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반도체 폭발적 수요에 DS 부문 역대급 실적

삼성전자가 인공지능(AI) 시장의 급격한 팽창에 힘입어 3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하지만 사업부별 성적표는 극명하게 갈렸다. AI 반도체 수요가 폭증하며 반도체 사업부에서 100조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거둬들인 것과 대조적으로, 스마트폰과 가전 등 완제품을 담당하는 사업부들은 적자 늪에 빠졌다. 메모리 가격 상승이 반도체 수익성을 극대화했으나, 오히려 완제품 제조 원가를 높이는 부메랑으로 돌아오면서 올해 말까지 이러한 명암이 교차하는 흐름은 계속될 전망이다.

29일 삼성전자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3분기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은 매출 147조1000억원, 영업이익 106조5000억원을 기록하며 압도적인 성과를 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이 344%, 영업이익이 1421%나 급증한 수치다. 전 분기와 비교해도 매출은 15%, 영업이익은 19% 늘어났다. 특히 6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4)의 판매가 본격화되고 서버용 SSD 수요가 늘어난 점이 역대 최대 분기 실적을 견인했다. 메모리 사업은 AI 수요 강세와 공급 제한에 따른 가격 상승 효과를 톡톡히 누리며 3분기 매출 140조7000억원을 달성, 전 분기 대비 16%, 전년 동기 대비 427%라는 경이로운 성장세를 보였다.

완제품 사업부의 수익성 악화와 원가 부담

반면 완제품을 총괄하는 디바이스경험(DX) 부문은 매출 52조1000억원을 기록했으나 8000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적자로 돌아섰다. 전년 동기 3조5000억원의 흑자를 기록했던 것과 비교하면 수익성이 크게 악화된 것이다. 매출 자체는 전년보다 8%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 부품 원가가 상승하며 비용 부담이 커진 것이 결정적이었다. 모바일과 네트워크를 담당하는 MX·네트워크 부문 역시 매출 37조7000억원에 영업손실 6000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3조6000억원의 흑자에서 적자로 전환됐다. 매출은 전년 대비 11% 늘었지만, 메모리 가격 상승에 따른 원가 압박과 네트워크 사업의 부진이 발목을 잡았다.

MX 부문은 갤럭시 Z 폴드8 등 플래그십 신제품이 출시되며 매출이 전 분기 및 전년 동기 대비 모두 성장했다. 프리미엄 제품 판매 비중이 늘어나면서 평균판매가격(ASP)이 상승해 전 분기 대비 손익이 개선되는 모습도 보였다. 그러나 메모리 가격 상승으로 인한 원가 부담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중저가 스마트폰의 판매 감소와 시장 경쟁 심화가 수익성을 압박했다. 삼성전자는 4분기에도 높은 메모리 가격이 유지될 것으로 보고, 프리미엄 제품 중심의 전략과 원가 절감을 통해 수익성을 방어할 계획이다.

가전·디스플레이·전장 사업의 명암

TV와 생활가전을 담당하는 영상디스플레이(VD) 및 생활가전(DA) 부문도 적자를 면치 못했다. 매출 13조9000억원에 영업손실 2000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1000억원 손실보다 적자 폭이 커졌다. VD 부문은 글로벌 스포츠 이벤트 종료로 수요가 줄었으나 프리미엄 제품 판매와 비용 효율화로 손실을 방어했다. 생활가전은 국내 마케팅과 B2B 및 구독 사업 확대로 판매는 호조를 보였으나, 원자재 및 물류비 상승이 이익을 깎아먹었다.

반면 디스플레이와 전장 부문은 상대적으로 선방했다. 삼성디스플레이(SDC)는 매출 8조원, 영업이익 1조1000억원을 기록했다. 중소형 디스플레이는 주요 고객사의 신제품 공급으로 실적이 개선됐고, 대형 디스플레이는 하이엔드 제품 판매와 원가 절감으로 수익성이 개선됐으나,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1조2000억원보다 1000억원 감소했다. 하만(Harman)은 전장과 오디오 제품의 안정적인 판매와 미국 관세 환급 등 일회성 요인에 힘입어 매출 4조3000억원, 영업이익 6000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4000억원)보다 이익이 늘었다.

삼성전자는 4분기에도 반도체 중심의 성장을 예상하면서도 DX 부문의 수익성 부담은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MX 부문은 연말 성수기 대응과 프리미엄 판매 확대에, TV·가전은 고부가 제품 비중 확대에 집중할 방침이다. 신승철 시스템LSI사업부 부사장은 콘퍼런스콜에서 부품가 상승이 세트 판가 인상으로 이어지며 모바일과 IT 시장의 수요를 감소시켰다고 설명했다. 그는 모바일 수요 둔화가 내년까지 이어져 스마트폰 시장이 역성장하고 중저가 모델 축소 추세가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