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가 견인한 역대급 실적과 시설투자 확대
삼성전자가 올해 반도체 분야에만 무려 76조 8,000억 원 규모의 대대적인 시설투자를 단행한다. 이는 전체 영업이익의 99%를 책임지고 있는 반도체(DS) 사업의 생산 능력을 극대화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다. 반면, 메모리 가격 상승의 여파로 스마트폰과 가전 등 완제품 부문의 적자가 확대되면서 사업부 간 수익성 불균형이 해결해야 할 핵심 과제로 떠올랐다.
29일 삼성전자가 발표한 연결 기준 3분기 실적에 따르면, 매출액은 195조 3,000억 원, 영업이익은 107조 4,000억 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2배와 8.8배 급증한 수치로 역대 최대 실적이다. 특히 반도체 부문이 매출 147조 1,000억 원, 영업이익 106조 5,000억 원을 기록하며 전사 실적의 대부분을 견인했다. 반도체 부문의 영업이익률은 약 72%에 달하는 반면, 스마트폰과 가전을 포함한 전체 영업이익률은 55% 수준을 나타냈다.
확보된 수익은 다시 생산 기반 확충을 위해 재투자된다. 올해 예정된 총 84조 4,000억 원의 시설투자액 중 약 90%가 반도체에 집중된다. 메모리 사업은 신규 공장 건설을 포함한 중장기 생산 기반을 강화하며, 파운드리 사업은 미국 테일러 공장의 증설에 역량을 모은다. 강석채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 부사장은 선단 공정의 생산 능력이 실제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을 언급하며, 한국과 미국 내 신규 팹(Fab) 투자를 추진 중이라고 설명했다.
메모리 '솔드아웃' 속 파운드리 2나노 공정 확장
메모리 매출은 전 분기 대비 3배 이상 뛰며 전체 매출의 60%를 점유했다. 김재준 메모리사업부 부사장은 2027년 공급 물량이 이미 완판된 상태이며 추가 공급 요청도 쇄도하고 있다고 밝혔다. 차세대 제품은 내년 상반기 양산이 예정되어 있으며, 이미 10곳의 대형 고객사와 최대 5년 이상의 장기 공급 계약을 맺었고 10개 업체와 추가 협상을 진행 중이다. 김 부사장은 반도체 공급 부족 현상이 2028년까지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며, 클린룸 확보 이후에는 수요에 맞춰 설비 도입을 탄력적으로 운영하겠다고 덧붙였다.
파운드리 분야의 확장세도 뚜렷하다. 올해 2나노 공정 수주액은 전년 대비 2배 이상 증가했으며, 내년에는 고성능 컴퓨팅(HPC) 부문이 파운드리 매출의 과반을 차지할 전망이다. 내년 하반기부터는 2나노 공정을 적용한 대형 고객사의 신제품 양산도 계획되어 있다. 현재 미국 테일러 1공장은 클린룸 가동과 설비 반입 단계에 있으며, 본사 전문 인력이 파견되어 시험 생산을 위한 웨이퍼 투입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반도체 호황의 역설, 스마트폰·가전의 적자 지속
메모리 시장의 호황이 완제품(DX) 부문에는 오히려 부담으로 작용했다. DX 부문은 매출 52조 1,000억 원을 기록했으나 8,000억 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세부적으로는 스마트폰과 네트워크 사업에서 6,000억 원의 적자가 발생했다. 폴더블폰 등 프리미엄 기기 판매 호조로 매출은 늘었지만, 메모리 원가 상승이 수익성을 악화시킨 결과다. 다니엘 아라우조 사업부 상무는 이러한 원가 상승 압박이 2027년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가전 사업부 역시 2,000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월드컵 등 주요 스포츠 이벤트가 종료되며 수요가 위축된 데다, 물류비와 메모리 등 원자재 가격이 오르며 이익이 줄어든 영향이다. 박순철 최고재무책임자(CFO)는 반도체 부문의 강력한 성장세로 2026년 이상의 실적이 기대되지만, DX 부문은 원가 부담이 지속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환율 하락 영향으로 주요 통화 가치가 떨어지면서 부품 사업을 중심으로 약 10조 원 규모의 영업이익 감소 효과가 발생해, 실제 기록 가능한 최대 영업이익은 더 높았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