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브 잡스의 신념과 충돌하는 애플의 변화
애플의 전설적인 창업자 스티브 잡스는 제품의 디자인과 사용자 경험에 대해 타협 없는 확고한 철학을 지니고 있었다. 그러나 최근 애플이 보여주는 행보는 잡스가 생전 구상 단계에서부터 강력히 반대했을 법한 기능과 디자인을 하나씩 도입하며, 그의 유산에서 점차 벗어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매체 폰아레나는 1일(현지시간) 보도를 통해, 잡스가 고수했던 원칙들을 깨뜨리고 있는 애플의 최근 기술적 변화들을 정리해 발표했다.
잡스는 지난 2010년 10월, 사용자 테스트 데이터를 근거로 터치스크린 방식의 노트북은 제대로 작동할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당시 그는 기술 자체의 흥미로움은 인정하면서도, 실제 사용 환경에서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화면을 터치하기 위해 팔을 계속 들어 올려야 하는 구조가 사용자의 피로를 유발하며, 이는 장시간 사용을 방해하는 인체공학적 최악의 선택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시연 시에는 훌륭해 보일지 몰라도 결국 팔이 떨어져 나갈 듯한 고통을 줄 것이라고 경고했다.
터치스크린과 스타일러스 펜, 금기를 깨다
놀라운 점은 잡스의 사후에도 애플 경영진이 이러한 부정적 입장을 유지해왔다는 사실이다. 2012년 4월 팀 쿡 당시 최고경영자는 토스터와 냉장고를 합치는 식의 결합이 사용자에게 만족스러운 경험을 줄 수 없다고 언급했으며, 2018년 6월에는 크레이그 페더리기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 수석부사장 역시 화면 터치를 위해 팔을 드는 행위가 매우 피곤한 일이라며 동조했다. 하지만 최근 애플은 터치스크린 기능이 탑재된 맥북 프로를 공개하며 오랜 침묵을 깨고 입장을 선회했다. 존 터너스 애플 관계자는 맥이 여전히 키보드와 트랙패드 중심의 기기이지만, 이제는 화면 터치가 가능할 정도로 완성도가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스타일러스 펜에 대한 거부감 역시 잡스의 핵심적인 신념 중 하나였다. 2007년 1월 아이폰 공개 당시, 그는 스타일러스 펜을 사용하는 것이 끔찍한 일이라며, 펜을 꺼내고 다시 넣는 과정과 분실 위험을 이유로 누구도 이를 원하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그는 손가락이 가장 자연스러운 입력 도구라고 믿었으며, 월터 아이작슨의 전기에서도 스타일러스가 도입되는 순간 아이패드의 생명은 끝난다는 취지의 강한 반대 의사를 피력했다. 그러나 애플은 2015년 아이패드 프로에 애플 펜슬을 도입하며 이 원칙을 깼고, 최근에는 폴더블 아이폰인 '아이폰 듀오'에 스타일러스 지원을 확정하며 그 변화의 범위를 아이폰까지 확장했다.
폴더블 아이폰이 던지는 정체성의 혼란
잡스가 대형 화면 스마트폰에 대해 가졌던 회의론 또한 현재의 변화와 맞닿아 있다. 그는 7인치급 스마트폰의 성공 가능성을 낮게 평가했으나, 현재 애플은 대형 디스플레이 모델을 지속적으로 출시하고 있다. 이번에 등장한 아이폰 듀오는 펼쳤을 때 7.6인치에 달하는 내부 디스플레이를 갖췄는데, 이는 한 손 조작을 중시했던 초기 디자인 철학과 배치된다. 일부 사용자들은 실제로 한 손 조작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또한 잡스는 기기 통합과 동시에 각 제품의 본연의 역할 수행을 강조했다. 하지만 아이폰 듀오는 외부 디스플레이는 넓고 내부 디스플레이는 아이패드보다 작은, 다소 모호한 위치에 놓여 있다. 화면 중앙의 접히는 부분 역시 잡스의 미학과는 거리가 멀다. 폰아레나는 잡스가 이 제품을 두고 정체성이 모호하고 투박한 제품이라 평가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결국 애플은 창업자의 철학에만 머물지 않고, 변화하는 기술과 시장 환경에 맞춰 잡스의 유산을 넘어 새로운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