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어붙은 투자 심리와 거래량 급감
국내 증시의 활력이 급격히 식어가고 있다. 코스피의 거래량과 거래대금이 연중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하며 시장의 동력이 상실되는 모습이다. 주가 급락으로 인해 고점에 진입한 개인투자자들의 자금이 묶인 데다, 인공지능(AI) 산업에 대한 경계감이 확산하면서 투자자들의 심리가 크게 위축됐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한국거래소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6일 코스피 시장의 하루 거래대금은 12조 108억 원으로 집계되어 연중 최저치를 기록했다. 연초에는 꾸준히 20조 원을 넘어서는 흐름을 보였으나, 지난 8월 중순을 기점으로 처음으로 해당 수치 아래로 떨어졌다. 거래량 역시 1억 9046만 주에 그치며, 올해 들어 처음으로 2억 주 선을 밑돌았다.
외국인 매도세와 지수 하락
주요 이벤트를 앞두고 관망세가 짙어지는 가운데, 코스피 지수는 7개월 만에 최저치로 밀려났다. 이날 코스피는 전날보다 80.83포인트(1.46%) 하락한 5469.47로 장을 마쳤다. 특히 외국인 투자자들이 약 7000억 원어치를 순매도하며 하락을 주도했다. 반면 기관과 개인은 각각 6000억 원과 640억 원을 사들이며 방어에 나섰다.
거래대금의 하락세는 지난 7월부터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당시 단일종목레버리지 ETF에 대한 규제안이 시행되면서, 초단기 매매를 통해 거래 규모를 키워왔던 해당 상품의 진입 장벽이 높아졌고 이것이 전체 거래 감소로 이어졌다. 월별 일평균 거래대금 추이를 살펴보면 6월 50조 3471억 원에서 7월 36조 8754억 원, 8월 25조 8460억 원, 9월 21조 3606억 원, 10월 20조 800억 원으로 지속적인 감소세를 나타내고 있다.
수급 악화와 AI 열풍의 냉각
증시의 수급 꼬임 현상이 거래대금 급감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지난 6월 개인투자자들은 코스피 시장에서 42조 원 규모를 순매수했으나, 당시 지수는 현재 종가보다 약 1.3배에서 1.6배 높은 7400~9100선에서 움직였다. 이처럼 고점에 물린 투자자들이 주가 하락으로 인해 매수나 매도를 결정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AI 투자에 대한 의구심도 시장을 위축시키고 있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상무는 상반기 시장을 주도했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의 주가가 급락하면서 투자자들이 손실을 입고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AI 산업의 수익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며 관련 열기가 식은 점이 거래대금 감소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증권사 수익성 악화와 향후 전망
거래대금의 부진은 증권사의 브로커리지 수익에도 직격탄을 날리고 있다. 하나증권의 전망에 따르면, 키움·삼성·NH투자·한국금융지주·미래에셋 등 주요 5개 증권사의 3분기 연결 지배주주 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44.9% 줄어든 1조 1000억 원 수준에 머물 것으로 보인다. 이는 전 분기 대비 76.6% 급감한 수치로, 시장의 기대치인 1조 5000억 원을 크게 하회하는 규모다.
고연수 하나증권 연구원은 거래대금 감소와 금리 상승에 따른 트레이딩 손익 둔화가 실적에 부담을 줄 것이라고 보았다. 특히 4분기에도 거래대금이 현재 수준을 유지한다면 추가적인 이익 감소가 나타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다만 배당 매력이 주가의 하방 지지선 역할을 할 것이라는 관측도 함께 제시했다.
시장 회복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마이크로소프트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실적 발표를 통해 AI 투자의 지속 가능성을 검증해야 하며, 미국 연준의 10월 FOMC 회의도 대기 중이다. 또한 중동 분쟁 장기화로 인한 유가 상승과 그에 따른 고물가·고금리 우려도 해소되지 않았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외 빅테크 실적과 여러 변수를 확인하려는 심리 때문에 당분간 관망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