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의 구미 프로젝트, 데이터센터로 첫 삽 뜬다

경북 구미를 데이터센터와 로봇 산업의 핵심 요충지로 만들겠다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구상이 구체적인 실행 단계에 진입했다. 지난 6월 29일 이재명 대통령이 주재한 3대 메가프로젝트 국민보고회에서 밝혀졌던 이 투자 계획은 이제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삼성이 영남권에 총 60조 원을 투입해 추진 중인 첨단산업 육성 전략의 첫 번째 가시적 성과로 구미 데이터센터 건립이 본격화된 것이다.

삼성전자는 2일 구미 데이터센터의 착공 소식을 공식 발표했다. 지난 1월 4,273억 원 규모의 투자를 확정 지은 이 시설은 초기 60메가와트(MW)의 전력 용량으로 시작해 향후 최대 120MW까지 확장이 가능하도록 설계되었다. 2028년 말 완공을 목표로 현재 공사가 진행 중이다.

로봇과 제조 혁신의 허브로 거듭날 구미 사업장

이번 착공은 삼성이 영남권에 계획한 60조 원 규모의 대규모 투자 중 첫 번째 결실이다. 삼성은 지난 7월 구미 지역에 휴머노이드 로봇의 양산 체계를 구축하고 로봇 데이터 팩토리와 데이터센터를 설립해 기존 제조 기반을 첨단 산업 중심으로 고도화하겠다는 청사진을 공개한 바 있다. 이와 더불어 울산에서는 전고체 배터리 양산을, 부산과 거제에서는 각각 자율형 조선소와 첨단 전자부품 분야의 투자를 확대할 방침이다.

구미가 로봇 투자의 중심지로 낙점된 배경에는 삼성전자가 오랜 기간 쌓아온 탄탄한 제조 기반이 있다. 삼성은 기존의 생산 시설에 로봇 양산 및 학습을 지원하는 인프라를 결합해 제조 자동화 수준을 끌어올리고, 피지컬 AI 기술을 구현할 계획이다. 구미 사업장을 미래 제조 혁신의 거점으로 키워 기존 스마트폰 생산 기반에 첨단 제조 기술과 로봇 산업을 융합함으로써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노태문 삼성전자 대표는 휴머노이드 로봇과 데이터센터, 첨단 제조업 분야에 대한 집중 투자를 강조하며, 구미 사업장이 글로벌 제조 혁신의 허브로 도약할 것이라고 밝혔다. 데이터센터는 이러한 제조 혁신을 뒷받침할 핵심 연산 인프라 역할을 수행한다. 휴머노이드 로봇이 정밀한 작업을 학습하고 제조 공정이 자동화되기 위해서는 방대한 양의 데이터 처리 능력과 고성능 그래픽처리장치(GPU)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삼성은 로봇 데이터 팩토리와 데이터센터를 통해 이러한 기반을 확충할 예정이다.

인프라 사업 확대와 오픈AI와의 기술 협력 기대감

삼성전자는 이번 투자를 통해 사업 영역을 다각화할 계획이다. 계열사의 제조 로봇 전환에 필요한 컴퓨팅 자원을 공급하는 한편, 자체 서비스와 외부 고객사의 장비를 수용하는 코로케이션 사업을 병행해 새로운 매출원을 창출할 방침이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29일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직접 투자와 지분 투자, 그리고 데이터센터의 설계부터 구축, 운영까지 아우르는 풀스택 서비스를 통해 인프라 규모를 800MW 이상으로 키우겠다고 밝혔다. 누적 500MW를 확보할 경우 연 매출 1조 원 이상을 달성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내놓았다.

구미 데이터센터의 착공은 지역 산업계에도 새로운 기회가 될 전망이다. 기존 전자제품 생산 라인에 데이터센터와 로봇 시설이 더해지면 지역 부품 및 장비 업체들의 공급망 참여가 활발해지고 전문 인력 수요도 증가할 수 있다. 다만 실제적인 고용 창출과 지역 경제에 미치는 파급 효과는 향후 진행될 로봇 투자 규모와 지역 기업들의 참여도에 따라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가 추진해 온 경북 포항 데이터센터 구축 협력 모델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삼성은 이미 포항 데이터센터의 공동 개발 및 운영을 위한 협력의향서(MOU)를 체결한 상태다. 포항 프로젝트는 구미와는 별개의 사업으로, 구체적인 투자 규모나 착공 일정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으나 기업 간 협력을 통한 인프라 사업 확대 가능성은 열려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최근 샘 알트먼 오픈AI CEO가 경기도 용인 삼성인력개발원을 방문해 삼성 계열사 사장단 50여 명과 만난 사실도 주목받고 있다. 알트먼은 기술 발전이 산업의 경쟁력을 바꾸고 있다고 언급하며, 이러한 변화를 성과로 연결하기 위해서는 방대한 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는 튼튼한 기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구미 데이터센터가 바로 그 역할을 수행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삼성전자는 지역 경제와 산업 생태계 발전에 기여하며 차세대 인프라를 위한 풀스택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