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문학의 가치와 예술적 지평을 열다

'2026 장애인문화예술축제 A+패스티벌'의 일환으로 개최된 장애인문학포럼이 지난 15일 오후 2시, 서울스퀘어 5층에 위치한 모두미술공간 세미나실에서 성황리에 열렸다. 이번 행사는 한국장애인문화예술단체총연합회와 2026 장애인문화예술축제조직위원회가 공동으로 주최하였으며, 사단법인 한국장애예술인협회(회장 석창우)가 주관을 맡았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 에이블뉴스가 후원한 이번 포럼은 에이블뉴스 백종환 대표이사가 좌장을 맡아 기조발표부터 주제발표, 사례발표, 종합토론에 이르기까지 심도 있게 진행되었다.

기조발표자로 나선 중앙대학교 이승하 명예교수는 '장애인문학의 가치와 전망'을 주제로 국내 주요 장애인문학상의 현황을 짚어보았다. 이 교수는 2억 원의 사비를 들여 시 부문을 선정하는 구상솟대문학상과 36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대한민국장애인문학상을 소개했다. 특히 올해 구상문학상 수상자인 시각장애인 박성진의 '포도넝쿨이 덮은 집'을 통해 장애와 질병을 인간의 몸과 집으로 비유한 서정성을 강조했다. 또한 강예린, 박선영, 조명희, 김권곤, 한승완, 이석재, 김애숙 등 다양한 수상작들을 인용하며, 장애를 넘어선 인간의 성장, 유머, 고통, 그리고 삶의 파노라마를 그려낸 문학적 성취를 상세히 분석했다.

상징과 서정으로 읽어내는 장애 문학의 다층적 구조

이어지는 주제발표 1에서 안양대학교 맹문재 교수는 '장애인 문학의 서정성'을 논하며, 장애 문학에 투영된 상징적 장치들을 고찰했다. 맹 교수는 장애에 대한 사회적 고정관념이 문학에도 나타날 수 있음을 경고하며, 이를 감수성과 상징성을 통해 다양하게 풀어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종형, 김옥진, 김율도, 김종태, 김미선, 한승완, 설미희, 서성윤, 허상욱 등 여러 문인의 작품을 예로 들어, 병상에서의 그리움이나 장애 극복의 의지, 공동체적 삶의 추구 등이 어떻게 서정적으로 승화되었는지 설명했다. 또한 최림, 손승일, 김민, 김대원의 작품을 통해 개인적·제도적·원형적 상징의 유형을 체계적으로 분석하며 새로운 시적 방향을 제시했다. 토론자로 참여한 설미희 시인은 자신의 작품을 통해 장애 유형을 넘어선 인간적 끌림과 느림의 미학을 설명했으며, 강남국 문인은 시인의 삶과 태도가 곧 문학의 자산임을 강조했다.

주제발표 2에서는 김재홍 국민대 외래교수가 '문학의 상징성'을 주제로 발표를 이어갔다. 김 교수는 장애를 신체적 조건이나 평균의 틀로만 바라보는 의료적 모델을 비판하며, 사회적 모델로의 확장을 통한 장애인의 주체성 회복을 역설했다. 그는 언어가 사실적 단계를 지나 상징적 단계로 나아가는 과정을 설명하며 이대우, 설미희, 김종선, 서성윤, 허상욱, 김묘재 등의 작품 속 상징들을 다각도로 분석했다. 토론자로 나선 최명숙 시인은 자신의 시에 담긴 어머니와 친구, 소나무 등의 상징을 통해 화해와 포용의 메시지를 전달했고, 박재홍 시인 역시 자신의 시집을 바탕으로 상징성에 대한 견해를 밝혔다. 다만, 비장애인 전문가의 강의와 장애인 문인의 토론 방식이 다소 차이가 있어 이론과 실제 사이의 간극이 느껴졌다는 평가도 있었다.

고전 번역 사례와 포럼의 남은 과제

마지막 사례발표에서는 '목민심서' 10권 완역본의 저자인 주영숙이 발표를 진행했다. 주 저자는 정약용이 유배지에서 집필한 목민심서의 핵심 가치인 청렴과 애민정신을 설명하는 한편, 번역 과정에서 '곱사등이'를 척추장애로, '장님'을 시각장애인으로 수정하는 등 비하적 용어를 현대적 장애 용어로 바로잡은 사례를 소개했다. 이는 고전의 현대적 재해석 측면에서 유의미한 작업이었다. 그러나 이번 포럼이 장애인 문학의 서정성과 상징성을 심도 있게 다루는 자리였다는 점을 고려할 때, 고전 번역 사례가 문학적 담론과 다소 동떨어져 보였다는 시각도 존재했다. 이번 포럼은 장애 문학의 예술적 가치를 확인하는 동시에, 학술적 논의와 실제 문학적 경험을 어떻게 조화시킬 것인가라는 과제를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