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극화 심화 막을 노동정책의 필요성

성장의 양극화인 'K자 성장'을 방지하기 위한 선제적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지난 8월 이재명 대통령은 메가프로젝트 추진 과정에서 이러한 양극화 현상을 막아야 한다고 언급했으나, 현실은 개혁적인 노동정책보다 차별적인 노동유연화 정책이 앞서는 역행적 흐름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추세가 지속될 경우 K자 성장은 되돌릴 수 없는 상태에 직면할 위험이 크다. 이에 전문가 5인은 양극화 해소를 위해 현시점에서 요구되는 노동정책의 방향성을 제시했다.

노란봉투법의 명암과 현장의 변화

'노란봉투법'이 시행된 지 약 8개월이 경과한 시점에서 현장의 반응은 엇갈리고 있다. 원청과 하청 사이의 교섭이 시작되며 법이 안착하고 있다는 긍정적 시각이 있는 반면, 사용자성을 판단하는 기준이 불분명해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는 비판도 만만치 않다. 실제로 수백 건의 교섭 요구가 접수되었음에도 실제 교섭으로 이어진 사례는 수십 건에 불과해 실효성 논란이 일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시적인 성과도 나타나고 있다. 지난 9월에는 하나은행과 국민은행의 협력업체 콜센터 노조가 단체교섭 의제에 대해 자율적인 합의를 이끌어냈으며, 지난달에는 관세청 인천공항본부세관과 용역업체 노조가 단체협약을 체결하는 결실을 보았다. 현재로서는 법의 효과에 대해 낙관하거나 비관하기에는 이른 시점이다. 다만, 개정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이 지향하는 집단적 노동관계가 안정적으로 정착될 수 있도록 지금까지 나타난 문제점들을 면밀히 분석하고 노사정이 협력하여 개선책을 마련하는 과정이 매우 중요하다.

사용자성 판단의 불확실성과 증명 책임 문제

박귀천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하청 노조가 요구하는 교섭 의제별로 사용자성을 판단할 때 발생하는 구조적 문제를 지적했다. 노동위원회의 판정례를 분석해 보면, 산업안전보건 관련 의제에 대해서는 사용자성이 인정되는 경향이 있으나 임금, 고용안정, 복리후생 등의 의제에 대해서는 사용자성을 인정받기가 매우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개정 노조법이 하청 노동자의 근로조건 개선에 실질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의구심을 낳는다.

이러한 현상은 지금까지 노동위원회에서 다뤄진 사건들이 사용자의 교섭 거부에 대한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이 아니라, '교섭요구 사실의 공고에 대한 시정신청' 사건 위주였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즉, 사용자가 교섭 의제별로 응해야 할 의무가 있는지 실체적으로 판단하는 단계가 아니라, 노조의 요구를 공고할 의무가 있는지를 따지는 절차적 단계에 머물러 있었기에 비교적 증명이 쉬운 의제 중심으로 판단이 이뤄진 것이다.

본격적인 교섭 단계에 진입하면 원청 사용자가 각 의제에 대해 실질적인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는지를 증명하는 것이 핵심 쟁점이 된다. 노사가 자율적으로 합의한다면 다행이지만, 법적 분쟁으로 번질 경우 원청의 지배력 입증 문제가 직결된다. 문제는 원·하청 교섭 사건의 특성상 원청의 사용자성을 입증할 자료 대부분을 사용자가 독점하고 있어 정보의 비대칭성과 증거의 편재가 발생한다는 점이다. 따라서 노동사건 소송에서 근로자의 증명 책임을 완화하거나 전환해야 한다는 논의가 필요하며, 정부와 노동위원회 역시 이러한 특성을 반영한 정책적 해석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입법적 개선과 제도적 보완 방향

원·하청 간의 교섭이 현장에서 실효적으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입법적 보완도 병행되어야 한다. 원청의 지배 및 결정 권한이 여러 독립된 사업장에 공통적으로 미치는 경우, 노동위원회가 초기업적 통합교섭단위를 설정할 수 있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방안이 검토되어야 한다. 또한, 원·하청 교섭을 단일 사업장 내의 노사관계를 전제로 하는 현행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에 맞춰 운영하고 있는 기존 법령에 대해서도 근본적인 재검토와 개선이 요구된다.

2000년대 이후 심화된 노동시장 양극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등장한 노란봉투법의 본래 취지가 퇴색되지 않도록, 법이 현장에 안정적으로 뿌리내릴 수 있는 세심한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