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가정보원을 둘러싼 법적·제도적 환경에 유의미한 변화가 포착되고 있다. 간첩죄의 적용 범위를 기존 북한 중심에서 '외국을 위한 간첩 행위'까지 확대하는 형법 개정안이 시행되었으며, 국정원법 개정안을 통해 국정원의 직무에 '경제안보'를 최초로 명시하고 사이버 위협에 대한 대응 역량을 강화하는 토대를 마련했다.

그간 국정원은 한반도의 특수한 안보 상황과 민주주의에 대한 국민적 요구로 인해 역대 정부마다 개혁의 중심에 서 있었다. 1999년 김대중 정부가 정치 관여 금지 조항을 도입한 것을 시작으로, 2014년 박근혜 정부는 정당이나 언론, 기업 등에 대한 출입 금지 및 정치 개입 처벌 강화를 단행했다. 이어 2020년 문재인 정부는 대공수사권을 경찰로 넘기고 국정원의 국내 보안정보 수집 권한을 폐지하는 조치를 취했다.

과거의 개혁이 권한 축소와 통제에 방점을 두었다면, 최근의 흐름은 변화하는 안보 환경에 맞춰 업무 영역을 넓히는 추세다. 국정원은 대북 정보 수집을 넘어 경제안보, 사이버 공격 대응, 인공지능(AI) 확산 및 초국가적 범죄 대응 등으로 역할을 확장하고 있으며, 국제 보이스피싱 조직을 적발하는 등 국민 보호에도 힘을 쏟고 있다. 조직 운영 면에서도 정권 교체 시기의 고위직 인적 쇄신을 지양하고 계급정년을 늘려 전문성과 안정성을 도모하고 있으며, 법적 기반을 다져 능동적인 업무 수행이 가능하도록 제도적 보완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여전한 우려와 숙제

이러한 변화 속에서도 우려의 시선은 존재한다. 대공수사권 이관 이후 유관 기관 간의 협조 체계가 원활한지에 대한 의구심이 있고, 반복된 정치적 개혁 여파로 인해 직원들이 소극적인 보신주의에 빠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또한 경제안보와 사이버 분야로의 역할 확대가 권한 남용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계심도 높다. 1961년 중앙정보부 시절부터 이어진 부정적 이미지와 불신은 국정원이 반드시 극복해야 할 과제로 남아 있다.

다만 긍정적인 지표도 확인되었다. 지난 9월 한국갤럽의 '2026 대한민국 신뢰도 조사'에 따르면, 국정원은 조사 대상 8개 기관 중 헌법재판소에 이어 신뢰도 2위를 기록했다. 이는 2009년 6위, 2020년 이후 4위에 머물렀던 것과 비교하면 눈에 띄는 성과다. 하지만 이러한 수치가 완전한 신뢰 회복을 뜻하는 것은 아니기에, 지속적인 성과를 통해 국민의 신뢰를 증명해야 하는 과제가 남아 있다.

글로벌 정보기관과의 경쟁

채희원 동국대 안보북한학과 객원교수는 과거 미국 CIA 본부 앞을 지나며 느꼈던 경험을 언급하며, 정보기관이 국민에게 든든한 보호자라는 인식을 주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강조했다. 현재 국제사회는 자국 이익을 위해 신냉전과 열전이 교차하는 치열한 정보 전쟁 중이다. 미국 CIA는 2022년 기술 전쟁에 대비해 최고기술책임자(CTO)를 신설했고, 이스라엘 모사드는 2024년 헤즈볼라를 겨냥한 무선호출기 작전으로 위협을 선제 제거했다. 일본 또한 국가정보국을 출범시키며 정보 역량 강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결국 국정원은 국민의 비판을 겸허히 수용하면서도 절제된 태도를 유지해야 한다. 동시에 세계 수준에 걸맞은 실력을 갖추어 국가 안보와 국민의 안전을 최전선에서 수호하는 초일류 정보기관으로 도약해야 한다는 제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