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7억 과징금 폭탄에도 '법 준수' 주장하는 빅테크

구글과 애플이 국내 인앱결제 강제 행위에 대해 정부가 내린 규제 조치에 강력히 반발하고 있어, 해외 주요국들과의 대응 방식 차이가 논란이 되고 있다. 유럽연합(EU)과 일본에서는 규제에 발맞춰 수수료를 인하하고 외부 결제 방식을 넓혔으나, 한국에서는 우회적인 수수료 정책을 고수하며 맞서고 있는 형국이다. 이러한 국가별 규제 집행력의 격차로 인해 국내 앱 개발사들이 상대적인 부담을 떠안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지난달 28일, 전기통신사업법을 위반한 구글과 애플에 대해 총 637억 1000만 원 규모의 과징금 부과와 시정명령을 의결했다. 구체적인 과징금 액수는 구글이 429억 원, 애플이 208억 1000만 원으로 책정되었다. 이번 조치는 한국이 2021년 세계 최초로 '인앱결제 강제 금지법'인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시행한 이후 처음으로 내려진 제재다.

방통위는 양사가 제3자 결제 수단을 허용하는 듯 보였으나, 높은 수수료율과 기술적 제약을 동원해 실질적으로는 자사 인앱결제를 강요했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양사는 시정명령을 받은 날로부터 3개월 이내에 결제 정책을 개선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러나 구글과 애플은 기존 정책이 국내 법령을 어기지 않았다는 입장을 밝히며 유감을 표했다. 양사는 의결 내용을 면밀히 검토한 뒤 향후 대응 방안을 결정하겠다고 전해, 행정소송 여부에 따른 갈등이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해외는 수수료 낮췄지만 한국은 '꼼수' 수수료 유지

인앱결제는 앱 내에서 게임 아이템이나 구독 서비스 등을 구매할 때 플랫폼사의 결제 시스템을 사용하는 방식이다. 그동안 양사는 개발사들에게 자사 시스템 이용을 요구하며 결제액의 최대 30%를 수수료로 징수해 왔으며, 외부 결제 이용 역시 제한해 왔다. 이를 막기 위해 한국은 2021년 관련 법안을 도입했으나, 구글과 애플은 제3자 결제 시 기존보다 4%포인트 낮은 26%의 수수료를 책정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하지만 개발사가 외부 결제 업체에 지불해야 하는 비용을 고려하면 인앱결제와 실질적인 차이가 없다는 지적이다.

결제 방식의 선택권 역시 제약받았다. 구글은 결제 수단별로 가격을 다르게 표시하는 것을 제한했고, 애플은 제3자 결제를 원하는 개발사에 별도의 앱 제출을 요구했다. 방통위는 이러한 조건들이 사실상 자사 결제 시스템을 강제하는 효과를 낸다고 보았다. 특히 애플이 국내 개발사에게만 부가가치세를 포함한 금액을 기준으로 수수료를 매겨 해외 개발사보다 불리하게 대우한 사실도 확인되었다.

일본·유럽과 대비되는 한국의 규제 환경

해외에서는 규제 강화에 따라 양사의 정책이 실질적으로 변화하고 있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지난해 4월 외부결제 안내를 제한한 애플에 5억 유로의 과징금을, 올해 7월에는 구글의 검색 서비스 자사 우대 및 외부결제 유도 제한 등을 이유로 8억 9000만 유로의 과징금을 부과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애플은 앱스토어 수수료 체계를 개편하여 자체 결제는 26%, 제3자 결제는 20%, 외부 웹사이트 연결은 15%로 조정했다. 소규모 개발사에는 10~15%의 우대 수수료를 적용하며 제3자 앱마켓을 통한 유통도 허용했다. 일본 역시 지난해 12월 모바일 소프트웨어 경쟁법을 시행하며 변화를 맞았다. 애플은 일본에서 기본 수수료를 최대 21%로 낮추고, 소규모 개발사에는 10%를 적용하는 등 적극적인 조치를 취했다.

구글 또한 에픽게임즈와의 분쟁 이후 지난 3월 글로벌 수수료 인하를 발표했다. 신규 설치 앱의 일반 거래 수수료를 20%, 우대 프로그램 참여사는 15%, 정기 구독은 10%로 낮춘 정책을 유럽과 미국에 지난 6월 적용했으며, 일본에서도 9월 말 시행을 마쳤다. 반면 한국은 12월 말에나 이 정책이 도입될 예정이라 일본보다 3개월가량 늦은 상태다.

위정현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는 구글과 애플이 미국 정부의 영향력을 이용해 한국 규제에 소극적으로 대응해 왔다고 분석했다. 위 교수는 대형 게임사에는 마케팅 혜택을 주며 중소 개발사에는 높은 수수료를 유지해 업계의 공동 대응을 약화시킨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미국과 유럽은 강력한 규제로 정책이 바뀌고 있지만, 한국에서는 일부 유화적 조치에 그칠 것이라며, 시장 규모와 지출액이 큰 일본이 구글과 애플에게는 더 전략적인 시장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