둔화하는 성장률을 AI로 정면 돌파
미국의 클라우드 기반 기업용 통신 소프트웨어 전문 기업인 링센트럴(RingCentral)이 인공지능(AI) 기술을 접목한 음성 에이전트를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 낙점했다. 기존 주력 사업인 영상 회의와 메시징, 기업용 전화 서비스의 성장세가 꺾인 상황에서, 이미 구축된 통신 인프라와 고객 네트워크에 AI 역량을 결합해 고객별 매출액을 끌어올리겠다는 복안이다.
과거 2021년 약 35%에 달했던 링센트럴의 성장률은 시장 성숙과 대형 플랫폼과의 경쟁 심화로 인해 2023년 11%, 2025년에는 5% 수준까지 하락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마이크로소프트나 줌(Zoom) 같은 거대 기업들과의 치열한 경쟁 환경은 부담 요소다. 여기에 고금리 기조로 인한 부채 압박과 주식보상 비용 문제까지 겹치며 기업 가치 재평가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AI 서비스 확산에 따른 지표 개선
하지만 올해를 기점으로 유의미한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3분기 통계에 따르면, AI 리셉셔니스트(AIR)를 이용하는 고객사는 2만 2,000곳을 돌파하며 전년 대비 약 4배의 가파른 증가세를 보였다. AIR은 AI가 직접 전화를 수신해 문의 사항을 분석하고, 예약이나 상담원 연결까지 수행하는 기능이다. 통화 내용을 분석해 상담을 보조하는 AI 컨버세이션 엑스퍼트(ACE)의 고객 수도 약 7,000곳으로 전년보다 60% 늘어났다.
이러한 변화에 투자자들도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링센트럴의 주가는 최근 3개월 동안 60%가 넘는 급등세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 22일 발표된 3분기 실적에서 AI 사업 부문의 확장 가능성이 확인된 데 따른 결과로 풀이된다.
반복 매출 구조의 변화와 향후 과제
AI 기술의 도입은 반복 매출의 구조적 개선으로도 연결되고 있다. 하나 이상의 유료 AI 제품을 채택한 고객이 창출하는 연간반복매출(ARR) 비중은 전체 ARR의 약 15%에 달하며, 이는 1년 전과 비교해 두 배가량 높아진 수치다. 기존 통신 서비스를 이용하던 고객들이 AI 기능을 추가로 구독하면서 고객당 매출을 높일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 것이다.
링센트럴이 가진 기존의 통신 인프라는 AI 에이전트 구현에 있어 핵심적인 경쟁 우위가 된다. 실질적인 상담 업무를 수행하는 AI 에이전트가 작동하려면 전화망뿐만 아니라 고객 데이터, 상담 이력, 사내 시스템 간의 유기적인 연결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링센트럴은 자사 플랫폼 내에서 이러한 통합 환경을 제공하며, 특히 사용량에 따라 과금되는 AIR의 특성상 고객 수와 통화량이 늘어날수록 매출이 동반 상승하는 구조를 갖췄다.
다만 AI가 아직 전체 실적의 판도를 완전히 뒤집었다고 보기에는 이르다. 올해 예상되는 매출 성장률은 여전히 5%대에 머물고 있으며, AI 제품군에 대한 별도 매출 수치도 공개되지 않은 상태다. 마이크로소프트와 줌의 AI 기능 강화 역시 경계해야 할 대목이다. 결국 링센트럴이 저성장 통신 기업에서 AI 음성 자동화 전문 기업으로 재평가받을 수 있을지는, 현재의 AI 고객 증가세가 실질적인 매출 성장과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지는지에 달려 있다.