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로 엇갈린 희비, 정부의 대규모 공급 발표
정부가 경기권 6개 지역을 대상으로 총 7만6700가구 규모의 신규 택지 후보지를 공개하면서 지자체 간의 이해관계가 극명하게 갈리고 있다. 구리시는 그간 정체되었던 개발 사업의 돌파구와 교통 인프라 확충의 기회로 판단해 적극적인 환영 의사를 밝힌 반면, 김포시는 심각한 교통난과 주택 공급 과잉에 대한 우려를 표하며 거세게 반발했다. 하남시는 대규모 개발에 따른 행정적 부담을 걱정했고, 고양시와 의정부시 역시 주택 공급에 앞서 산업 기반을 먼저 구축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29일 '8·13 주택 신속 공급방안'의 후속 조치로 후보지들을 확정했다. 이번 발표에 따르면 김포 3만7000가구, 하남 1만8500가구, 구리 1만4600가구가 포함되어 전체 물량의 91%가 이 세 도시로 집중되는 양상이다. 고양시는 기존 지구의 확장을 통해 4000가구를 더 확보하며, 의정부는 2600가구 규모의 공급이 이루어진다. 정부는 해당 지역들의 착공 시점을 2030년 이내로 잡고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구리시의 반전 카드, 김포시의 '베드타운' 우려
구리건원 지구로 지정된 사노동 일대는 당초 2020년부터 물류 시설과 테크노밸리 조성, 농수산물도매시장 이전을 골자로 한 이커머스 개발 사업이 추진되던 곳이다. 하지만 두 차례에 걸친 예비타당성조사에서 사업성을 입증하지 못해 난항을 겪어왔다. 신동화 구리시장은 이날 오후 기자회견을 통해 주거 환경이 열악했던 기존 상황과 주민들의 강력한 개발 요구를 언급하며, 사업이 교착 상태에 빠진 뒤 정부와 공공주택 사업을 협의하게 되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신 시장은 이번 결정이 광역교통망을 구축하고 양질의 일자리와 기업을 유치할 수 있는 전환점이 될 것이라며 찬성 입장을 분명히 했다. 구리시는 8호선 사노역 신설과 도매시장 이전 부지 확보를 주요 협상 조건으로 내걸었으며, 전체 용지의 10~15%를 자족용지로 확보하겠다는 구체적인 목표를 설정했다.
반면 김포시는 한강2 지구에 이어 고촌읍 김포아라 지역에 3만7000가구가 추가로 배정된 것에 대해 강력한 유감을 표명했다. 시 관계자는 시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일방적으로 발표를 강행했다고 비판했다. 김포시는 적절한 교통 대책이나 기반시설 없이 주택만 늘릴 경우 도시가 단순 베드타운으로 전락할 것이라고 경고하며, '선교통·후입주' 원칙을 강조했다. 또한 총사업비의 20~25%를 광역교통 대책에 투입하고, 재정 손실 보전과 일자리 창출 대책을 마련할 것을 촉구했다. 이에 따라 지역 주민들 사이에서도 교통 악화에 대한 불안감과 기반시설 확충에 대한 기대가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
하남·고양·의정부의 요구: "주택보다 산업이 우선"
하남시는 미사 K-컬처 1만2000가구와 감일2 6500가구가 포함된 발표를 접하고, 교산 지구까지 포함해 세 곳을 동시에 개발해야 하는 행정적 부담과 원주민들의 터전 상실을 우려하고 있다. 시 측은 정부의 요청에 따라 협의를 진행했음을 밝히면서도, 기존에 추진 중이던 미사섬 K-컬처 복합단지 조성 사업에 대해서는 기대감을 드러냈다. 아울러 입주 전 교통시설 완비와 자족용지 확보, 원주민 재정착을 위한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고양시는 기존 9400가구 규모의 대곡지식융합지구에 4000가구가 추가됨에 따라, 주택보다 산업 및 업무용지를 우선적으로 확정할 것을 요구했다. 과거 택지개발 과정에서 약속된 자족용지가 축소되거나 용도가 변경되었던 사례가 반복되지 않아야 한다는 취지다. 의정부시 또한 기업 유치를 추진하던 캠프 잭슨 부지가 다락원 지구에 포함된 것에 대해 도시첨단산업단지 조성을 강력히 요구하고 나섰다. 지역 사회에서는 기존의 기업 유치 전략이 주택 공급 계획에 밀려 무산될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는 분위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