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 종료 후 맞이한 821조원 규모의 예산 전쟁

이재명 정부의 두 번째 국정감사가 막을 내린 가운데, 국회는 약 821조 원에 달하는 내년도 예산안을 두고 치열한 심사에 돌입한다. 오는 2일 이 대통령의 예산안 시정연설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예산 정국’이 펼쳐질 예정이다. 특히 여야는 162조 원 규모의 미래대응기금을 둘러싸고 날 선 공방을 벌일 것으로 보여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지난달 30일, 국회 운영위원회와 정보위원회의 감사가 마무리되면서 올해의 국정감사 일정도 일단락되었다. 하지만 마지막까지 여야의 대립은 극심했다. 국회사무처를 대상으로 한 운영위 감사 과정에서 ‘내란 옹호’ 발언으로 논란이 된 국민의힘 김태규 의원을 두고 격렬한 충돌이 발생했다. 김 의원은 자신에게 신상발언 기회를 주지 않은 한병도 민주당 원내대표(운영위원장)를 향해 “조직폭력배”라고 지칭했으며, 민주당 의원들이 전직 대통령 전두환 씨의 내란 행위를 부정했다는 이유로 김 의원의 운영위원직 사퇴를 압박하면서 회의가 수차례 정회되기도 했다.

막말과 고성으로 얼룩진 국감, 예산안으로 이어지나

이러한 갈등은 앞선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나타났다. 당시 김 의원을 둘러싼 여야 의원들 사이에서는 고성과 막말이 오가는 상황이 연출되었다.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도 이진숙 국민의힘 의원이 이 대통령의 부모 묘소를 방문한 것을 두고 ‘패륜 정치’라는 비판이 제기되며 여야 간의 설전이 이어졌다.

예산 정국에서도 이러한 대치 국면은 지속될 전망이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오는 4~5일 종합정책질의를 수행한 뒤, 9일부터 12일 사이에 부별 심사를 진행한다. 이후 16일부터는 예산안의 증액과 감액을 조정하는 조정소위원회 심사가 시작되며, 30일 전체회의를 통해 내년도 예산안을 의결할 계획이다. 법정 기한에 따른 예산안의 국회 본회의 처리 마지노선은 12월 2일이다.

미래대응기금 적립인가, 국채 상환인가

민주당은 이 대통령의 시정연설 다음 날인 3일, 원내대책회의를 열어 예산안 심사에 대한 구체적인 방향성을 공개할 방침이다. 여당 측은 핵심 쟁점인 미래대응기금의 필요성을 역설하는 한편, 청년 일자리 예산의 보완과 교통 인프라 확충, 그리고 공공임대주택 등 공적 주택 분야에 대한 투자를 촉구할 계획이다.

양측의 가장 큰 격돌 지점은 반도체 산업의 호황으로 발생한 추가 세수를 활용하는 미래대응기금의 사업 범위와 구조적 적정성이다. 야당은 약 104조 원에 이르는 자금을 기금으로 적립하기보다는 국채를 상환하는 데 우선적으로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여당은 국회의 재정통제권 확보가 필요하다는 논의에는 일부 공감하면서도, 해당 기금이 ‘현금성 지출’에 불과하다는 비판에는 선을 긋고 있다.

여야의 팽팽한 논리 대결과 향란한 정국 전망

국민의힘 최보윤 수석대변인은 1일 논평을 통해 미래대응기금이 투자가 아닌 미래 세대에게 떠넘기는 ‘백지수표’라고 규정했다. 또한 이를 국회 심의를 피하기 위해 세운 ‘제2의 예산’이라 비판하며, 초과 세수를 기금에 쌓아두기보다 국채 상환에 먼저 투입하도록 강력히 요구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민주당 전은수 원내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기금운용계획이 국회에 제출되어 사전 심의와 의결을 거치므로 국회 통제를 벗어난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전 대변인은 초과 세수를 저수지처럼 모아 미래에 대비하는 것이 기금의 본래 취지임을 강조했다.

한편, 여당이 11월 중 조희대 대법원장 관련 국정조사계획서와 조작기소특검법 처리를 예고하고 있어, 이러한 정치적 쟁점들이 예산안 심사 과정에도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예결위 관계자는 여야 간의 합의가 난항을 겪거나 야당의 반발이 이어질 가능성을 언급하며, 향후 관련 충돌이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