. 실내에는 울 캐시미어와 리얼 우드, 리얼 스톤 등 천연 소재를 사용했으며, 한국의 온돌 원리를 적용한 복사열 난방 시스템을 4인승 GV90 네오룬 이그제큐티브 스위트에 탑재했다.
전기차 안전의 새로운 패러다임 제시
안전 기술 역시 세계 최고 수준이다. 제네시스 전용 eMP 플랫폼을 기반으로 12개의 에어백을 배치했으며, 특히 전복 시 탑승객의 이탈을 막고 머리 상해를 방지하는 ‘세계 최초’의 루프 에어백을 적용했다. 전기차 화재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셀 간 열전이를 차단하는 TRP(Thermal Runaway Protection) 기술과 실시간 이상 징후를 진단하는 클라우드 기반 배터리 매니지먼트 시스템도 갖췄다.
충돌 시에는 에너지를 의도적으로 분산시키는 하중 경로 설계를 통해 안전성을 높였다. 스몰 오버랩 충돌 시에는 ‘슬라이드 어웨이’ 거동을 통해 차량이 장애물을 비켜가도록 유도하며, 정면 고속 충돌 시에는 서브프레임과 PE 시스템이 배터리 아래로 미끄러지도록 설계했다. 박지웅 바디아키텍처개발팀 팀장은 3톤이 넘는 무거운 전기차에서도 설계된 대로 움직이며 탑승객을 보호하는 것이 럭셔리 플래그십의 진정한 품격이라고 설명했다. GV90은 한국 브랜드가 벤치마킹을 넘어 글로벌 시장을 선도할 수 있음을 증명하며, 자동차 분야의 ‘K-기술력’을 통한 한류를 예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