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소사실 전부 인정하며 선처 호소

중국인 유학생을 살해한 뒤 시신을 훼손하고 유기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정창성(31) 씨가 법정에서 공소사실을 모두 시인했다. 다만 정 씨 측은 이번 사건이 사전에 치밀하게 계획된 것이 아니라 다툼 끝에 발생한 우발적 범행이었다고 주장하며 선처를 구했다.

대구지법 제13형사부(재판장 채희인)는 2일 살인 및 시체손괴, 유기, 은닉, 그리고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등의 혐의로 기소된 정 씨의 공판을 진행했다. 이날 재판에서 정 씨 측 변호인은 검찰이 제출한 공소사실을 전부 인정할 뿐만 아니라, 증거물에 대해서도 모두 동의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변호인은 지난달 29일 제출한 변론요지서를 통해 정 씨가 범행 도구를 미리 준비하지 않았으며, 갈등 과정에서 돌발적으로 사건이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정 씨가 범죄 전력이 없는 초범이라는 점과 체포된 직후 범행을 자백하고 시신을 수습하는 데 적극 협조했다는 점을 양형의 유리한 요소로 제시했다.

유족 합의 부재와 추가 성폭력 혐의

재판부는 정 씨 측이 제시한 선처 사유 중 피해 회복과 관련된 내용이 결여되어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채희인 재판장은 변호인이 양형에 관한 여러 정상 관계를 상세히 기술했음에도 불구하고, 가장 핵심적인 피해자 관련 대책이 빠져 있다고 꼬집으며 유족과의 합의 여부나 보상 계획을 확인했다.

이에 대해 변호인은 피해자의 유족들이 현재 중국에 머물고 있어 연락이 닿지 않는 상태라 합의나 보상을 진행하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유족들이 겪고 있는 정신적 충격과 피해 규모가 워낙 커서 이를 수습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되고 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이날 공판에서는 정 씨가 다른 피해자에 대한 성폭력 혐의로 별도의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는 사실도 새롭게 밝혀졌다. 검찰 측은 피고인이 성폭력처벌법 위반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음을 언급하며, 두 사건을 병합하여 함께 재판받을 수 있도록 추가 기소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범행 경위와 치밀한 은닉 시도

재판부는 다음 달 15일 증거조사기일을 지정했으며, 판결을 내리기 전 양형 조사를 실시할 예정이다. 정 씨는 지난 8월 20일 오전 6시경 경북 경산시 소재의 자택에서 교제하던 A씨의 목을 졸라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결혼 문제로 갈등을 빚던 A씨가 학교 측에 두 사람의 관계를 알리려 하자, 강사 신분인 정 씨가 직업적 불이익을 우려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범행 이후 정 씨는 시신을 훼손한 뒤 8월 21일부터 24일 사이 경산과 경주, 대구, 경기 등지의 야산과 쓰레기장에 나누어 유기한 혐의도 받는다. 조사 결과 시신의 일부는 거주지 베란다 등에 숨겨진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정 씨는 피해자가 스스로 집을 떠난 것처럼 꾸미기 위해 치밀한 조작을 시도했다. 그는 A씨의 옷을 입고 동대구역으로 이동해 CCTV에 모습을 남기게 한 뒤, 다음 날 경찰에 A씨가 실종되었다며 허위 신고를 한 것으로 조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