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흥 명문과 전통 강호의 자존심 대결

KBO리그 2026시즌의 대미를 장식할 한국시리즈(KS)를 앞두고 두 사령탑이 승부를 향한 출사표를 던졌다. KT 위즈의 이강철 감독은 신흥 명문의 저력을 보여주겠다는 포부를 밝혔으며, 삼성 라이온즈의 박진만 감독은 오직 정상에 서는 것만이 목표라는 단호한 의지를 내비쳤다. 이강철 감독은 지난 2023년 한국시리즈에서 LG 트윈스에 무릎을 꿇었고, 박진만 감독은 2024년 KIA 타이거즈를 상대로 아쉬운 패배를 맛봤다. 두 지도자는 이번 기회를 놓치지 않고 반드시 마지막에 웃겠다는 각오로 무장했다.

오는 3일 수원에서 개막하는 KS 1차전을 앞두고, 양 팀 감독은 2일 수원 라마다 프라자 호텔에서 열린 미디어데이 현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강철 감독은 이번 시리즈를 전통의 강호와 신흥 명문의 대결로 정의했다. 2013년 창단 이후 2021년 첫 우승을 일궈낸 KT는 올해로 세 번째 한국시리즈 진출이라는 금자탑을 쌓았다. 이 감독은 삼성이든 KIA든 상대가 누구든 전통 강호에 맞서는 신흥 명문의 힘을 증명하겠다고 강조했다. 특히 정규시즌 90승 달성과 창단 첫 홈 100만 관중 돌파라는 성과를 거둔 KT가 수원 시민과 함께 우승의 기쁨을 나누겠다고 덧붙였다.

벼랑 끝에서 살아 돌아온 삼성의 반격

플레이오프(PO) 위기를 극복하고 올라온 박진만 감독 역시 물러설 기색이 없다. 삼성은 PO 1, 4차전을 내주는 위기를 맞았으나, 최종 5차전에서 KIA를 꺾고 극적으로 한국시리즈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박 감독은 PO 2차전 이후 팀 내에 형성된 즐거운 분위기를 언급하며, 어려운 고비를 넘기고 승리하며 올라온 상승세를 끝까지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직행 티켓을 거머쥔 KT의 최대 과제는 실전 감각의 유지다. 이강철 감독은 아래 단계에서 올라오는 팀들의 타격감이 예리하다는 점을 경계하며, 1위 팀인 KT가 시리즈 초반인 1, 2차전을 어떻게 버텨내느냐가 관건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타자들이 타격감을 회복할 때까지 투수진이 최소한의 실점으로 막아주길 당부하면서도, 선발진의 전력만큼은 자신들이 우위에 있다고 확신했다.

반면 체력 저하와 부상, 그리고 PO 과정에서 노출된 수비 불안은 삼성의 숙제다. 박진만 감독은 삼성의 본래 강점인 수비력이 한국시리즈에서 다시 살아날 것이라고 믿음을 보였다. 또한 KT보다 우위에 있는 좌타 라인이 상대의 강력한 투수진을 상대로 얼마나 활약해 주느냐가 우승의 핵심 열쇠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30년 전의 기억, 다시 만난 승부사들

두 감독은 선수 시절에도 한국시리즈 무대에서 맞붙은 인연이 있다. 1996년 당시 해태 타이거즈의 투수였던 이강철 감독은 5경기에 출전해 16이닝 동안 단 1실점만을 허용하며 시리즈 MVP를 차지했다. 반면 현대 그룹의 신인이었던 박진만 감독은 19타수 2안타에 그쳤다. 30년이라는 세월이 흘렀음에도 두 사람의 기억은 생생했다. 이 감독은 당시 박 감독을 상대로 삼진을 많이 잡았던 기억을 떠올리며 웃음을 터뜨렸고, 박 감독은 신인 시절 가장 공략하기 힘들었던 투수로 이강철을 꼽으며 공이 사라지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고 회상했다. 마지막 기념촬영에서 이 감독은 6차전 승부를 예고하며 손가락 6개를 펼쳤고, 박 감독은 5차전 우승을 다짐했다.

시리즈 첫날의 선발 맞대결도 눈길을 끈다. KT는 올 시즌 10경기에서 5승 2패, 평균자책점 2.13을 기록 중인 데이비스 대니엘을 1차전 마운드에 올린다. 삼성은 정규시즌 7승 5패, 평균자책점 4.68을 기록한 최원태를 선발로 예고했다. 최원태는 올 시즌 KT를 상대로 2경기에서 1패와 6.94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해 고전한 바 있다. 대니엘은 삼성전 경험이 없고 한 달간 휴식을 취했다는 변수가 있지만, 선발진의 객관적 무게감은 KT 쪽으로 기우는 모양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