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 시장 침체와 메모리 가격 폭등의 직격탄

미국의 반도체 거물 인텔이 PC 시장의 불황과 반도체 공급망의 불안정성으로 인해 저조한 실적 가이던스를 발표하며 시간외 거래에서 주가가 16% 넘게 급락했다. 인공지능(AI) 열풍으로 데이터센터 수요는 폭발하고 있으나, 메모리 가격이 치솟으면서 오히려 PC 수요를 억제하고 있는 상황이 실적에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지난 29일 현지 시각 기준, 인텔의 주가는 오후 4시 28분 시간외 거래에서 정규장의 종가 대비 16.03% 하락한 77.31달러까지 밀려났다. 인텔이 공개한 실적 보고서에 따르면, 4분기 매출 전망치는 150억~160억 달러 규모로 나타났다. 이는 시장의 기대치였던 170억 달러를 크게 밑도는 수치다. 조정 주당순이익(EPS) 역시 25센트로 예상되었으나, 시장의 전망치인 43센트에는 크게 미치지 못했다.

메모리 공급난이 불러온 PC 수요 위축

이러한 실적 부진의 근본적인 원인은 PC 시장의 침체에 있다. 노트북과 데스크톱을 제조하는 업체들이 부품 가격의 급등과 메모리 반도체의 수급 불균형에 직면하면서 전체적인 PC 출하량이 줄어들었고, 결과적으로 인텔 프로세서에 대한 수요도 함께 위축되었다. 립부 탄 인텔 최고경영자(CEO)는 블룸버그와의 인터뷰를 통해 "메모리가 현재 직면한 가장 큰 난제 중 하나"라고 지적하며, 치솟는 메모리 가격이 2027년경에는 업계 전반에 매우 심각한 위협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인텔은 올해 PC 시장이 12% 축소된 데 이어, 내년에는 10%가량 추가로 위축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러한 시장의 침체기는 적어도 내년 상반기까지는 지속될 전망이다. 또한 AI 데이터센터 부문 역시 원자재 부족 현상과 이스라엘 공장의 가동 중단 사태가 겹치며 공급망 차질을 겪고 있다. 이로 인해 고객들의 주문을 온전히 처리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했으며, 탄 CEO는 고객의 요구를 충족하지 못한 점에 대해 실망감을 표했다.

부문별 실적 명암과 향후 투자 전략

반면 3분기 실적 자체는 비교적 견조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1% 늘어난 165억 달러를 기록하며 시장 예상치에 부합했고, 조정 EPS는 52센트로 예상치였던 41센트를 상회했다. 세부적으로는 데이터센터 및 AI 부문 매출이 73억 달러로 78%의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였으나, PC용 반도체를 담당하는 클라이언트 부문 매출은 81억 달러로 5% 감소했다. 파운드리 사업 매출은 67억 달러로 58% 증가하며, TSMC가 주도하는 위탁생산 시장에서 외부 고객 확보를 위한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수익성 지표는 다소 악화되는 추세다. 3분기 43%였던 매출총이익률은 4분기에 38%까지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AI 기술 확산은 인텔에 기회인 동시에 부담이다. 데이터센터용 CPU 수요는 늘고 있지만, AI용 메모리 수요가 가격 상승을 유도해 기존 PC 사업을 압박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인텔은 장기적인 반도체 수요에 대해서는 낙관적인 태도를 유지하며, 생산 능력을 확충하기 위한 설비 투자를 지속적으로 확대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