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에 달하는 압도적 수익성과 2030년까지의 공급 부족 전망
메모리 반도체 산업의 정점 우려를 불식시키며 SK하이닉스가 경이로운 수익성을 증명했다. 80%에 육박하는 압도적인 영업이익률과 견조한 수요 전망을 바탕으로, 메모리 공급 부족 현상은 2030년까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향후 3년 동안의 D램 및 고대역폭메모리(HBM) 물량이 사실상 모두 판매 완료된 상황에서, 100조원 규모의 주주환원 정책까지 발표되자 주가는 하루 만에 10% 이상 급등하며 강력한 반등 탄력을 보였다.
SK하이닉스는 28일 발표를 통해 올해 3분기 매출 104조 6155억 원, 영업이익 83조 3338억 원을 달성했다고 밝혔다. 이는 제품 100만 원어치를 판매할 때 80만 원이 이익으로 남는 수준의 놀라운 영업이익률이다. 원화 강세라는 환율 변동성 속에서도 고부가가치 제품의 판매 비중을 높이고 제품 가격 상승을 이끌어내며 수익성을 극대화하는 데 성공했다.
D램 가격 상승과 HBM4 주력 제품화 가속
이번 실적 성장의 핵심 동력은 D램의 가격 강세와 출하량 확대였다. 3분기 D램 출하량은 전 분기 대비 약 10% 증가했으며, 특히 서버용 DDR5 판매량은 40% 이상의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다. 여기에 고가의 HBM4 출하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수익성을 더욱 끌어올렸다. 일반 D램의 가격 상승과 HBM4 비중 확대가 맞물리며 D램 평균판매가격(ASP)은 전 분기 대비 20% 후반대의 상승 폭을 보였다. SK하이닉스는 오는 4분기부터 HBM4가 출하량과 매출 비중 모두에서 기존 HBM3E를 제치고 주력 제품으로 자리 잡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낸드 플래시 부문 역시 양적 성장보다는 수익성 중심의 전략을 펼쳤다. 321단 TLC 기반의 기업용 SSD 등 고부가 제품 위주로 포트폴리오를 재편함에 따라 출하량은 다소 줄었으나, ASP는 20% 중반대로 상승하며 실적을 뒷받침했다. 김우현 CFO(최고재무책임자)는 기술 난도가 높은 선단 공정의 특성과 신규 시설 구축에 소요되는 시간을 고려할 때, 수요를 따라잡지 못하는 공급 부족 상황이 2030년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2029년까지의 물량 확보와 대규모 주주환원
수요의 저변은 더욱 넓어지고 있다. AI 서비스가 실질적인 매출로 전환되고 있으며, 인프라 구축 주체도 소수 빅테크 기업에서 일반 기업 및 국가 단위로 확장되는 추세다. 향후 자율주행과 로보틱스 분야의 피지컬 AI 확산도 메모리 수요를 촉진할 요인이다. 박준덕 D램 마케팅 담당은 현재 확보된 장기공급계약(LTA) 물량과 협의 중인 수요를 종합할 때, 2029년까지의 D램과 HBM 물량은 사실상 매진된 상태라고 전했다.
현재 SK하이닉스는 글로벌 대형 클라우드 서비스 제공업체(CSP)를 포함한 14개의 주요 고객사와 LTA를 맺고 있다. 이 계약을 통해 확보한 물량은 내년과 2028년 전체 생산 능력의 50%를 상회한다. 일부 고객과는 기존 5년인 계약 기간을 연장하는 방안도 논의 중이다. HBM의 경우 고객사의 요청이 공급 가능량을 2배 이상 웃돌고 있어, 내년도 물량과 가격 협의를 이미 마쳤다. 수요 급증에 대응하기 위해 충북 청주 M15X 공장의 생산량을 연말까지 최대 수준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AI 추론 기술의 확산은 낸드 시장에도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HBM과 D램에 담기 어려운 문맥 정보를 SSD에 분산 저장하고 재사용하는 수요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곽노정 대표이사 사장은 기술 경쟁력을 바탕으로 쌓은 고객 신뢰가 장기계약으로 이어지며, 사업 구조가 수익 안정성을 갖춘 형태로 변화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중장기적 성장성과 100조원 규모의 주주환원 정책에 힘입어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14만 6000원(10.89%) 급등한 148만 7000원에 마감했다. 이는 10거래일 만에 140만 원대를 회복한 수치다. 외국인 투자자들 또한 5거래일 만에 3844억 원 규모의 순매수를 기록하며 매수세로 돌아섰다. 실적 정점을 우려하는 피크아웃 논란을 잠재운 가운데, 20일 규모의 자사주 매입 공시가 추가적인 수급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이경민 대신증권 FICC리서치부 부장은 대규모 주주환원이 주가의 하방 지지력을 높이고 반등 탄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