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년 경력에도 최저임금, 무너지는 돌봄 인력 생태계
보육대체교사로 13년째 근무 중인 50대 임상훈 씨는 과거 어린이집 담임교사 시절, 보수교육을 위해 자리를 비울 때 자신을 대신해 아이들을 돌봐주던 대체교사에게 큰 고마움을 느꼈다. 그 경험을 계기로 대체교사가 된 그는 아이들을 돌보는 일을 여전히 사랑한다고 말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오랜 경력에도 불구하고 임금은 최저임금 수준에 머물러 있으며, 영아부터 취학 전 아동까지 폭넓게 돌봄에도 불구하고 수당은 가장 낮은 영아반 기준으로 책정된다. 일반 보육교사에게 주어지는 장기근속수당조차 없으며, 매번 다른 시설로 이동해야 하는 환경임에도 18년째 월 10만 원에 불과한 교통비가 발목을 잡는다. 심지어 채용 시 차량 소유를 조건으로 내거는 경우도 흔하다.
60대 가사관리사 김영숙 씨의 노동 환경은 더욱 고립되어 있다. 타인의 가정에서 일하는 동안 식사조차 눈치를 보게 되며, 과거에는 라면으로 끼니를 때우기도 했으나 최근에는 5분 내에 섭취 가능한 셰이크로 점심을 대신하고 있다. CCTV가 사람보다 더 무섭게 느껴질 만큼 휴식조차 조심스러운 상황이다. 부상이나 질병에 대한 안전망도 부실하다. 정부 인증 기관이 아닌 곳에서 근무할 경우 산재보험 적용이 어려워, 최근 버스에서 넘어져 4주간 일을 쉬어야 했던 김 씨는 수입 중단과 치료비 부담을 오롯이 스스로 감당해야 했다. 20년 넘는 노동으로 허리와 무릎 등 관절 부위가 상했음에도 생계를 위해 일을 그만둘 수 없는 실정이다.
고령화보다 무서운 열악한 처우, 다가오는 인력 공백
현재의 돌봄 서비스는 5060 여성 인력에 의존하고 있으나, 전문가들은 이들의 이탈로 인한 인력난을 경고한다. 고령화 자체보다 낮은 임금과 열악한 노동 조건이 신규 인력 유입을 막고 있다는 분석이다. 숙련된 노동자조차 최저임금에 머물고, 사고 시 생계가 위태로운 구조가 문제의 핵심이다. 특히 임금과 노동 조건을 실질적으로 결정하는 정부가 책임은 지지 않는 '사용자성의 공백'이 이러한 기이한 현상을 심화시키고 있다. 한국은행 고용분석팀은 간병과 육아를 포함한 돌봄 인력 부족 규모가 2032년 최대 71만 명, 2042년에는 최대 155만 명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수요가 급증하는 노인 돌봄 분야의 위기는 더욱 심각하다.
KDI 권정현 연구위원은 지난 4월 보고서를 통해 근로 요양보호사 규모가 2034년 80만 6천여 명으로 정점을 찍은 뒤 감소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현재의 업무 강도를 유지하려면 2043년까지 99만 명의 추가 인력이 필요하지만, 여성의 고학력화와 경제활동 확대로 인해 5060 여성의 참여가 줄어들면 공급 부족은 더 빨라질 수 있다. 보건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기준 요양보호사 자격 취득자는 약 311만 명에 달하지만, 실제 현장에서 활동하는 인력은 69만 9천여 명(22.5%)에 불과하다. 특히 40대 이하의 활동률은 7.8%로 매우 낮으며, 현장 인력의 70%가 60대 이상에 집중되어 있다.
제도적 대책과 노동계의 공동 대응 본격화
돌봄통합지원법 시행으로 재가서비스 수요는 늘어날 전망이지만, 이 분야의 임금은 시설급여 종사자의 절반 수준인 월평균 111만 3천 원에 그치고 있다. 충남대 윤자영 교수는 사회서비스 노동자 처우개선 토론회에서 인력 부족이 단순히 인구 구조의 문제가 아니라 '현재 조건으로는 일하지 않겠다'는 노동자들의 의사 표시라고 지적했다. 2030년대 베이비붐 세대의 수요 급증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숙련도와 책임을 반영한 임금 체계와 이동·대기 시간까지 고려한 재정 산정이 필수적이다. 민주노동연구원 박영민 연구원 또한 서비스 취소 시 소득을 보전하는 등의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부와 노동계의 협의가 성과로 이어지지 못한 점도 문제다. 지난 8월 노정협의체는 기본급 인상과 교통비 증액안에 합의했으나, 정부의 2027년 예산안에는 반영되지 않았다. 이에 노동계는 조직적인 대응에 나섰다. 한국노총 산하 돌봄 관련 노조들은 '돌봄노조연대'를 출범했으며, 28일에는 가사노동자의 권리 보장을 위한 '가사노동연대'가 발족했다. 또한 공공운수노조 산하의 사회서비스지부가 29일 출범을 앞두고 있으며, 민주노총 역시 예산 증액을 촉구하는 결의대회를 계획하고 있다. 한편, 기획예산처 등 관계 부처는 돌봄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 해소를 위해 정부가 마중물 역할을 해야 한다는 점에 공감하며 후속 작업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