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탄소 계획 뒤집힌 포스코의 고로 수명 연장
석탄 기반의 고로 생산 체제를 저탄소 방식으로 전환하려던 포스코가 광양 제2고로의 운영 방식을 기존 계획과 다르게 변경했다. 당초 포스코는 저탄소 생산 체제에 유연하게 대응하기 위해 고로를 선별적으로 수리하는 '부분 개수' 방식을 채택했으나, 최근 이를 다시 설비를 통째로 교체하는 '전면 개수'로 전환하기로 결정했다. 이러한 방침 변화로 인해 온실가스 배출의 핵심인 석탄 기반 설비의 수명이 십수년 더 늘어나게 되면서, 국내 철강산업의 탈탄소 전환 속도가 늦춰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포스코의 광양 제2고로 공사 규모를 살펴보면 이러한 정책 변화가 수치로 드러난다. 포스코 계열사인 포스코이앤씨와 포스코퓨처엠의 공시 자료에 따르면, 부분 개수를 추진할 당시 2830억 원이었던 관련 공사 계약금액은 1000억 원 규모로 줄어들었다. 하지만 이후 계약 규모는 다시 급증했다. 2025년 1분기 1469억 원, 3분기 1800억 원, 연말 2181억 원으로 늘어났으며, 2026년 반기보고서 기준으로는 3051억 원까지 치솟았다. 이는 부분 개수 계획 대비 약 3배에 달하며, 당초 전면 개수를 계획했을 때보다도 약 221억 원 더 큰 액수다.
환경단체의 '깜깜이 공사' 비판과 탄소 배출 우려
환경단체들은 포스코가 공식적으로 발표했던 탄소 저감 전략을 투명한 설명 없이 되돌렸다고 비판한다. 기후솔루션의 강혜빈 철강팀 연구원은 기업이 사업보고서를 통해 주주와 시민들에게 공표한 탄소 감축 계획을 이유 없이 이전 상태로 돌리는 행위는 기만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이번 변경 사항이 공사 금액의 증가로만 나타날 뿐, 구체적인 변경 사유는 공개되지 않았다는 점을 짚으며, 만약 외부의 추적이 없었다면 전면 개수 작업은 '깜깜이'로 진행되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철강 산업은 석탄을 환원제와 열원으로 사용하는 고로 공정에 크게 의존하고 있어 대표적인 온실가스 다배출 산업이다. 기후에너지환경부 온실가스종합정보센터의 자료를 보면, 지난해 철강업계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9490만 톤으로 전체 산업 부문 배출량의 약 39%를 차지했다. 포스코는 단일 기업 중 가장 많은 탄소를 배출하는 곳이다. 고로를 전면 개수할 경우 설비 수명이 15~20년가량 연장되는데, 기후솔루션은 광양 제2고로가 15년 더 가동될 경우 이산화탄소가 최소 1억 3702만 톤 추가 배출될 것으로 내다봤다.
포스코의 입장과 남겨진 과제
이러한 흐름에 대해 환경단체들은 노후 고로의 수명 연장을 멈추고 전기로 방식으로 전환할 것을 요구하며 공사 중단 소송까지 제기해 왔다. 반면 포스코 측은 설비 정밀진단 결과 안전상 결함이 발견되어 전면 개수가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해명했다. 포스코 관계자는 용선이나 가스 유출 사고와 같은 현장 안전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 결함을 해결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현재의 철강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기존 고로가 반드시 필요하며, 이번 개수 계획 역시 탄소 배출을 단계적으로 줄여나가는 로드맵의 일부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강혜빈 연구원은 포스코의 로드맵에 현재 운영 중인 8개 고로의 구체적인 폐쇄 시기와 순서가 빠져 있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전면 개수로 전략을 되돌렸다면 그만큼 다른 탄소 저감 수단을 더 빠르게 도입해야 하지만, 이에 대한 구체적인 대안이 제시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따라서 포스코가 탄소 감축 로드맵을 차질 없이 이행할 수 있다는 주장은 신뢰를 얻기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의 견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