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의 쓸모를 묻는 시니어들의 새로운 도전

디지털 도구 활용에 능숙한 한국과 일본의 고령층들은 자신들에게 실질적으로 필요한 기술이 무엇인지 끊임없이 질문하고 있다. 취재의 관점 또한 단순히 '노인을 위한 인공지능(AI)의 존재 여부'를 넘어 '노년의 삶이 어떻게 지속될 것인가'라는 본질적인 지점으로 이동했다. 이들에게 AI는 단순한 찬반 논쟁의 대상이 아니었다. 일상의 범위를 확장해 미래를 설계하는 도구로 받아들이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고도의 첨단 기술보다는 적절한 수준의 IT 기술이면 충분하다고 판단하는 이들도 있었다. 한일 양국의 시니어들이 AI를 바라보는 다양한 시각과 활용 방식은 각기 다르게 나타나고 있다.

미디어 교육자로 변신한 김석은 이사장

과거 코리아문화수도 조직위원회 이사장으로서 문화예술의 지역화를 이끌었던 김석은(69세) 씨는 현재 시니어 대상의 미디어 교육 전문가로 활동 중이다. 그는 지난 2023년 6월, AI를 활용한 미디어 제작법을 전수하는 '아이 미 스쿨'을 설립했다. 지난 10월 23일 서울 만리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김 씨는 인생의 후반기를 '인생 2모작'이라는 상투적인 표현 대신 '또 다른 청춘'이라고 정의했다. 그는 인공지능 기술이 바로 이 '또 다른 청춘'을 실현해 줄 핵심 동력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학력과 경력의 벽을 허무는 AI의 가능성

김 씨가 주목한 대상은 은퇴한 직장인들이나 경력 단절 여성, 전업주부 등 시니어 계층이다. 고령화 사회에서 은퇴 이후의 삶은 길어졌지만, 이들이 새로운 사회적 역할이나 활동을 찾기란 여전히 쉽지 않은 실정이다. 김 씨는 이러한 한계를 극복할 열쇠로 AI를 지목했다. 과거에는 미디어 콘텐츠 하나를 제작하기 위해서도 긴 시간과 전문적인 교육이 필수적이었으나, 이제는 AI 덕분에 누구나 쉽게 제작의 문턱을 넘을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특히 그는 AI 학습에 있어 학력이나 과거 직업이 큰 걸림돌이 되지 않는다는 점에 주목했다. 흔히 고학력자나 화이트칼라 출신이 더 잘 배울 것이라 예상하기 쉽지만, 실제 교육 현장에서는 이전의 경력이 크게 작용하지 않았다. 일례로 마산에서 꽃가게를 운영하며 고등학교를 졸업한 70대 중반의 수강생 '뿌리' 씨는 다른 이들을 압도하는 학습 능력을 보여주었다. 김 씨는 시니어들이 AI를 습득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자질은 과거의 스펙이 아닌 성실함과 신의라고 단언했다.

AI 튜터와 경제적 자립을 향한 비전

김 씨가 정의하는 미디어의 영역은 언론 콘텐츠에 국한되지 않는다. 가게의 간판을 제작하는 일상적인 활동부터 홍보 업무까지 폭넓게 포함된다. 교육 과정에서 AI는 단순한 도구를 넘어 'AI 튜터'라는 교사의 역할도 수행한다. 학습자의 눈높이에 맞춰 대화하고 과제를 부여하는 AI 튜터는 인간 강사가 느낄 수 있는 피로감 없이 반복 학습을 지원한다. 다만 김 씨는 AI 튜터의 유용성을 인정하면서도, 대면 교육이 병행될 때 학습 효과가 극대화된다는 점을 덧붙였다.

그의 궁극적인 목표는 배움이 실질적인 수익 창출로 연결되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단순한 취미를 넘어 '용돈벌이'가 가능한 모델을 구축하기 위해, 그는 올해 크리스마스 개설을 목표로 숏폼과 유튜브 기반의 새로운 매체 '점'을 준비하고 있다. '아이 미 스쿨' 수강생들이 제작한 콘텐츠를 통해 수익을 얻는 이 플랫폼의 첫 주인공으로는 '박농'이라는 별칭을 가진 수강생이 거론되며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