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서울시 협의 중단과 용산공원 개발 쟁점
용산공원 부지를 활용한 공공주택 공급 계획을 둘러싼 정부와 서울시 간의 논의가 사실상 멈춰 섰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용산공원 개발에 대해 완고한 반대 의사를 표명함에 따라, 정부 측도 입법 절차와 사회적 공론화 과정을 이유로 들며 대응을 유보하는 모양새다.
홍지선 국토교통부 장관은 29일 수도권의 신규 택지 후보지를 공개한 뒤, 용산공원 내 주택 공급와 관련한 서울시와의 협의 현황에 대해 입장을 밝혔다. 홍 장관은 미군기지 반환 부지 활용 건은 입법화 및 공론화 과정이 수반되어야 하기에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며, 일단은 논외로 치고 단기적으로 협력이 가능한 부분에 대해서만 실무적인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까지 홍 장관이 오 시장에게 용산공원 현안 논의를 위한 회동을 제안하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8월 말 김윤덕 전 국토부 장관이 오 시장과 두 차례 만남을 가졌던 점을 고려하면, 9월 말 부임한 홍 장관이 기존의 협의 흐름을 이어받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서울시의 강경 대응과 국토부의 공급 계획 변화
국토부 관계자에 따르면, 이미 두 차례의 만남을 통해 서울시가 '용산공원을 절대 개발하지 않겠다고 확언하기 전까지는 훼손된 그린벨트 등 부지를 일절 제공할 수 없다'는 강경한 입장을 확인한 상태다. 국토부 내부에서는 추가적인 만남을 갖더라도 양측의 견해차를 좁히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회의적인 시각이 나오고 있다. 특히 최근 2심 무죄 판결을 받은 오 시장이 용산공원 보존에 더욱 강한 목소리를 낼 것으로 국토부는 내다보고 있다.
이러한 갈등은 국토부의 주택 공급 계획에도 영향을 미쳤다. 당초 국토부는 지난 8·13 대책을 통해 '7만 3000가구 플러스 알파' 규모의 추가 공급을 예고하며 서울 내 부지 활용 가능성을 열어두었으나, 이날 발표된 후보지 명단에는 서울 지역이 단 한 곳도 포함되지 않았다. 이는 서울시와의 협의가 원활하지 않음을 보여주는 결과로 해석된다.
입법화 움직임과 도심 복합사업 지연 우려
법률적으로 용산공원 개발을 위해 서울시의 동의가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니지만, 정부가 지자체와 협의 없이 사업을 강행하기에는 상당한 부담이 따른다. 결국 이 문제는 국회로 옮겨진 상태다. 지난 15일 더불어민주당의 김남근 의원과 박민규 의원은 각각 용산공원조성특별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해당 법안들은 공원으로 지정된 용산구역 본부 부지를 택지로 전환해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다만 수도권 요지에 가시적인 공급 성과를 내야 하는 국토부 입장에서 서울시와의 관계를 완전히 외면할 수는 없는 실정이다.
이러한 불협화음은 국토부의 핵심 사업인 '도심 공공주택 복합사업'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서울시의 사전기획협의체가 담당하는 사업승인 단계가 올해 들어 단 한 차례도 열리지 않으면서 사업 지연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서울시는 현재 진행 중인 다른 정비사업들 외에 도심 복합사업까지 더해질 경우, 이주 수요 급증으로 인한 전월세 시장의 불안정이 심화될 수 있다는 점을 들어 난색을 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